아이온 노트북·리니지 노트북은 있는데 '스타크래프트' 노트북은 못보셨죠.
스타크래프트가 대표 게임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스타2 노트북'이 없는 이유는 이 게임 공급사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프로모션 가격을 너무 높게 부르기 때문이랍니다. 삼성전자나 LG전자도 관심이 있었으나, 블리자드가 원하는 비용을 감당하기에 부담스러워 안하기로 했다네요.
블리자드의 높은 콧대에 대한 불만은 이 뿐이 아닙니다.
블리자드와 '곰TV'로 유명한 그래텍이 함께 개최하는 스타크래프트 대회인 글로벌 스타크래프트 리그(GSL)의 스폰서가 되려면 협찬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메인 스폰서인 '타이틀스폰서'가 되려면 최소 3억원이 들어가고, '실버 스폰서'를 하려면 1천만원의 협찬금과 500만원 가량의 PC 부품 등의 현물을 제공해야 한다는 거죠.
지난달 실시된 GSL 1차는 TG삼보와 인텔이 함께 비용을 대 공동 타이틀스폰서를 했지만, 2차에서는 3억원을 감당하기 어려웠는지 타이틀 스폰서에 나선 PC 업체 및 PC 부품 업체는 전무했답니다.
스타2 패키지를 자사 제품과 번들로 팔아보려던 모 업체는 "○○○○개 이하로는 말도 하지 말아라"는 블리자드의 고자세에 계획을 포기했고, 이달 부산에서 열리는 게임 박람회 지스타에서도 블리자드가 너무 비싼 대가를 요구해 협력 PC업체 찾기 힘들 것이라는 뒷 얘기도 있습니다.
'잘 나가는' 게임 업체가 협력 회사들에게 도도한 게 그리 이상한 일인가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국내 게임 산업과 마찰을 빚고 있는 블리자드이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는 찜찜합니다.
스타크래프트 패키지의 전세계 누적 판매량은 800만 카피인데, 그 중 60%가 넘는 500만 카피가 한국에서 팔렸다고 합니다. 2000년도 초반 우리나라에 PC방이 급속도로 늘어난 게 스타크래프트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유독 한국팬이 많은 것이죠.
최근 저작권 문제로 블리자드와 갈등 중인 한국e스포츠협회(KeSPA)도 10여년간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열면서 국내 열풍을 일으킨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도 블리자드는 KeSPA에 거액의 저작료를 요구하고 나섰고, KeSPA의 대회를 방송한 MBC게임과 온게임넷에 소송까지 제기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는 공공재가 아니다"라는 블리자드의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스타크래프트를 띄워준 나라의 국민으로서 마음이 상하네요. KeSPA와 방송사 측이 게임대회를 열면서 적자까지 냈다고 하니 더 그렇습니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존재고, 수요가 높은 쪽이 더 많은 대가를 치루는 건 당연합니다. 블리자드가 도도하고 비싸게 굴어도 스타크래프트를 가진 이상 확실히 '갑'입니다.
하지만 '생태계' 없이 지속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있을까요. 스타크래프트 열풍에 기여한 국내 산업계와 '상생'을 모색하는 것이 블리자드에게도 득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강현주기자 jj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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