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지재권 협상, 왜 난항 겪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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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협상 노력 불구…소송으로 비화

곰TV를 운영하는 그래텍과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지난달 28일과 이 달 3일 각각 MBC플러스미디어(MBC게임)과 온게임네트워크(온게임넷)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스타크래프트 저작권을 둘러싸고 그동안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주관하던 한국e스포츠협회(KeSPA)와 MBC게임, 온게임넷 그리고 곰TV와 블리자드가 11차 협상까지 진행하던 중이었다.

곰TV와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는 공공재가 아니다. 협상을 위해 노력했지만, 협상 상대가 리그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은 부족하다"며 소송의 책임을 MBC게임과 온게임넷의 개인리그 강행으로 돌렸다.

이에 대해 KeSPA와 방송사는 "블리자드의 저작권은 인정하지만, 블리자드가 요구하는 저작권료가 현실적으로 맞출 수 없는 수준"이라며 맞서고 있다.

◆협상 난관 원인은 수익 안 나는 e스포츠 산업구조

국내 e스포츠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현재 국내 e스포츠 산업이 수익성 있는 산업으로 성장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지재권 협상 관련 성명에서 "현 프로리그 운영 구조는 타 프로 스포츠 산업처럼 다양한 수익구조를 통한 안정적 리그 운영과 부가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며 "매년 적자구조의 리그 진행 비용을 협회 이사회비로 일정부분 보전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e스포츠의 경우 인터넷 상에서 진행된다는 특징 때문에 현장감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결승전은 체육관을 빌려 열기도 하지만 이벤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사실상의 입장료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MBC게임의 조정현 MBC플러스미디어 사업센터장은 "한 시즌 방송을 치르는데 필요한 방송제작비가 4억 4천만원"이라며 "개인전 한 시즌을 치르는데 적게는 5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의 적자가 난다"고 밝혔다.

조 센터장에 따르면, 블리자드는 초기 협상에선 저작권료로 방송사 광고 매출의 30%를 요구했다. 조정현 사업센터장은 "시청률을 기준으로 광고단가를 책정하고, 여러 개 채널에서 광고를 틀어 목표시청률을 맞추는 국내 케이블방송의 여건상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16일 그래텍이 언론에 공개한 협상조건은 토너먼트당 주최료 1원과 대회당 방송 중계권료 1억원이다. 현재 스타크래프트1 대회는 KeSPA가 주최하는 프로리그와 연간 3시즌으로 진행되는 양 방송사의 개인리그 2개로 협회는 1억원, MBC게임과 온게임넷은 각각 3억원씩의 추가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블리자드가 요구하는 지재권료를 낼 경우 수익을 맞추기 힘들다는 것이 방송사들의 주장이다. 블리자드 측은 저작권료를 낼 경우, 스폰서십 금액 전부에 대한 권한을 주겠다고 밝혔지만, 스폰서십으로 대회 개최에 필요한 금액을 맞출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원칙적으로 협상 당사자인 양측이 동의하는 것은 블리자드의 저작권자로서의 권리다. 그러나 양측 모두 자신들의 입장을 내세워 원안을 고수하면서 3년간 진행돼 온 협상에 전혀 진척이 없었고 마침내 법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원리원칙 포기하고 실익 구해야

블리자드와 한국e스포츠는 양측의 성공을 위해서 불가분의 관계다. 블리자드는 e스포츠계의 독보적인 콘텐츠, 스타크래프트를 제작한 게임개발사이며, 한국e스포츠는 뛰어난 경기력으로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1의 PC패키지가 국내에서 500만카피, 세계적으로는 800만카피를 판매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MBC게임과 온게임넷은 방송 편성의 60% 이상을 스타크래프트라는 한 가지 콘텐츠로 채우고 있다. 스타크래프트가 사실상 게임 방송사의 유일하게 수익성 있는 콘텐츠라고 봐도 무방하다.

블리자드 폴 샘즈 최고운영자(COO)는 "온게임넷의 스타리그 같은 스타크래프트 리그들이 글로벌 스타크래프트 II 리그(GSL)와 공존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미 협상 양 주체는 대립보다는 협력이 자신들의 사업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다.

다만, 블리자드 측에는 말로만 외치는 공존이 아닌 상대사의 영업기반이나 수익구조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리그를 강행한 한국e스포츠협회와 양 방송사에는 그간의 관행에 기대지 않는 적극적인 협상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선수·e스포츠팬들 위해 상생협력 필요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린 '블리즈컨 2010'에서 세계e스포츠팬들은 임요환과 스타크래프트2 리그인 GSL 오픈 시즌1 우승자인 김원기의 경기를 보며 열광했으며, 임요환과 이윤열이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인 GSL 오픈 시즌2 8강전은 현재 330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타크래프트2 출시와 함께 분란 없이 출범할 수 있었으면, 양 측이 거둘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훨씬 컸으리라고 본다"며 "세계적인 경기력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프로선수들이 스타크래프트2로 옮겨간다면, 아직 기회는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7일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 참석한 이제동 선수는 "10년 가까이 선수생활에 투자해왔는데, (스타크래프트1 리그가 없어져) 프로게임단이 해체하면 어떻게 될지 막막하다. 많은 선수들이 걱정하고 있다"며 양분화되는 e스포츠계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 선수는 "경기를 위해서 밤을 새기도 하고, 빌드 하나를 짜기 위해서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며 "(선수들이) 팬들에게 최고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스타크래프트1과 스타크래프트2의 팬들은 서로 다른 사람이 아니고, 스타크래프트1의 프로게이머와 스타크래프트2의 프로게이머도 서로 다른 집단이 될 수 없다.

e스포츠계에서도 '상생협력'이라는 말이 절실히 부각되는 시점이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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