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탄핵안)이 8일 결국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에 따라 야권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7년 만에 헌정사 첫 장관 탄핵소추를 성사시켰다. 그러나 탄핵의 최종 관문인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을 두고 전문가들은 다소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이상민 장관 탄핵안을 179표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을 찾아 탄핵안 상정 철회를 요청하거나 탄핵안의 국회 법사위 회부안 등을 발의하며 저지에 나섰지만 다수당인 민주당의 힘 앞에 굴복해야만 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탄핵안 통과 후 기자들과 만나 "반헌법적인 의회주의 폭거"라며 "고스란히 부메랑이 돼서 민주당에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는 탄핵안 가결 이후 곧바로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만났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가 국민과 유족을 위해서 최소한의 기본을 했다고 본다"며 "야당 의원들이 그 어떤 정치적 이익에 대한 고려 없이 뜻을 모아서 오늘 장관 탄핵소추안을 결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헌재(헌법재판소)도 인간으로서의 양심과 국민의 상식, 그리고 국가의 힘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에 대한 생명과 안전, 국가에 대한 미래를 놓고 현명한 결정을 내릴 걸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종철 대표를 비롯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은 민주당에 감사를 전했다.
대통령실은 탄핵안 가결 이후 곧바로 "의회주의 포기다. 의정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를 두고 "윤석열 정권이야 말로 헌정사에 부끄러운 정권이 될 것이다. 국민 탓, 유족 탓하더니 이젠 국회 탓으로 돌리느냐"며 "열린 입이라고 아무 말이나 지껄이지 말라"고 일갈했다.
이상민 장관 탄핵소추안은 이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만을 남겨둔 상황이다. 그러나 법조계와 정치권 전문가들은 장관 탄핵을 향한 야당의 모험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헌법학)는 통화에서 "탄핵심판은 정치적 책임이 아닌 법적 책임을 묻는 절차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도 정치적 책임 소재는 논의에서 제외됐다"며 "이상민 장관의 경우 현행 법률상으로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헌법·법률적 책임을 묻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라고 진단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이태원 참사는 지자체, 경찰, 소방 등 책임 소재가 다소 복잡한 사안"이라며 "행안부장관에게 직접적인 법률적 책임과 인과관계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만약 헌재에서 탄핵심판이 기각되면 그 역풍은 민주당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며 "민주당이 시도한 모험의 파장은 다소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헌재의 인용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헌법학 교수는 "대통령과 국무위원에 대한 헌재의 탄핵 판단 기준은 다소 다를 것"이라며 "국회 국정조사에서 위증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데 이것이 인정될 경우 헌재가 인용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상민 장관은 이날 탄핵안 가결 이후 입장문을 내고 "저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로 인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성실히 임해 빠른 시일 내에 행정안전부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현재 검찰 출신 등 실세 차관을 임명해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 심판의 국회 측 소추위원(검사 역할)을 맡게 될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법률상 소추위원이 되도록 돼 있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활동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소추위원단, 대리인단 편성 여부는 재량 사안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보고자 한다"며 모호한 입장을 남겼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대리인을 선임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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