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한화그룹 인수 본계약 앞두고 잇단 '리스크 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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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해양플랜트 손실 반영·러시아 LNG선 계약 해지…"빅배스 성격"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한화그룹과의 인수 본계약을 앞두고 대우조선해양이 잇달아 잠재적 리스크 요인 해소에 나서고 있다. 3분기 대규모 해양플랜트 손실을 반영한 데 이어 러시아 LNG선 계약 해지를 결정하는 등 일종의 '빅배스(부실 털어내기)' 성격으로 풀이된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쇄빙LNG선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쇄빙LNG선 [사진=대우조선해양]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5일 러시아 해운사인 소브콤프로트와 체결했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척의 공급계약에 대해 최종 해지를 통보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20년 소브콤프로트로부터 총 8억5천만 달러 규모의 쇄빙LNG선 3척을 수주했는데, 앞서 지난 5월과 6월 쇄빙LNG선 2척에 대해서도 각각 계약해지를 결정한 바 있다. 이로써 해당 수주 물량은 모두 계약해지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퇴출됐다. 이에 러시아 선주들의 대금 결제방법이 막히면서 대우조선해양이 건조 대금을 기한 내 지급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수주 이후 순차적으로 선박 건조에 들어간 상태다. 대우조선해양은 계약 해지 통보와 별도로 선박 건조는 진행하고, 향후 선박 처리 방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이번에 계약 해지를 통보한 선박을 새로운 선주에게 판매할 여지는 있지만, 쇄빙LNG선이라는 점이 부담이다. 일반 LNG선과 달리 쇄빙LNG선은 얼음을 깨며 북극 항로를 운항하는 데 쓰여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LNG선 계약 최종 해지 결정으로 4분기 추가적인 충당금 설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앞서 지난 5~6월 계약 해지된 물량도 2분기에 충당금을 쌓는 식으로 실적에 반영됐다.

다만, 이번 최종 계약 해지로 대우조선해양이 가지고 있던 잠재적 리스크 요인 중 하나였던 '러시아 리스크'는 덜 수 있게 됐다. 특히 한화그룹과의 인수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여러 잠재적 리스크를 일제히 털어내는 '빅배스'의 일환으로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빅배스란 충당금 설정 등의 방식을 통해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실을 한 번에 실적에 반영해 잠재적 부실을 털어내는 효과가 있다. 묵은 때를 모두 씻어내고 정갈히 하는 '목욕재계'처럼, 기업들은 경영진의 교체 시점에 맞춰 새로운 경영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빅배스를 단행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실적 하락 등이 발생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어닝쇼크'를 감내하면서 대거 일회성 비용을 반영한 것도 한화그룹과의 인수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사실상 빅배스를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3분기 연결기준 6천278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손실 규모가 33배 급증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LNG선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갔고, 수주 실적도 좋아진 만큼 대우조선해양이 적자 폭을 줄일 것으로 전망했지만, 정반대의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실적 발표 당시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주문고객과의 합의에 따른 약 5천5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다"며 "관련 손실 중 일부 프로젝트의 경우 인도일 연장과 비용 정산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환입으로 추후에 흑자로 잡힐 수 있어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해양플랜트 손실 반영과 하청지회 파업 영향에 따른 공정지연 등 대우조선해양의 일회성 비용 5천830억원을 제외하면 3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448억원 수준이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매출액 감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 해양 부문에서의 대규모 충당금 및 합의금 발생 영향으로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며 "한화그룹 인수 전 대우조선해양의 리스크 요인에 대한 빅배스 성격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화그룹은 전날까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정밀실사 작업을 마치고 본계약 체결을 위한 채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내년 상반기까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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