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독자경영 5년만에 '유통 여왕'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독자경영에 나선 직후 힘을 쏟은 화장품 사업이 시장에 안착하고 가구 사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탄력을 받게 되면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지난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144억 원, 영업손실 431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6% 줄었고 영업이익은 분리 이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냈다.
신세계는 주력 사업인 면세점이 2분기 37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타격을 입었다. 신세계면세점은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59.6% 줄어든 3천10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시내면세점은 31% 매출 감소를 겪었지만 공항면세점이 92% 급감했다.
하지만 신세계인터내셔날과 까사미아는 면세점과 대조되는 성적을 거뒀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면세점 화장품 판매 감소에도 2천871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9% 줄어든 것으로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을 감안하면 성공적인 실적이라는 평이다. 까사미아도 같은 기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집콕' 트렌드에 힘입어 53.2%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손실 우려에도 '밀어붙이기'…화장품 5년만에 주력 사업 꿰차
이들은 정 총괄사장이 신세계 독자경영에 나선 후 지속적으로 힘을 줘 온 분야다. 정 총괄사장은 지난 2012년 프리미엄 색조 화장품 업체 '비디비치'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다.
이어 2015년 승진 직후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사 인터코스와 50대 50으로 지분을 투자해 합작법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설립하며 사업 확장 드라이브를 걸었다.
비디비치는 인수 이후 꾸준히 적자를 내며 세간의 우려를 샀다. 하지만 정 총괄사장은 그때마다 현금을 수혈하며 사업을 밀어붙였고 비디비치를 2천억 원대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이 과정에서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는 신세계의 유통 역량과 인터코스의 제조 역량 사이 시너지를 일으켰다.
이와 함께 정 총괄사장은 지난 2015년 이탈리아 뷰티 브랜드 '산타 마리아 노벨라', 향수 브랜드 '딥티크' 등을 지속적으로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또 자체 론칭한 고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연작'은 중국 시장을 비롯한 해외에서 높은 호응을 얻으며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뷰티 사업은 지난 2017년 영업이익 57억 원을 달성하며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3천68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주력 사업 분야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화장품 사업 초기 '데자뷰' 느껴지는 까사미아…본격 성장궤도 올라
정 총괄사장의 다음 행보는 가구 사업이었다. 신세계는 지난 2018년 중견 가구업체였던 까사미아를 1천700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홈퍼니싱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 충분히 해볼만 한 사업이라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신세계가 까사미아를 인수한 직후 쏟아진 정부의 부동산 대책 등에 발목이 잡혔다. 업계 1, 2위인 한샘과 현대리바트도 매출 부진에 빠졌다. 결국 까사미아는 인수 첫 해 4억 원의 적자를 냈고 지난해에는 적자 폭이 더욱 커졌다.
하지만 정 총괄사장은 화장품 사업 진출 초기와 마찬가지로 까사미아에 대한 지속적 투자를 이어갔다. 지난해 200억 여 원의 투자를 단행한 데 이어 올해는 이보다 투자 규모를 2배 키웠다. 새로운 사업기반을 구축한 후 본격적 성장에 돌입해 만년 적자구조를 탈피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결정이었다.
까사미아는 이 재원을 활용해 20여개 매장과 디자인 인력을 확보했다. 또 지난해 선보인 삼성전자와의 협업 매장 등 특화 매장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온라인 플랫폼 유통망도 강화해 유통 시장의 변화에 대한 준비를 마쳤다.
이와 함께 연초부터 불거진 코로나19 사태로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 따른 수혜를 톡톡히 봤고 전년 대비 53.2% 매출 신장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사업구조 재편하고 온라인 등 신유통채널 확대 돌입…공격경영 효과 주목
정 총괄사장은 취임 5년을 맞은 올해도 공격적 경영전략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화장품 사업에서는 자체 브랜드를 내세워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에 돌입하는 한편 저수익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했다. 가구 부문에서는 사업 구조조정을 통한 업계 영향력 키우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신세계는 최근 정 총괄사장의 초기 업적으로 꼽히는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의 지분 전량을 매각하며 화장품 제조업에서 손을 뗐다. 브랜드 사업 및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이어 지난달에는 스위스 명품 화장품 브랜드 '스위스 퍼펙션'을 인수하며 국내 기업 최초로 해외 명품 스킨케어 브랜드를 인수해 이 구상을 실현시켰다.
스위스 퍼펙션 인수는 신세계의 글로벌 뷰티 시장 공략의 초석이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위스 퍼펙션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향후 비디비치와 연작 등 산하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가구 사업은 오프라인 매장 구조조정과 디자인 강화, 온라인 유통망 확충 등을 통한 사업 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까사미아는 지난해 직영점 13곳과 대리점 7곳을 정리한 데 이어 올해 11곳의 매장 운영을 중단하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빈자리는 온라인 유통망이 대신할 전망이다. 까사미아는 지난달 온라인몰 '굳닷컴'을 론칭한 데 이어 온라인 전용 브랜드 '어니언'을 함께 발표해 매스마켓 공략에 본격 돌입했다. 또 세계적 디자이너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와 협업한 신규 가구·소품 컬렉션을 론칭하는 등 디자인 역량 제고에도 힘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 총괄회장은 취임 당시 백화점 중심이었던 신세계의 사업 구조를 다방면으로 확장시키는데 힘써 왔다"며 "고속 성장하는 럭셔리 뷰티, 가구 등의 부문에서 어느 정도 사업을 자리잡게 한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경영인"이라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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