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24개월 미만의 영유아에게 스마트폰 등을 볼 수 없도록 법조항이 있어야 한다. 신고하고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은 아니지만,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 사회적 기준이 만들어져야 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선숙 의원(바른미래당)은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영유아 디지털미디어 조기노출 현황과 대책'이란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장에서 '영유아 셧다운제(가칭)' 법제화를 추진할 것이라 밝혔다.
박 의원은 "법은 때로는 법 자체가 최적화된 목표가 될 수도 있고, 논의 과정에서 문제의식을 촉구할 수도 있는 등의 안티테제를 만들 수도 있다"라며, "영유아 과의존 문제는 지난 10년간 누적된 채로 향후 더 큰 문제를 발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는 지난 2009년 소위 아이폰 쇼크를 통해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다만, 대상층이 성인에서 청소년으로 내려왔을뿐 영유아에 대한 근원적 대책이 아직까지는 미적지근한 상태다. 토론회는 '아이들은 특별히 보호받아야 한다'는 원칙적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성장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는 최두진 한국정보화진흥원 디지털문화본부장이 토론회 좌장을 맡았다. 육아정책연구소 이정림 박사와 연세아이웰소아청소년과의원 김교륭 전문의가 주제 발표를, 경기대 교육대학원 유아교육전공 문혜련 교수, SBS 스페셜 강범석 PD, 국회입법조사처 김은진 입법조사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전주혜 팀장, 오용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보호정책관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 사회적 기준 확립 위해 법제화 추진
영유아에게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통한 미디어 노출이 위험하다는 사실은 공공연하게 퍼져 있다. 특히 만 2세 미만의 영아에게는 치명적이다.
김교륭 전문의는 "24개월 미만 영유아 25%가 스마트 기기에 노출돼 있으며, 전체 영유아의 24%는 잠재적 위험 사용자군이고, 영유아의 고위험 사용자군은 6%로 성인보다 높다"라며, "유아기 애착형성은 3세 미만으로 8개월 정도가 되면 분리불안이 시작되고 돌이 되면 엄마아 나를 일체화 시키는 등의 발달과정을 거치는데 그 때마다 스마트폰 등이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문의는 가장 큰 문제로 '언어'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언어발달문제는 많은 논문을 통해 입증된 사레라는 것. 문제는 4~7세도 마찬가지다. 우뇌 달발 기간으로 정서적 능력과 상대방 감정 인식 등이 발달해야 하는데, 이를 막으면 심각하게는 자폐에 빠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는 부모들이 다알고 있고, 인터넷 검색해도 나온다"라며, "하지만 일을 할때나 아이가 보채면 어쩔 수가 없다고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국가의 정책 미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정림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법이 없고, 발달특성상으로만 접근한다"라며, "굉장히 연령별로 세분화돼야 하는데 아동청소년에 다 집중돼 있고, 그마저도 뭉뚱그려져 있다"고 말했다.
문혜련 경기대 교육대학원 유아교육 교수는 생후 3년 이내 받아들인 자극에는 매우 빠르게 반응하지만 그 기간 내 받아들이지 못한 자극에는 잘 반응하지 않기에, 일발적 매체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대상과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놀이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이러한 영유아 과의존이 생각보다 사회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의식에 있다는데 패널들 모두 공감했다.
이에 따라 박선숙 의원은 영유아 디지털 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의원은 "AI 스피커가 아동들에게 부적절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법안을 최근 통과시킨 바 있다"라며, "이 법은 처벌 규정이 없는 강행 규정으로 앞으로 해나가야할 숙제를 남겼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영유아 발달의 걸림돌이) 스마트 기기라고 말하지만 더 쎈 무엇이 올 수 있다"라며, "너무 초강수를 둔다는 것에 대해 두렵지 않으며, 앞서 닥칠 것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그런 과정을 만들어나가도록 하겠다"고 단언했다.
이정림 연구위원은"(법제화가) 초강수가 아니다"라고 동의하며, "부모들이 다른 아이들이 다하는데 왜 문제일까라고 생각하는 등의 보편화 과정을 겪으면 문제로 인식하지 않기에, 지금 시작하는 것도 빠르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교륭 전문의 역시 "원했던 답이고, 사회적 이슈로 던져지기를 바란다"라며, "소아과 전문의로 할 수 있는 것은 교육적으로 접근하는 것이고, 국회에서는 제도를 쏜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입법 조건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전주혜 미디어미래연구소 팀장도 "사회적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으며, SBS 스페셜 '스마트폰 전쟁'을 연출한 강범석 PD도 후속 취재에 대한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 적극적인 해외 사례, 국내선 ICT기업의 책무 마련돼야
해외에서는 영유아 스마트폰 과의존을 막기 위한 법과 가이드라인 등이 마련돼 있다.
김은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에 따르면 미국 소아과 학회에서는 전자기기 화면 노출 시간을 하루 1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만 2세 이하 영유아는 전자기기 화면에 노출시키면 안된다고 권고하고 있다. 지난해 비영리 학부모 단체인 PAUS는 콜로라도주의 소매업자들이 13세 미만에게 스마트폰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홍콩 보건부는 전자기기 사용 지침을 발표해 초등학교 이후 스마트폰을 소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만 2세 이하의 영우아는 전자기기 화면 노출을 피해야 하고, 만 2~5세까지는 부모 관찰하에 하루 1시간 이내 사용, 만 6세~12세까지는 하루 2시간 이내 사용, 만 12~18세까지는 장기간 전자기기 사용을 피하도록 권고했다.
대만은 처벌까지 포함시켰다. 2015년 아동 및 청소년 복지 보호법에 따라 2세 이하 영유아의 전자기기 사용을 금지했다. 18세 미만에서 전자기기 과몰입시 부모 및 보호자에게 벌금 5만 대만달러(한화 약 175만원)을 부과할 수 있다.
프랑스는 2010년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후 올해 7월 3~15세 학생이 학교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국의 경우 올해 국가정보화 기본법에 따라 영유아의 스마트폰을 통한 과도한 인터넷 이용이 영유아의 언어능력, 신체발달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침에 따라 인터넷 중독 예방교육 의무대상에 어린이집을 추가했다.
다만, 영유아 셧다운제를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도 산적하다. 우선 부모의 자율적 교육을 법으로 강제해 막는다는 것은 '피해의 최소성의 원칙'을 위배할 수 있다. 영유아의 스마트폰이 아닌 부모의 스마트폰이기에 규제 대상이 불명확하다. 잉에 따라 부모 명의의 스마트폰에서 유해물 차단도 쉽지 않다.
이에 따른 대안으로 전주혜 팀장은 과의존 예방 교육과, ICT기업의 책무를 제안하기도 했다. 전 팀장은 "방송의 공공성, 공익성도 있겠으나 통신에서도 이에 따른 책무를 고려해야 한다"라며, "영유아 디지털 과의존 예방을 위한 공적책무를 통신사나 제조사가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부처에서도 기존 방향과는 다른 노선을 모색하기로 했다.
오용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보호정책관은 "과의존 위험군에 청소년이 30%로 높지만, 최근 성인보다 영유아쪽 비율이 더 커졌다"라며, "기존 청소년과 달리 영융아는 PC를 넘어서 바로 스마트폰이 이어지는데, 방향을 좀 더 틀어서 생각해보고,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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