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애플이 올해 하반기 선보일 차세대 아이폰 생산에 돌입한 가운데,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중 최고 단일 판매량을 보유하고 있어 세간에 자주 오르내리지만, 전세계적으로 메모리와 디스플레이 수요 대비 공급량이 타이트하게 전개돼 비단 애플만의 문제는 아닌 상황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의 수요 대비 공급량 부족으로 인해 각 셋트업체들의 재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애플의 차세대 아이폰이 생산되고 있는 대만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3D 낸드플래시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올해 출시되는 아이폰의 공급량이 줄어들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애플이 아이폰8에 D램 용량을 3GB로 늘리려 했으나 D램 부족현상으로 2GB로 선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3D 낸드플래시는 공급량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한 타 생산업체들은 지난해말부터 본격적인 상용화에 돌입했기에 정상궤도까지 올라오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 3D 낸드 부족 현상 지속…프리미엄 스마트폰 타격
스마트폰 등 모바일 디바이스에 적용되는 D램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대부분을 담당한다. 3개 업체가 전세계 D램 시장의 약 94%를 유지하고 있다. D램은 공급 부족 상황으로 가격 인상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D램과 달리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도시바, 웨스턴디지털(WD), 인텔, 마이크론 등 자리싸움이 치열하다. 다만 3D 낸드플래시로 제한하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율을 기록하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낸드플래시는 D램과 다르게 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비휘발성 메모리다. 생산공정과 수율, 가격, 신뢰도, 속도, 수명, 크기 등을 고려해 지속 발전해왔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이나 PC에서는 저장장치로 쓰인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에도 2D 낸드플래시가 아닌 3D 낸드플래시가 프리미엄급에서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더 많은 용량의 스마트폰을 요구하고 있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용량을 늘리면서도 슬림한 디자인은 유지해야 한다. 다양한 기능이 결합되면서 공간활용도도 따져야 한다.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용량을 키울 수 있는 3D 낸드가 쓰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낸드플래시는 도체인 플로팅 게이트에 전하를 저장하는 방식이다. 플로팅 게이트는 절연체인 산화막으로 둘러쌓여 있다. 여기에 전압을 걸면 전자가 산화막을 통과, 게이트로 진입하면서 데이터가 저장된다.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셀 간 간섭이 심해진다. 이렇게 되면 신뢰도에 문제가 생긴다.
대안으로 등장한 기술이 3D 낸드플래시다. 옆이 아닌 위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한계를 극복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3D 낸드 세대를 24단, 48단, 64단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단이 더 높을수록 공정의 난이도가 상승한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삼성전자가 시장에서 3D 낸드플래시를 공급하는 유일한 업체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경쟁사 대비 앞선 모습을 보였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말부터 3세대 48단 3D 낸드플래시 양산에 돌입했다. 웨스턴디지털(WD)은 최근 64단 3D 낸드를 SSD에 적용해 선보인 바 있다. 웨스팅하우스 손실로 인해 메모리 사업부 매각을 진행 중인 도시바는 설비투자 선순환 고리가 끊겼다. 인텔과 마이크론은 새로운 대안 찾기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낸드플래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는 기업용 SSD가 가장 먼저 꼽힌다. 소비자용 SSD도 뒤를 잇는다. 모바일 등에 적용되는 3D 낸드가 선택의 뒷편에 자리잡고 있다. 낸드 업체가 우선적으로 적용해야 할 분야에서 뒤쳐진 모바일의 경우 공급량 부족이 더 심화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에 따라 대만 디지타임스는 업계 소식통을 빌려 SK하이닉스와 도시바가 3D 낸드 기술에 대해 예상보다 낮은 생산량을 보여줌으로써 애플의 올해 아이폰에 대한 공급이 줄어들 것이며, 삼성전자에 손을 내밀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삼성전자에 새롭게 손을 내민 것은 아니다. 애플은 아이폰의 저장장치의 경우 SK하이닉스, 도시바와 함께 삼성전자도 낸드플래시 주요 공급처다. 이전부터 D램뿐만 아니라 낸드도 공급해왔다. 이번 소식은 보다 안정적인 수율을 보여주는 삼성전자의 비중을 늘릴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64단 3D 낸드플래시의 비중이 전체 비중의 절반을 넘어섰다. SK하이닉스도 72단 3D 낸드플래시 양산이 시작되면서 올해 전체 낸드 중 3D 낸드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 대안 없는 플렉시블 OLED 공급
메모리 분야에서 3D 낸드가 수요 대비 공급량이 타이트하게 전개되고 있다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플렉시블 OLED의 채택율이 늘어나면서 공급량 부족 상태에 빠져 있다.
디지타임스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아이폰8의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을 위해 OLED 패널을 전폭 지원하겠다고 애플과 약속했지만, 아이폰8이 실제 판매에 돌입하는 9월에는 OLED 공급 부족으로 300만대에서 400만대 가량만 선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애플은 올해 OLED 기반 아이폰 출하량이 5천만대에서 6천만대 수준으로 예측된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7천만대 이상의 플렉시블 OLED를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전세계 중소형 플렉시블 OLED 패널 점유율이 90% 이상에 달할만큼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올해 역시 당장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플렉시블 OLED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반기 스마트폰에 채택되는 플렉시블 OLED 패널이 늘어나면서 애플마저도 수급에 진통을 겪는다. 삼성디스플레이도 내부 계열사를 염두해 갤럭시 시리즈에 우선 공급할 공산이 크다. 플렉시블 OLED를 사용하고 있는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고려한다면 애플에게 돌아갈 물량이 여유롭지 않다.
대안의 부재도 삼성디스플레이 의존도를 더 높인다. LG디스플레이는 그간 미온적이었던 중소형 OLED 패널 공급을 최근 본격화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그간 중소형 올레드 패널을 파주 4.5세대 E2라인에서 생산해왔다. 생산능력은 원판기준 월1만4천장 수준이다. 최근 경북 구미 6세대 E5라인에서 플렉시블 OLED 양산을 시작했다. 경기도 파주 E6 라인의 경우 내년 양산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다만, 초기 양산 수율이 문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의 평판형 플렉시블 OLED의 경우 80% 이상의 수율을 기록해 안정화된 상태지만, 5.8인치 플렉시블 OLED 기준으로는 수율이 50%에서 6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도 수율 안정화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업체들도 OLED 생산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정부와 합작하거나 금융기관의 대대적 지원, 지자체의 활성화 정책 등과 맞물려 디스플레이 생산 기지 건립이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평판형 OLED 디스플레이 패널 양산에 집중된 상태며, 플렉시블 OLED의 경우 투자 단계에 머물고 있다. BOE와 에버디스플레이 정도가 양산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삼성디스플레이는 플렉시블 OLED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충남 아산탕정 디스플레이 시티 2단지 건설을 검토 중이다. 현재 OLED 생산기지인 A3과 비슷한 수준의 양산 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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