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내년부터 하도급 구조 개선 관련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이 시행되지만 업계에선 여전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원 도급자가 사업금액의 50% 이상 하도급을 줄 수 없고 원칙적으로 모든 재하도급을 금지하는 개정안을 통해 SW 개발용역의 다단계 하도급으로 인한 개발자 처우 악화 등의 문제를 개선하려 한다.
그러나 업계에선 이 개정안에 따라 용역 비중이 적은 상용 소프트웨어(SW) 유통에까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보통 SW·하드웨어(HW) 기업은 총판, 대리점을 거쳐 시스템통합(SI)업체를 통해 발주기관에 납품하는 구조를 갖고 있는데 개정안에선 이런 유통마저 하도급으로 보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SW 개발사가 SI 업체와 직접 거래를 해야 하는 등 지금의 이런 단계적인 유통구조를 축소시켜야 하는데 이는 중간에 있던 총판, 파트너사들의 성장기회를 축소시킨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이런 유통구조를 하도급으로 보고 제한하거나 금지하면 유통 생태계를 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정확히는 올 12월 31일부터 시행되는 이 개정안은 현재 법제처 심사중이다.
◆용역 적은 상용 SW는 하도급 아니다?
결국 문제는 상용 SW를 하도급을 줄 수 있도록 예외로 허용하는 단순물품(구매·설치 용역)으로 볼 수 있느냐다.
그러나 SW 개발 용역과 상용 SW 설치 용역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어디까지를 상용 SW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미래부는 HW만을 단숨물품에 넣었다. 앞서 지난 2일 미래부가 행정예고한 '소프트웨어사업 하도급계약의 적정성 판단기준 전부 개정안'을 보면 하도급 제한의 예외대상인 단순물품(구매·설치 용역)의 적용범위를 HW와 설비로 정의했다. HW 유통은 하도급으로 보지 않겠다는 의미다.
여기서 상용 SW는 빠졌다. 현재 여론수렴 과정에 있다고는 하나 상용 SW는 단순물품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미래부의 기본 입장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이 필요없는 상용 SW에 한해 일부에서 요구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업계 의견을 수렴해 필요하다면 고시로 정할 방침"이라고 답했다.
업계 일각에선 HW 구매는 물론 용역 비중이 적은 SW 구매는 단순물품으로 보고 하도급 제한 예외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SW 사업은 유형에 따라 하도급 형태가 다양해 지금처럼 일괄적으로 제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규제 목표는 SW 개발 용역의 다단계 하도급 관행이었다"며 "용역 비중이 적은 상용SW 구매·설치용역까지 제한하는 것은 입법의 범위와 목적을 넘어서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SW 기업들이 공공기관에 SW를 납품하기 더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다. SW 개발사들이 총판이나 파트너들을 통해 해온 유통까지 직접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원 도급자인 SI 업체도 하도급 50% 규정을 맞추기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
이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국내 SW 기업들이 유통·설치·유지보수까지 모두 담당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SI 업체로서도 기존에 총판이나 대리점들이 하던 역할을 SI나 SW기업이 나눠 맡아야 해 그만큼 인력이나 조직을 확대하니 비용 등 위험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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