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나영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미디어 생태계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난개발식 허가를 내준 종편사업이 결국 출범 2년 만에 '사업계획 변경' 요구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허가를 받기 위해 투자에 적극 나서겠다는 달콤한 계획서를 남발한 종편사업자들과, 허가권을 남발한 정책당국 모두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방통위에 따르면, MBN은 지난 9일 종편 허가신청 당시 제출했던 사업계획서에 대한 변경 승인을 신청했다. '콘텐츠투자'와 '재방비율'에 대한 사업계획 변경이다.
MBN은 당초 사업계획서에 지난해 콘텐츠에 1천66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나 실제 투자금액은 이보다 턱없이 부족한 711억원에 불과했다. 목표했던 투자액의 42.8% 수준이다. 이 때문에 지난 21일 방통위로부터 지난해 콘텐츠 투자계획 중 미이행 금액과 올해 계획한 투자금액을 올해 12월말까지 이행하라는 시정명령을 받았다.
사업계획 변경 내용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콘텐츠 투자부분을 지난해 집행된 투자금액 수준으로 낮출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사업계획 변경이 받아들여질 경우 시정명령도 변경된 사업계획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MBN이 사업허가 변경을 원하는 이유는 경영환경이 날로 열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업계에서 전망했던 것보다 종편사업자 수가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졌고 경기침체로 광고시장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방통위가 발표한 방송사업자들의 2012년 재산현황에 따르면, MBN이 256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JTBC가 1천32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채널A가 619억원, TV조선이 553억원을 기록했다. 종편 4사의 손실액 합계는 2천754억원에 달한다.
방통위의 시정명령을 받은 TV조선 등의 다른 종편사업자들도 사업계획서 변경을 신청하겠다는 입장이다. TV조선은 지난해 1천575억원을 콘텐츠에 투자하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604억원(38.3%)에 그쳤고 JTBC는 투자계획 금액 2천196억원 중 1천129억원을, 채널A는 1천804억원 중 985억원만 투자했다.
현재 방통위는 사업계획 변경에 대한 가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방통위 관계자는 "과거 춘천MBC가 두 차례 사업계획 변경을 한 사례가 있는데 받아들여진 적이 있으며, 그렇지 않고 거부된 사례도 있다"라고 "만약 종편의 사업계획 변경이 승인되더라도, 기존 사업계획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어떠한 형태로든 패널티는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 역시 전체 미디어 시장의 파이와 종편사업자 숫자를 고려하지 않은 채 4개의 사업자를 선정함으로써 이같은 상황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재승인을 앞두고 시장환경이 달라졌다고 사업계획을 자신들이 편한대로 변경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애초에 방통위가 시장상황과 종편 선정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를 분석한 후 엄격한 기준을 바탕으로 승인을 했어야 했는데, 제대로 된 평가 없이 정치적인 판단으로 승인을 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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