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요즘 야구계가 울상이다. 신생 구단인 엔씨와 류현진이 떠난 한화가 개막 벽두부터 연패 늪에 빠진 때문이다. 예상은 했지만, 훨씬 더 심한 전력차 때문에 이만 저만 고민이 아니다.
이런 걱정에 빠진 건 야구계 뿐만이 아니다. PC업계도 마찬가지다. 태블릿과 스마트폰 바람 때문에 PC 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란 건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었다.
그런데 막상 두껑을 열어보니 생각보다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하다. 올 1분기 PC 출하량이 사상 최대 감소율을 기록한 때문이다.
◆"1994년 이후 최악" 평가
IT 전문 조사업체인 IDC가 10일(현지시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PC 총 출하대수는 7천630만대로 집계됐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나 줄어든 것이다.
이는 연초 IDC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안 좋은 수준이다. IDC는 지난 1월 1분기 PC 출하량이 7.7% 정도 줄어들 것이란 예상 보고서를 내놓았다. 감소율이 예상치의 두 배 수준에 이른 셈이다. 1994년부터 PC 시장을 계속 분석해 왔던 IDC 연구원 조차 "사상 최악의 분기"라고 평가할 정도다.
게다가 PC 출하량은 1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신 운영체제인 윈도8에 포함된 터치 기능도, PC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선보인 울트라 슬림 노트북도 한번 떠난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시장 상황은 단순히 숫자로 나타난 것 이상으로 안 좋은 편이다. IT 전문 매체 기가옴은 "숫자만 보면 사람들은 여전히 PC를 구매한다"면서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좀 더 저렴한 PC 쪽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태블릿 구매 쪽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레노버 제외한 5대 업체, 전부 두자릿수 감소
이런 상황은 업체별 실적을 살펴봐도 한 눈에 알 수 있다. 5대 PC업체 중에선 중국 기업인 레노버만이 유일하게 지난 해 출하량 수준을 유지했다. 최대 PC업체인 휴렛패커드(HP)를 비롯해 델, 에이서, 에이수스 등은 전부 두 자릿수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HP는 23.7%, 에이서는 31.3%나 출하량이 감소하는 충격을 겪었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유명한 애플도 'PC 엑소더스'를 피하지는 못했다. 지난 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맥 판매량이 늘었던 애플은 이번 분기 들어선 노트북과 데스크톱 모두 출하량이 감소했다.
IDC는 "미니 노트북 출하량이 줄면서 로엔드 시장이 큰 타격을 받았다"면서 "이런 가운데 태블릿과 스마트폰이 소비자들의 지출을 분산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PC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도입한 터치 기능과 울트라 슬림 제품 역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IDC는 "터치기능과 울트라슬림은 가격과 부품 공급이란 전통적인 장벽에 막혔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기대했던 윈도8 역시 소비자들에게 큰 반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T 전문 매체인 아스테크니카는 이 같은 시장 상황에 대해 "넷북은 갔으며, 울트라노트북은 생각만큼 팔리지 않고 있다"고 분석한 뒤 "터치스크린 같은 것들이 성공하고 있긴 하지만 전통적인 컴퓨터를 갉아먹은 측면이 더 강하다"고 지적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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