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고(故) 육영수 여사는 '큰 영애' 박근혜에 대해 "보통 여인들이 가는 평범한 길을 가지는 않을 것 같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고 한다. 육 여사가 미래를 예측했던 것일까. 2012년 12월 19일, 박근혜는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역사를 써냈다.
박근혜 당선인은 1952년 2월 2일 대구시 삼덕동에서 아버지 박정희와 어머니 육영수 사이의 맏딸로 태어나 두 살 때부터 서울에서 자랐다. 이후 1961년 5.16을 일으킨 박정희가 2년 뒤인 1963년 5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큰 영애'로 불리게 됐다. 당시 박 당선자의 나이는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어머니의 영향을 크게 받은 박 당선자는 소박하고 검소했다. 대통령의 딸이었지만 도시락에는 보리쌀이 반쯤 섞인 밥에 계란말이와 멸치볶음이 전부였다. 옷은 어머니의 것을 줄여 입었다.
박 당선인은 학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성심여중·고 시절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고, 서강대 이공학부를 4년 평균 학점 4점 만점에 3.82로 수석 졸업했다.
1974년 대학 졸업 후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던 박 당선자는 그해 8월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비극을 마주했다. 박 당선자는 당시 일기에 "날카로운 칼이 심장 깊숙이 꽂힌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고 적었다. 그러나 곧바로 마음을 추스르고 어머니를 대신해 퍼스레이디 역할을 수행했다. 그의 나이 28세의 일이었다.
하지만 비극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1979년 10월27일 새벽 1시30분경 아버지를 흉탄에 잃었다. 이때 박 당선자는 "전방에는 이상이 없습니까"라고 물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일기에 "소탈한 생활, 한 인간으로서의 나의 꿈, 이 모든 것을 집어던지기로 했다"(1974년 11월10일)고 적었듯, 박 당선자는 이미 모든 것을 내려놓은 뒤였다.
1979년 11월 청와대를 나온 박 당선자는 은둔 생활을 시작했다. 육영재단·영남재단·정수장학회 일을 맡았다 놓았다 했을 뿐 눈에 띌 만한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박 당선인이 정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1997년 대한민국이 외환위기에 휘청이면서다. "나 혼자만 편하게 산다면 죽어서 부모님을 떳떳하게 뵐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유였다.
박 당선인은 1997년 12월10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면서 정계에 입문해 이듬해 대구 달성 재보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러나 '대통령의 딸 박근혜'의 인생이 그러했듯, '정치인 박근혜'의 인생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박 당선인은 2002년 2월 총재직 폐지, 당권·대권 분리 등을 요구하며 당 총재이던 이회창과 마찰을 빚어 한나라당을 탈당,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했다. 이후 2002년 11월 한나라당에 다시 합류했지만 '차떼기 수사'에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이 덮쳤다.
이에 구원투수로 나선 박 당선인은 '천막당사'로 당을 위기에서 구해냈고, 이후 각종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해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6년 지방선거 때 유세 도중 '테러'를 당해 대수술을 받고도 "대전은요"라고 선거 판세를 물은 일화는 유명하다.
지난 2007년 박 당선인은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 패했으나 깨끗이 승복하고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기여했다. 그러나 2008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친이 친박 갈등이 일었고, 이후 18대 국회에서 주요 사안마다 이명박 대통령과 첨예한 각을 세워 왔다.
지난해 말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로 수세에 몰리자 박 당선자가 두 번째 구원등판에 나섰다.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박 당선인은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대대적 당 쇄신을 단행했고, '총선 참패'가 예견됐던 새누리당은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난 7월, 여야를 통틀어 가장 먼저 18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박 당선인은 '국민대통합'을 전면에 내걸고 보수·진보를 아우르는 광폭행보를 이어왔다.
내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우려하며 '민생 대통령', '준비된 대통령'의 이미지를 부각시켰고, 자신의 '아킬레스건'인 5.16, 유신 등 과거사와 관련해서는 수차례 사과를 통해 진정성을 알렸다. 결국 박 당선인은 2012년 12월 19일 국민의 선택을 받아 18대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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