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또 다른 무기 '탁월한 공급망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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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면 지구끝까지"...전 과정 촘촘하게 관리

[원은영기자]혁신적인 기술력과 탁월한 마케팅 전략. 애플의 성공 요인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덕목들이다.

하지만 애플의 성공 비결엔 한 가지 요인이 더 있었다. 바로 탁월한 공급망 운영 능력. 이를 위해 애플은 때론 발품을 팔아 적합한 회사를 발굴하는가 하면 때론 공급 물량 자체를 독점하는 등의 방법으로 경쟁 우위를 유지했다.

비즈니스위크는 7일(현지 시간) 애플의 성공 비결엔 혁신적인 기술력과 뛰어난 마케팅 전략 못지 않게 탁월한 공급망 운영 능력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맥북에어 녹색 광선 탄생시킨 애플의 기동력

애플의 탁월한 공급망 운영 능력이 유감 없이 발휘된 대표적인 사례로 맥북 디자인 작업 때를 꼽을 수 있다고 비즈니스위크가 전했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애플의 명품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는 조너선 아이브 부사장은 새로운 맥북 디자인을 고민하던 중 뭔가 새로운 기능을 구상했다. 맥북에 설치된 카메라가 켜져 있을 땐 녹색 광선이 비치도록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 녹색 광선은 맥북에어를 좀 더 고급스럽게 만든 기능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당시엔 이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빛이 금속을 통과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아이브는 제조팀 및 금속 전문가들을 즉시 소집했다. 그리곤 불가능한 아이디어를 가능하게 만들 방법을 알아내라는 엄명을 내렸다.

이들은 수소문 끝에 맞춤식 레이저를 이용해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빛은 통과시킬 수 있는 아주 작은 구멍을 알루미늄 케이스에 뚫을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냈다.

하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 이 기능을 대량 생산할 제품에 적용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 그래서 애플은 마이크로칩 제조용 레이저 장비를 만드는 회사를 찾아내 그 작업을 일임했다. 장비 한대당 가격은 25만달러. 애플은 그 회사와 독점공급 계약을 체결해 수백대의 장비를 구입했다. 덕분에 맥북에어 상단 중앙에 녹색 광선이 빛날 수 있도록 미세한 구멍을 뚫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맥북에어 이용자들은 '녹색 불빛'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이 사례에서 애플이 보여준 제품 공정에서의 창의성이야 말로 엄청난 경쟁우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즈니스위크는 지적했다.

휴랫패커드(HP) 전 공급망 책임자였던 마이크 폭스는 "애플이 보여주는 운영의 탁월함은 전례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때론 공급업체와 함께 합숙하기도

애플은 1997년 스티브 잡스가 복귀한 이래 공급망의 핵심 부문 혁신에 남다른 공을 쏟았다. 당시 대부분의 컴퓨터 업체들은 항공기보다 저렴한 해운 운송을 이용했다.

그러나 잡스는 신제품이었던 아이맥을 성탄절 연휴 전까지 대량 조달하기 위해 5천만 달러를 들여 휴가기간 동안의 모든 항공 화물편을 사들였다고 당시 조달 담당자인 존 마틴은 말했다. 그 때문에 컴팩과 같은 업체들이 항공화물 예약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애플은 필요하다면 엄청난 돈을 지출해서라도 규모의 경제를 이끌어낸다. 공급망 전반에 스며 들어 있는 이런 정신은 제품 디자인 단계부터 시작된다. 때론 공급업체와 합숙훈련도 마다하지 않는다.

몇 가지 제품라인에 집중하고 보다 맞춤화된 생산방식을 추구하는 '애플식 운영'은 엄청난 이점으로 작용한다.

가트너 애널리스트인 매튜 데이비스는 "애플은 대단히 단일화된 전략을 가지고 있으며 그러한 전략을 중심으로 모든 비즈니스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데이비스는 최근 4년 동안 애플을 세계최고 공급망을 가진 회사로 선정했다.

애플은 공급망에 대한 내년도 자본 지출을 지금의 두배 가량인 71억달러로 늘릴 계획이다. 또 핵심 공급업체에는 별도로 24억달러를 선불 지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같은 전략 덕분에 애플은 대량의 물품을 저가로 조달받을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경쟁업체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줄이는 효과도 얻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아이폰4가 출시되기전 HTC와 같은 경쟁사들은 필요한 만큼의 스크린 물량을 구매할 수 없었다고 HTC 전 간부는 말했다. 애플의 주문량을 싹쓸이해 간 때문이다. 또 한 드릴 업체 관리자에 따르면 애플이 아이패드 2의 내부 케이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고급 드릴을 사들이는 바람에 다른 업체들은 최소 6주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드릴을 기다려야 했다고 전했다.

◆ 공급망 전 과정 통제

애플은 또한 디자인에서부터 소매점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단위의 제품 공급망에 통제력을 행사하는 이른바 폐쇄적 생태계를 형성한다고 관련 업무에 종사했던 애플 전 직원들은 밝혔다.

애플과 함께 일했던 한 컨설턴트에 따르면 애플은 제품 노출을 피하기 위해 한번은 토마토 상자에다 제품을 넣어 운송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아이패드 2가 처음 등장했을 때에도 최종 완성된 제품을 포장하고 항공 화물로 운송해 최종 도달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애플 직원들이 하나하나 감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 및 공급망에 이어 제품을 판매하는 소매점에서도 애플이 가진 운영상의 이점은 여실히 드러난다. 일단 제품이 판매에 들어가면 애플은 스토어당, 시간당 수요를 측정해 생산 예상치를 매일 조정한다. 만약 주어진 물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제품 판매에 병목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수 백만 달러를 들여 추가 생산장비를 구입할 수 있도록 승인해 효율적인 매장 운영이 가능하다.

이같은 전략적 운영으로 애플은 지난 분기 총 마진 40%를 기록, 대부분의 하드웨어 업체 수익이 10~20%에 불과한데 반해 엄청난 수익을 남겼다. 비즈니스위크는 이같은 성과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의 능력에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쿡은 비즈니스에서 공급망을 전략적 무기로 사용하는 내용을 담은 책 '시간과 경쟁하기(Competing Against Time)'의 사본을 동료들에게 돌려보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마틴에 따르면 쿡은 효율성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상한 우유를 살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는 문구를 자주 사용한다.

원은영기자 grac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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