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이사회가 스티브 잡스를 축출한 사건만큼이나 어리석은 결정이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최고경영자(CEO)가 9일(현지 시간) 마크 허드를 사임시킨 휴렛패커드(HP) 이사회를 강하게 비난했다고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엘리슨은 HP 이사회가 마크 허드를 사임토록 함에 따라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됐다고 비난했다. 그는 HP 이사회의 이번 결정은 수 년 전 스티브 잡스를 축출한 애플 이사회 만큼이나 어리석은 처사라고 비판했다.
올초 오라클의 찰스 필립스 사장도 8년 간이나 다른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해 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제기됐다. 하지만 필립스는 여전히 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성희롱 의혹에 휘말린 허드 CEO는 지난 6일 전격 사임했다. 조사 결과 성 희롱을 한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지만 부정확한 비용 지출 관련 보고를 한 사실이 드러나 결국 사임했다.
한 때 HP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오라클은 최근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하면서 라이벌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두 회사 수장인 엘리슨과 허드 역시 시장에선 서로 경쟁하는 사이였다.
하지만 둘은 개인적으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특히 테니스 광인 두 사람은 실리콘밸리에 있는 엘리슨의 집에서 함께 테니스를 칠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6대4로 결정해놓곤 만장일치라고 거짓말"
물론 엘리슨이 HP 이사회를 비난한 것은 개인적인 관계 때문만은 아니다. HP 이사들이 기업 지배 구조나 주주 이익 측면에서 어리석은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뉴욕타임스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허드를 잃음에 따라 HP 이사회는 종업원, 주주, 고객, 그리고 파트너 회사들의 최대 이익을 보장하기 힘들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HP 이사회 역시 조사 결과 마크 허드를 둘러싼 성 추문 자체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엘리슨은 HP 이사회가 마크 허드의 성 추문 의혹을 공개하기로 결정하는 과정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엘리슨에 따르면 HP 이사회는 허드 성 추문 의혹 공개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인 끝에 공개하자는 의견이 6대 4로 우세했다.
하지만 HP 이사회는 외부에 발표할 때는 "만장일치로 마크 허드의 성희롱 의혹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떠들썩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HP 이사회는 허드가 성 희롱을 했다는 증거는 찾아내지 못했다. 또 허드와 전직 여배우인 조디 피셔 역시 심각한 사이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엘리슨이 허드를 사임으로 내몬 HP 이사회의 결정을 비난한 것은 이런 정황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HP 이사회의 이번 조치는 수 년 전 애플 이사회가 스티브 잡스를 축출하기로 한 이후 가장 어리석은 결정이다"고 비난했다.
애플 이사회는 지난 1986년 존 스컬리 주도로 이사회 투표를 통해 스티브 잡스를 내쫓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 축출 이후 추락을 거듭했던 애플은 결국 다시 잡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수모를 겪었다.
안희권기자 arg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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