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가 현재 국내특허만 6만여건, 미국 내 특허는 1만8천여건이나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특허수지 면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최근 기자들을 대상으로 특허전략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각 기업 및 국가의 특허 관련 대응책 및 자사 현황을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 지적재산권(IP)전략팀 고위관계자는 한 해 특허를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만 수 백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IBM과 특허최다보유 경쟁…'특허적자'는 수년 더 지속될듯
삼성전자는 미국 IBM과 함께 특허 보유 면에서 세계 최다 수준을 자랑하는 '특허강자'다. 하지만 아직까지 특허를 이용해 벌어들이는 돈보다 로열티로 지급하는 비용이 많아, 수 년 동안은 특허수지가 적자를 지속할 전망이다.
지난 1969년 설립된 삼성전자는 1984년에 처음 미국특허를 등록했으며, 이듬해인 1985년에는 미국디자인(의장) 특허도 등록했다. 지난 1994년엔 미국 누적특허가 1천건, 2003년엔 1만건으로 늘어나기에 이르렀다.
지난 2002년 성균관대 전병우 교수팀과 공동으로 제안한 차세대 동영상 압축·복원 기술이 'ITUH.264/MPEG4 AVC 규격(H.264)' 부문의 국제표준으로 선정돼, 최근 연간 수백억원대 수입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특허에 대해 발 빠르게 대응하기 시작한 미국 등 해외업체에 비해 원천특허가 부족한 탓에, 걸핏하면 특허소송을 당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 지난 1986년 미국 텍사스인스투르먼트(TI)로부터 처음 소송을 당해 패배한 이후, 최근 소니에릭슨이 대규모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바람 잘 날이 없는 상황이다.
이날 강연을 맡은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정보통신 영역에서 시장이 어느 정도 정점에 이르면서 각 기업들이 특허를 활용한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이에 대한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허 경쟁력 확보에 역량 집중
세계 최다 수준의 특허 보유 회사인 삼성전자는 특허수지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특허 경쟁력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김광호 부사장을 특허담당 최고책임자(CPO)로 처음 임명해 특허전략을 지휘하도록 했다. 또 향후 산업의 흐름을 내다보며 세계 각지에서 특허를 매입하는데 활발히 나서고 있다. 사내 인력 중 특허발명자에 대해 많게는 2천 달러와 로열티 수입에 따른 추가 장려금을 지급하면서 특허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주요 글로벌 IT기업 가운데 델은 특허경쟁력이 낮고 제품경쟁력은 높은 반면, IBM은 특허경쟁력은 높으나 제품경쟁력은 떨어지는 상태"라며 "삼성전자의 경우 특허 수는 세계 최다 수준이지만, 원천·수익특허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은 기초과학과 원천기술 개발에 강한 자국기업에 유리하도록 특허심사를 강화하고 있고, 일본은 지난 2003년 총리 산하에 지식재산전략본부를 설치하며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민관이 함께 나서 '특허전쟁'에 면밀히 대응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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