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예진 기자] 법원이 엔씨소프트(이하 엔씨)와 웹젠간 게임 저작권 소송에서 엔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엔씨와 웹젠 모두 항소하겠다고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게임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1부는 엔씨가 웹젠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중지 등 청구 소송에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대한 청구를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다"고 판결했다.
엔씨가 2021년 6월 웹젠의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R2M'이 자사의 '리니지M'을 표절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지 약 2년 2개월 만이다.
재판부는 "'R2M' 이름으로 제공되는 게임을 일반 사용자들에게 사용하게 하거나 이를 선전·광고·복제·배포·전송·번안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청구 금액을 넉넉히 초과할 것은 명백한데 정확한 금액까지 심리하지 않아 청구 금액 범위에서는 그대로 인용을 했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10억 원 및 이에 대해 2021년 6월 29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언급했다.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라고 덧붙였다.
◆ 판결문 뜯어보니 "저작물 침해까진 아니지만…'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맞다"
판결문을 보면, 엔씨의 청구는 'R2M 서비스 종료(침해 행위 중지)'와 '손해배상'인데 이 두 주장이 모두 인용됐다. 또한 청구의 주된 논거는 ▲저작권 침해(저작권법 위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이 중 '저작권 침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거의 실질적으로 유사한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 만으로 피고가 원고 게임 전체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피고 게임에는 원고 게임과 전체적 분위기에 있어 매우 유사한 느낌이 있다고는 보이나, 이는 피고가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 아이디어와 위 아이디어를 게임화하는 데 있어 공통적 또는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표현 형식을 차용한 데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원고 게임과 매우 유사한 방식의 피고 게임이 출시되면서 원고가 경제적 이익을 침해당하고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리니지M'에 든 1천억원이 넘는 개발비용, 매출·명성과 고객흡입력 등에서 '리니지M'이 부정경쟁방지법의 보호대상인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도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리니지M' 출시 이후 'R2M' 외에도 유사한 방식의 게임이 다수 출시됐다는 웹젠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의 위 시스템이 MMORPG 업계에서 보편화된 공유의 영역에 속한다거나 또는 사실상의 표준이 됐다고 보긴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별다른 근거가 없다"고 했다.
유사한 게임 출시에 대한 규제 필요성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부정경쟁으로라도) 피고의 행위를 규제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게임업계에서 굳이 힘들여서 새로운 규칙의 조합 등을 고안할 이유가 없어지게 될 우려가 있다"라고 판시했다.
◆ 웹젠 "저작권 침해 아냐" VS 엔씨 "10억은 청구액 일부에 불과"
웹젠은 즉각 항소장을 제출했다. 웹젠 측은 "제1심 판결은 엔씨소프트가 제기한 2건의 청구 중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대한 청구만을 인용한 것으로 제1심 재판의 주된 쟁점이었던 '저작권 침해' 주장은 기각됐다"며 "그럼에도 1심 법원은 부정경쟁행위로 인정한다는 판결을 했는데 이에 항소로 다툴 것"이라고 강조했다.
웹젠 게임사업본부도 'R2M' 공식 커뮤니티에서 "R2M의 게임 서비스가 실제로 중단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한 법적 대응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항소심의 법원 판단이 마무리될 때까지 R2M의 서비스가 멈추는 일은 없다"고 언급했다.
법원 판결에 따라 웹젠은 이날 'R2M' 영업정지를 공시했지만, 이처럼 웹젠이 실제 게임이 중단되지 않도록 끝까지 다투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웹젠이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것으로도 관측된다.
반면 엔씨 측은 배상액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청구 내용이 모두 인용됐지만 앞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액은 피해 규모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엔씨는 "이번 판결이 게임산업 인식 변화에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1심의 청구 금액은 일부 청구 상태로, 항소심(2심)을 통해 청구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예진 기자(true.ar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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