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휴가철 폭염·폭우 피해 위험성이 커지는 가운데 여야가 27일 각각 학교와 시장을 찾아 민생 점검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소상공인 등 에너지 피해계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의 필요성을 집중 부각했다. 그러나 여권은 추경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관악구 신사시장을 찾아 지역 상인들과 '여름철 폭우·폭염 대책 마련 간담회'를 가졌다. 관악구는 지난해 서울 지역 집중호우로 반지하 일가족이 사망하는 등 큰 피해를 겪었던 곳으로, 이 대표는 간담회 전 인근 반지하 주택의 폭우 대비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간담회에서 "지금 제일 답답한 문제는 이렇게 경제 상황이 어려울수록 정부가 역할을 더 많이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이라며 추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여름 폭염 대비 에너지(요금) 지원이나 중·소상공인 여러분들의 경제적 지원을 위한 추경이 꼭 필요하다"며 "35조원 규모의 추경을 제안했는데 정부·여당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해 걱정"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주 국회연설에서도 ▲에너지·물가지원금 지급 ▲금융취약계층 생계비대출 지원 등을 골자로 한 총 35조 규모의 추경을 정부에 제안한 바 있다. 그는 당시에도 "현재의 경제침체와 국민 고충 등을 고려한다면, 국채를 늘려서라도 재정이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정부·여당도 추경 필요성을 이해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날 이 대표와 비슷한 시간에 국회에서 민생경제회복TF 회의를 열고 추경 추진 계획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TF단장이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간사인 강훈식 의원은 "정부가 내달 6일까지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을 요구한다"며 "예결위를 지난해보다 1달정도 빠르게 열 계획이다. 역대급 폭우와 폭염 예상되기에 (추경에) 하루도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현재 다른 야당과 함께 추경을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며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은 추경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추경 편성의 키를 쥐고 있는 국민의힘은 미온적이다. 예산·추경안의 발의와 증액은 정부만이 할 수 있는데, 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여당은 기존 예산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여의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정부 관계자와 함께 '여름철 냉방비 지원대책 당정협의'를 갖고 ▲학교 전기료 인상분 추가지원 ▲취약계층 '에너지바우처' 지원 강화 ▲'에너지캐시백(전기료 절약분 환급)' 범위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여름철 냉방비 지원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당정에서 대책 재원 마련을 위한 추경의 필요성은 언급되지 않았다.
여당은 대신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 등에 에너지 위기의 책임을 돌렸다. 김기현 대표는 당정협의에서 "갑작스럽게 추진됐던 탈원전때문에 전기요금이 폭등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에너지 정책이 빨리 정상화되고 예측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전임 정부의 에너지정책 오류로 전기료 인상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부·당국도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정부 역시 추경과 거리를 두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일자리는 정부의 직접 재정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며 야당의 추경 요구를 에둘러 반대했다. 정부 경제 수장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야당의 추경 편성 주장을 거부하는 대신 정부 재정수지를 관리하는 '재정준칙'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당 (민생경제회복)TF를 중심으로 추경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지만 정부·여당의 반대가 너무 완고하다"며 "추경 마련까지 지난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여당 관계자는 "여름철 폭우·폭염, 에너지 피해 등이 우려되지만 '재정(추경) 확대'가 아닌 '재정 효율화'로 우선 풀자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며 "야당과의 당장의 협의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