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여당이 '전광훈·태영호 논란' 등 도덕적 위기를 극복한 점을 강조하며 더불어민주당에게 진영정치 해소와 국민통합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만남도 "터놓고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다"며 자신있는 모습을 보였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비전발표 기자회견'에서 '진영정치와 국민통합에 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민주당은 개딸(강성지지층)의 포로가 돼 있다고 말씀드린다. 팬덤에서 빨리 벗어나길 진심으로 충고한다"며 "우리 당은 국민 정서와 과도하게 (괴리된) 세력과는 절연했다. 우리 당은 진영정치, 팬덤정치에 매몰되지 않는 준비를 갖췄다"고 밝혔다. 얼마 전 여권에서 벌어졌던 '전광훈 목사 논란'과 '김재원·태영호 막말 사태'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여당은 최근 전광훈 목사 예배에서 실언한 김재원 최고위원과 제주 4·3발언 등으로 물의를 빚은 태영호 전 최고위원을 징계한 바 있다.
김 대표가 진영정치 극복을 강조하자 기자들 사이에서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그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회동과 관련해 "공개토론과는 별도 (비공개) 회담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에 대한 답변이 계속 오지 않더니 어제 갑작스레 (이 대표가) 추경 관련 회담을 요청했다"며 "추경에 대한 생각은 다르지만 민생과 국정운영을 위해서라면 터놓고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다"고 했다. 당초 김 대표와의 비공개 회담을 지양하던 이 대표는 전날(14일) 김 대표에게 추경 논의를 위해 비공개 회담을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국민통합과 관련해 회계감사, 시위 진압 등으로 노동계와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에는 "적대가 강화된다는 표현은 매우 동의하기 어렵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노동 비리를 척결하고 있다. (정부지원금 부정 사용 등) 비리를 지적한다고 노동계와 적대관계가 되는 것이냐"고 덧붙였다.
회견에서는 총선과 관련된 질문도 이어졌다. 총선 승리 복안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도깨비(방망이) 식 비결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일시적 눈가림 정치보다 꾸준한 정치로 승부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회견 모두발언에서 자신을 이재명 대표의 '사이다 정치'와 비견해 천천히 숙성되는 '와인 정치'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의 악재에도 국민의힘이 반사이익을 못 보고 있다는 지적에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진영정치가 강고해진 것이 문제로 보인다"며 도덕성 강화로 중도층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최근 하급심(1·2심) 유죄판결자도 공천받을 수 있게 당규를 고친 민주당을 겨냥해 "우리 당은 하급심이라도 집행유예 이상을 받으면 공천에서 원천 배제된다"고 강조했다.
총선 '검사 공천' 우려와 관련해서는 "(여당이) 검사 공천, 검사 왕국이 될 것이라는 얘기는 터무니없는 억측"이라며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능력 있는 사람, 시스템 공천을 통해 주민의 지지를 받는 분이 공천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고 국민 편에 서서 불편부당하게 정치활동을 해왔다"며 당내 공정한 총선 공천을 약속했다.
김 대표는 국회의원 정수 축소 등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 "의원(정수) 감축은 국민의 요청이다. 실제 생산성 면에서도 의원 정수를 굳이 300명(현행)으로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확신하는 사람"이라며 "적절한 시점에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앞서 복수의 언론을 통해 이날 김 대표가 '의원 정수 축소(30석)', '불체포특권 폐지'를 골자로 한 정치개혁 비전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무산됐다.
김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발돋움할지 포퓰리즘에 빠져 희망을 잃은 나라가 될지는, 내년 총선에 달려 있다"며 "국민의힘이 실력 있고 유능한 정당이라는 사실을 결과로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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