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1천300만 가입자 규모의 알뜰폰(MVNO) 시장을 놓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동통신 3사 자회사는 시장 점유율 상한, 도매대가 이하 요금 금지 등 각종 규제를 받는 데 반해 금융사의 알뜰폰 사업자는 아무런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간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등 알뜰폰 정책이 이래저래 꼬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권 알뜰폰 시장 진출에 대해 이동통신업계가 요청했던 도매대가 이하 요금제 출시 제한, 점유율 상한선 규제 등은 당분간 도입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융위는 12일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리브모바일(리브엠)’을 정식 승인했다. 규제샌드박스 특례를 적용받아 4년이라는 일몰 시한을 두고 운영됐는데 이번 승인으로 기한 제약 없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제는 리브엠 승인 과정에서 이통 3사 알뜰폰 자회사에 적용되는 규제가 하나도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이통 3사의 알뜰폰 자회사 사업을 승인하면서 도매대가 이하 요금제 판매 금지, 시장 점유율 제한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이통 3사 자회사들은 알뜰폰 가입자 선호도가 높은 월 10GB대 데이터 LTE 요금제를 3만3천원에서 3만8천원 수준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 요금제의 도매대가인 3만3천원보다 낮게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리브엠은 비슷한 데이터 요금제를 2만7천원에 내놓고 있다.
알뜰폰 자회사 관계자는 "리브엠은 도매대가 이하 요금제 판매 금지나 사은품, 프로모션 등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며 "같은 사업을 하는데도 금융사 알뜰폰 사업자가 훨씬 더 유리한 조건에서 경주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통신업계는 리브엠이 규제샌드박스 특례를 통해 가입자 수 40만명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상 특혜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반발한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VNO)는 "리브엠은 도매대가 이하 요금으로 판매해 단기간 42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며 "리브엠은 알뜰폰 사업으로 2020년 139억, 2021년 184억의 손실을 보고 있는데 그 손실금액은 고객이 KB은행에 맡긴 예금으로 이는 KB고객의 손실과 직결되는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가입자 42만명의 리브엠은 시장 점유율이 2% 수준으로 '시장 점유율 규제'도 받지 않는다. 반면 이통3사 자회사 알뜰폰 사업자는 같은 계열과 합쳐 점유율 50%를 넘어서는 안된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측은 "이통 자회사에 점유율 상한선을 부여한 것과 같이 금융사 사업자에도 점유율 제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규제 논란이 충분히 예상되는데도 금융위가 과기정통부와 사전 협의를 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금융위가 리브엠 승인 결과를 발표할 당시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결과를) 지금 확인했다"며 "(때문에) 금융권 알뜰폰 점유율 상한선 규제나 진입 방안 등은 당장 언급하긴 어렵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시장 점유율은 과기정통부가 관리해야 할 사항"이라며 "점유율 문제가 있다고 하면 과기정통부에서 어떤 조치가 들어가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한편, 신한은행과 농협 등은 당장 알뜰폰 시장에 진출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알뜰폰과 금융 상품을 연계해 금융 가입자를 늘릴 수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금융권의 알뜰폰 진출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안세준 기자(nocount-j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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