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분야의 설비(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상향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했다. 지난 1월 19일 최초로 정부안이 제출된 지 71일만이다. 국회 논의 과정을 통해 수소·전기차 분야로도 세제 혜택이 확대되면서 국내 첨단산업 전반에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을 재석 231명 중 179인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반대는 13표, 기권은 39표다.
조특법 개정안은 지난해 통과된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 개정안과 함께 이른바 'K칩스법'으로 불려왔다.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 등 현행 국가전략기술 분야의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대·중견기업은 15%, 중소기업은 25%까지 높이는 내용이 핵심이다(기존 8~16%). 올해는 10%의 추가 공제를 받는 '임시투자 세액공제'도 적용돼 최대 35%의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의 요구로 수소·미래형 이동수단(미래차 등)도 국가전략기술에 추가돼 총 6개 분야가 혜택을 받게 됐다.
조특법 개정안은 지난 1월 초 정부안이 국회로 넘어온 이후 통과에 난항을 겪어 왔다. 당초 민주당은 '세액공제 상향을 반대하던 재정당국이 대통령실 하명으로 입장을 바꿨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으나, 최근 미국 인플레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CHIPS Act) 논란 등으로 국내 첨단산업에 대한 보호·지원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여야는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조특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민주당은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대신 '기후·녹색산업 육성'을 장려한다는 명분에서 수소·미래형 이동수단의 국가전략기술 지정을 관철했다.
장혜영 정의당·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조특법 개정안 처리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단순한 세액공제로 기업·기술 투자 활성화를 기대하는 건 비합리적이며 세수만 축소된다는 지적이다.
장 의원은 "경제가 어렵고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 5년간 7조원에 달하는 세금을 (깎아) 반도체 대기업(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퍼주는 법안"이라고 비판했으며, 용 의원도 "세액공제 확대로 과연 우리나라 반도체 민간투자가 활성화될 것인지 회의적이다. 탈세 감독, 의료보험 보장성 강화 등 사회적 뉴딜 성격도 담고 있는 IRA와는 너무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날 조특법 개정안 통과에 주요 첨단산업 관계자들은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주로 대기업(삼성·SK)이 혜택을 볼 것이란 비판도 있지만, 대기업의 시설투자가 늘어나면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에도 파급효과가 발생한다"며 "국내 반도체 산업 전반을 위해 꼭 필요했던 법"이라고 했다. 이긍원 고려대 디스플레이반도체물리학과 교수도 "꾸준히 기술 수준을 높여야 하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지속적인 신규시설 투자가 필요하다"며 설비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액공제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가전략기술 추가 지정으로 혜택을 받게 된 미래·전기차 업계 관계자들도 환호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미래차 분야가 전략기술로 인정받게 되면서 현대·기아차 등 주요 자동차 업계도 본격적으로 미래차 설비 도입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며 "신규 설비를 증설하는 투자는 어렵겠지만, 기존 시설을 전환하는 교체 투자 측면에라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차학과 교수도 이날 "미래·전기차 분야가 국가전략기술에 추가되면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과 같은 위상을 가지게 됐다"며 "세액공제 확대를 통해 기업들의 투자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조특법 개정안에는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관련 내용과 함께 고위험 채권투자·국채 이자소득 등에 대한 과세특례 신설, 신용카드 대중교통 이용분 소득공제율 한시 상향(올 한해 80%까지) 등의 내용도 담겼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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