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헌법재판소가 23일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검수완박法(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관련 권한쟁의심판에서 민주당에 사실상 '판정승'을 안겼다. '꼼수 탈당', '안건조정위 무력화' 등 민주당의 법안 강행 전략 일부는 문제 삼았으나, 법안 자체의 효력은 유지하면서 야당의 '입법 독주'는 계속될 전망이다.
헌재는 이날 유상범·전주혜 국민의힘 의원(국회의원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국회의장 간 권한쟁의), 법무부·검찰(검사의 수사권 축소 등에 관한 권한쟁의)이 개별적으로 제기한 검수완박법 관련 권한쟁의심판에서 각각 일부 인용·각하 결정을 내렸다.
유상범 의원 등은 지난해 민주당이 검수완박법 추진 과정에서 자당 출신 민형배 무소속 의원을 동원해 '꼼수 탈당·안건조정위(안조위) 무력화' 등의 전략을 사용한 것에, 한동훈 법무부장관 등은 민주당이 검수완박법으로 검사의 수사권을 사실상 박탈한 것에 대한 위헌을 주장했다.
지난해 민주당은 검사의 수사권을 6대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부패·경제범죄' 등에만 축소 허용하는 검수완박법을 강행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의 반대에 부딪치자 민주당은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켜(꼼수 탈당)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 무소속 의원 몫에 배치하는 식으로 법안을 강행했다.
헌재는 이날 결정에서 민주당의 강행으로 유상범 의원 등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의 법안 심의권이 일부 침해됐다고 봤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의회민주주의 원리는 국가의 정책결정에 참여할 권한을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에 유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의사결정과정의 민주적 정당성까지 요구한다"며 당시 법사위원장(박광온 민주당 의원)이 꼼수 탈당한 민형배 의원을 안건조정위에 배치한 것에 일부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헌재는 법사위의 검수완박법 최종 의결, 본회의 처리에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문제는 헌재가 검찰의 '수사권 침해' 주장을 모두 불인정하며 검수완박법의 효력을 인정한 데 있다. 법무부와 검찰은 영장 신청 주체를 검사로 규정한 헌법 12조 3항, 16조를 근거로 검사의 수사권은 헌법에 보장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결정문에서 "수사권과 소추권이 행정부 중 어느 '특정 국가기관'에 전속적으로 부여된 것으로 해석할 헌법상 근거는 없다"며 법무부 등의 주장을 부정했다. 또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변론한 한동훈 법무부장관에게는 "청구인 적격이 없다"고 판시했다.
헌재가 사실상 민주당이 추진한 검수완박법의 효력을 인정하자 국민의힘은 일제히 비판했다. 권한쟁의심판을 추진한 유상범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심히 유감"이라며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무효라고 확인됐음에도 사실상 정치적으로 법안의 효력을 무효로 하지 않은 여러 가지 배경이 있거나 잘못된 논리적 판단을 한 것"이라고 했다. 전주혜 의원은 헌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회 독재 손을 들어준 결정"이라고 비판했으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직후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정치재판소 같다"고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부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한 것은 유감"이라면서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헌법 정신에 기인해, 국회 입법권과 검찰 개혁 입법 취지를 존중한 결정"이라며 "이번 헌재 판단을 계기로, 권력기관 개혁 마무리 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특히 한동훈 장관을 겨냥해서는 "심판 자격도 없는 검사를 대표해 법무부가 (권한쟁의심판에) 나선 것"이라며 "법치를 뒤흔들며 심각한 국가 혼란을 자초했다. 지금 당장 책임지고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한 장관은 이날 헌재 결정을 두고 "검수완박법을 유효하다고 판단한 헌재에 공감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날 헌재의 결정에 따라 민주당의 '입법 독주'는 탄력받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쌀시장의무격리법)을 최종 처리한 데 이어 간호법, 의료법 개정안 등의 본회의 상정도 성사시켰다. 모두 민주당에 의해 검수완박법과 유사한 방식으로 강행된 법안들이다. 민주당은 간호법 등도 본회의 통과를 완수할 것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여당은 양곡관리법 등 민주당이 강행한 법안을 대상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이날 양곡관리법에 대해 "각계의 우려를 포함한 의견을 경청하고 충분히 숙고하겠다"며 유예하는 입장을 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민주당이 강행한 법안이라 하더라도 법안과 관련된 배경, 이해관계에 따라 (대통령) 거부권 검토를 개별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며 "(윤 대통령은) 심도 있게 고민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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