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논의를 지시한 주(週) 52시간제 개편안(주 최대 69시간제)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압박했다. 여당은 이날 52시간제 개편 필요성과 윤석열 대통령의 재검토 결단을 앞세워 야당의 공세에 맞섰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무슨 정책(주52시간제 개편안)이 대통령 말이 다르고 장관 말이 다르고 대통령실이 다르냐. 국민의 삶을 두고 장난하는 거냐"라며 출석한 이정식 노동부 장관에게 개편안 철회와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이) 처음에는 69시간이 근로자를 위한 결단인 것처럼 얘기했다가 국민적 비판이 쏟아지자 '60시간'이라고 바꾸고, 대통령실이 '(60시간) 이상도 이하도 될 수 있다'고 한다"며 "뒤죽박죽에 혼선"이라고 지적했다.
환노위원장인 전해철 민주당 의원도 52시간제 개편안 난맥상을 비판했다. 전 위원장은 지난해 정부의 '만 5세 입학 추진' 논란을 함께 거론하며 "그것과 유사한 정책혼선이 지금 있다"고 강조했다.
개편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은 "저도 70년대에 잠 안 자고 36시간 일해봤는데, 다음날 시쳇말로 뻗는다"며 오히려 추가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유연근로제 완화(52시간제 개편)는 보완이 아닌 폐기가 마땅하다"며 "(일부 친여 성향을 띠는) MZ 세대 청년 노동자들도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식 장관은 야당 환노위원들을 상대로 "주 69시간은 극단적 경우에 가능하다"며 '69시간' 주장은 호도된 측면이 있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근로시간)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취지엔 변함이 없다. 충분히 가능한 모든 대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주52시간제 개편안 저지'와 더불어 이날 국회에서 노동계와 함께 주 4.5일제 도입 추진을 결의했다. 서영교(단장)·신동근(부단장) 등 민주당 노동존중실천의원단 소속 의원들은 이날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어설픈 장시간 노동정책 추진 덕에 노동시간 관련 논의가 무르익고 있다"며 주 4.5일제와 함께 ▲포괄임금제 개선 ▲취약 노동자의 휴식권 보장 등의 노동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이날 본인의 SNS에 주 4.5일제 도입을 촉구하는 게시물을 올리며 힘을 실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날 52시간제 개편의 불가피함과 대통령의 재검토 결단을 부각하며 반격했다. 김형동 의원은 이날 환노위 회의에서 "노동 환경이 바뀌었으면 법 제도도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며 52시간제 개편 필요성을 주장했다. 지성호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근로시간 제도 개편에 반대하고 계시는데 경직적이고 일률적인 현행 52시간제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 건 사실"이라고 항변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윤 대통령의 52시간제 개편안 재검토 지시를 두고 "정부가 정책에 국민 불편과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은 국민을 위한 용기 있는 행동이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을 엄호했다. 이어 정부의 52시간제 개편안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과는 다를 것이라며 여당도 제도 개선에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52시간제 개편 논란을 인정하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노동 약자들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확실한 담보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60시간 이상의 근무는 건강 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하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사실상의 개편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업과 근로자의 입장을 반영해 새로운 제도를 설계해 보자는 것이 개편안의 취지"라며 각계 의견 청취와 여론조사 등을 활용해 52시간제 개편안의 문제점을 줄여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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