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LG디스플레이가 원재료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매출원가율이 1년 새 13.5%포인트(p)나 늘어 95%를 넘어선 것이다.
14일 LG디스플레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5% 줄어든 26조1천517억8천1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원가는 25조277억300만원으로, 매출원가율은 95.7%에 달했다. 100원에 판매되는 제품을 만드는데 95.7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수요 부진 심화와 전방 산업의 재고 조정 영향으로 판매 목표치를 하회해 매출이 감소했다"며 "매출원가율은 패널 판가 하락,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2021년에 비해 13.5%p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의 매출원가율은 지난 2020년 2분기 97.5%를 기록한 후 대형 사업부 실적이 본격화한 시점부터 점차 낮아져 2021년 2분기에 79.1%까지 개선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OLED.EX 전환'이 원가에 부담을 주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놨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21년 12월 기자간담회에서 "2022년 2분기부터 모든 OLED TV 패널 시리즈에 'OLED.EX'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OLED.EX는 중수소를 활용하는 새로운 패널 기술로, 중수소(무거운 수소)는 일반 수소와 비교해 안정된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중수소를 적용한 OLED 소자는 기존 소자보다 물리적으로 강해져 밝기를 높여도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다만 중수소는 6천 개 수소 원소 중 1개 꼴로 자연계에 극소량 존재한다. 충분한 중수소 확보가 어렵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LG디스플레이는 물에서 중수소를 추출, 유기발광 소자에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선 더 좋은 디스플레이를 제공 받지만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선 이전 OLED 패널 생산 과정에 없던 공정이 추가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오창호 LG디스플레이 대형사업부 부사장은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원가 상승 부분은 실제로 있다"며 "재료가 중수소로 치환되면서 재료비 자체는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자 재료비는 증가했지만, 나머지 부분을 감소시켜 원가 상승 압력을 최소화 하겠다"고 덧붙였다.
LG디스플레이의 주요 원재료는 디스플레이 패널용으로 사용되는 PCB, 편광판, 백라이트, 드라이브 IC 등이다. 매입액 비중은 영풍전자 등에서 공급 받는 PCB가 19.1%로 가장 높고 ▲편광판(16.1%, LG화학 등) ▲드라이브 IC(12.5%, LX세미콘 등) ▲백라이트(11.6%, 희성전자 등) ▲글래스(5.2%, 파주전기초자 등) 등이 뒤를 잇는다. 기타 비중은 35.4%로, 원재료 총 매입액은 13조1천120억원이다.
주요 원재료 중에선 BLU 부품에 사용되는 EGI(Electrolytically Galvanized Iron, 전기아연도금강판)의 평균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광석, 원료탄 등 원재료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에 수요 증가와 타이트한 공급으로 가격이 상승했으나, 하반기에 가전 시장 수요 감소, 재고 증가 등의 여파로 가격이 하락했다.
또 PMMA(polymethyl methacrylate, 폴리메틸 메타크릴레이트)의 지난해 평균 가격도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및 업체 재고 증가로 전년 평균가격 대비 약 2% 하락했다. PCB 부품의 주요 원재료인 구리의 지난해 평균가격 역시 글로벌 경기 부진 및 수요 감소에 따라 2021년 대비 5.6% 줄었다.
LG디스플레이의 생산능력도 소폭 줄었다. 지난해 구미, 파주, 광저우에 위치한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은 8세대 라인 글래스 기준 879만4천 장으로, 전년 대비 4.7% 감소했다. 생산 실적은 1년 새 21.3% 줄어 639만 장에 머물렀다. 각 공장별 평균가동률은 구미 96.1%, 파주 96.5%, 광저우 92.5%를 기록했다. 2021년에 세 곳 모두 평균 가동률이 100%였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로 인해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상당히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해 2조8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한 해 동안 약 5조2천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집행했다"며 "올해는 재무 안정성 확보를 위해 전년 대비 축소해 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업계는 LG디스플레이가 올해 하반기부터 반등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이 가격이 바닥을 찍고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LG디스플레이의 애플 제품 탑재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에 따르면 지난달 대형(50인치 이상) LCD TV 패널을 중심으로 판가가 오른 데 이어 이달 들어 모든 크기의 LCD TV 패널값이 전월보다 2~4% 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LCD TV 패널 가격은 코로나19 특수가 끝난 지난해 9월 사상 최저치를 찍은 후 보합세를 유지했다. 이 탓에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외한 지난해 3분기 평면 패널 디스플레이 산업의 평균 마진은 13% 역성장하며 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가격이 다시 인상됐고, 이달에 추가 상승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LCD 생산에 의존하는 LG디스플레이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또 2021년 9월 이후 전년 동기와 비교 시 상승하지 않았던 LCD 패널의 월별 가격도 올해 6월부터는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가 올 하반기부터는 LCD 가격 반등세에 따른 수혜를 입어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LCD 매출 비중은 지난해 4분기 기준 전체 사업에서 약 48%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다만 LG디스플레이는 장기적으로 LCD 사업 비중을 점차 줄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중국의 저가 공세로 인해 경쟁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7세대 LCD TV 공장은 지난해 말 생산을 완전히 종료했고, 중국 8세대 LCD TV 공장은 올해 초부터 생산능력의 50% 수준으로 축소시켜 운영 중이다.
이의진 흥국생명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는 LG디스플레이는 선제적 재고 감축을 통해 같은 해 3분기 대비 1조6천억원 규모의 재고를 축소했다"며 "대형 OLED 부문에서도 상반기 재고조정 이후 가동률을 회복하며 하반기에는 점진적 실적 개선세가 나타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애플 특수도 LG디스플레이에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DSCC에 따르면 올해 3월 애플의 전체 아이폰 디스플레이 패널 물량에서 LG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36%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애플은 아이폰14 시리즈의 디스플레이 공급 업체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중국의 BOE를 선택했는데 상위 라인업인 '프로'는 삼성, '프로맥스'는 LG와 삼성을 공급사로 낙점했다. 처음 납품을 시작했을 땐 삼성의 독주 체제였으나, LG가 지난해 10월부터 상위 라인업용 LTPO(저온다결정산화물) OLED를 공급하기 시작하며 점차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선 긍정적"이라며 "아이폰14 시리즈 점유율이 올해 3분기 발표 예정인 아이폰15 시리즈의 디스플레이 납품 비중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LG디스플레이가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15 시리즈뿐만 아니라 향후 애플의 태블릿, 노트북에도 OLED 패널을 납품할 가능성이 높다"며 "상반기까지 LCD와 OLED 재고조정의 영향을 받겠지만, 하반기엔 중소형 OLED의 계절적 성수기 효과를 보며 전형적인 '상저하고'의 실적 흐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