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체포동의안 사태' 후 리더십 위기에 놓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 '미국 반도체지원법(CHIPS Act) 대응' 등 윤석열 정부 외교 문제를 공격하며 정치적 입지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이 대표의 '리더십 회복' 노력에도 비명(비이재명)계의 성토 역시 계속되면서 당내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8일 국회에서 김태년·홍성국·이용우 의원 등 당내 경제통과 함께 미 반도체지원법 대응을 위한 긴급간담회를 주관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반도체지원법에) 우리 반도체 산업에 대한 독소조항이 가득한데도 정부가 무엇을 했는지 답답하다"며 "대통령 스스로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라고 자칭했는데, 일반 회사 같았으면 바로 해고됐다"고 저격했다.
지난달 말 미국이 발표한 반도체지원법은 자국 내 반도체 공장 신설 기업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기업 핵심 정보 제공(수익성 지표 등), 중국 투자 제한 등을 조건으로 내걸어 국내 반도체 기업에 악재가 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대표는 이날 참석한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 등 반도체 업계 관계자로부터 반도체 산업에 대한 우려를 청취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안'도 계속 공격하고 있다. 그는 이날 당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행 티켓을 위해 피해자를 제물 삼고 국민의 자존심을 저버렸다"며 제3자 변제안 저지를 위한 국회 차원의 규탄 결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당내에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장으로 4선 중진인 김상희 의원을 임명했다.
당내에서는 지난해 '비속어' 논란 이후 재발된 윤석열 정부 외교 이슈가 이 대표의 리더십 회복을 부추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특히 강제동원 배상 문제는 문재인 정부와 연관돼 민주당이 조직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현 (이재명 대표) 지도부를 중심으로 뭉치는 구조가 됐다"고 했다. 이 대표와 지도부는 주말인 11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정부 강제동원 배상안 규탄집회에도 참석해 정부 외교 정책을 규탄할 예정이다.
그러나 비명계의 '이재명 리더십' 흔들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김종민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대표직에서) 내려오라곤 못하지만, 민심이 다 돌아서서 내년 총선이 어려워진다고 하면 별수 있느냐"며 이 대표의 사퇴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주장했다. 또한 전날(7일) 조응천 의원은 "솔직히 지금 최고위원을 포함해 사무총장, 전략기획위원장, 정무직 당직자들 모두 (친명계) 일색"이라며 주요 당직 개편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대표와 지도부는 위기 타개를 위해 당내 소통에 주력하는 상황이다. 당장 박홍근 원내대표부터 이날 저녁 비명계 윤영찬, 이원욱 의원과 만찬을 갖고 당내 갈등 해소를 위한 의견을 수렴한다. 이 대표 역시 오는 15일 당내 최다(最多)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와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더미래는 2박 3일의 베트남 워크숍을 마친 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 대표에게 "당의 불신 해소와 혁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사퇴는 거론하지 않아 이 대표와 지도부에 힘이 실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계파색이 뚜렷하지 않은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곧 새 여당 지도부가 출범하는 상황에 우리 리더십 공백이 계속되는 것도 민주당 의원들에겐 부담"이라며 "이 대표의 충분한 소통 노력, 차기 원내대표 선출에 따라 내홍은 생각보다 빨리 수습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여당은 이날 김기현 신임 당대표를 선출했다. 김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온몸을 바쳐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키고 총선을 압승으로 이끌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은 김 대표 당선 첫날부터 "축하해야 마땅하지만 대통령의 당무 개입, 부도덕한 땅 투기 의혹으로 얼룩진 대표에게는 어렵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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