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미디어텍 될 것"…팹리스 떼는 DB하이텍, 주주 반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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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소액주주 반대로 분사 작업 중단…분사 방식으로 물적분할 추진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DB하이텍이 설계사업(팹리스)을 자회사로 떼어내는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순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드러냈다. 지난해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사업 부문 분사 작업을 중단했던 DB하이텍은 이번에 차선책으로 분사 방식으로 물적분할을 추진하며 정관 변경을 통해 주주들의 반발을 막겠다는 심산이다.

DB하이텍 부천 캠퍼스 외부 전경 [사진=DB하이텍]
DB하이텍 부천 캠퍼스 외부 전경 [사진=DB하이텍]

DB하이텍은 7일 이사회를 열고 정관 변경, 사내외이사 후보 추천, 브랜드사업부 분사 등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부의하기로 의결했다. 브랜드사업부는 반도체 설계사업을 담당하는 곳이다.

DB하이텍은 "최근 IT시장 침체로 인한 가동률 하락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돼 실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비주력인 설계사업을 병행하면서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고객들과의 이해 상충 문제를 적극 해결하고 파운드리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실적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순수 파운드리는 TSMC, UMC 등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의 전략 방향이기도 하다.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의 TSMC는 창업 이래 '고객(팹리스)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경영모토를 기반으로 시장 지배력을 꾸준히 높여가고 있다. 또 다른 대만 파운드리 기업인 UMC 역시 설계사업부서를 미디어텍과 노바텍으로 분사한 후 본업인 파운드리 사업에 집중함으로써 사업규모를 10배 가까이 늘렸다. 증권업계에선 세계 2위 파운드리인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분사 및 미국 증권시장 상장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DB하이텍은 "신설법인을 100% 자회사로 두면 신설법인의 실적을 모두 반영 받게 돼 분사로 인한 매출 감소가 발생치 않는다"며 "오히려 기존 브랜드사업으로 인해 진출하지 못했던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 신설법인의 신규사업 진출에 따른 실적 개선도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설법인도 DB하이텍을 모회사로 둠으로써 안정적인 파운드리 공급망을 확보하는 등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며 "진입장벽이 높은 팹리스 시장에 안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적분할로 분사되는 신설 법인 사명은 DB팹리스(가칭), 분할 기준일은 5월 2일이다. 분할되는 신설법인은 상장을 추진하지 않을 예정으로, 불가피하게 상장할 경우 모회사인 DB하이텍의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들의 동의를 반드시 거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할 방침이다.

DB하이텍 관계자는 "분할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사업 전문성 강화에 있다"며 "과거 핵심사업 물적분할 후 곧바로 상장해 일반주주들의 권익 훼손 논란을 불러 일으킨 사례들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또 DB하이텍은 지난달 이사회를 통해 1주당 배당금을 작년보다 3배 가량인 1천300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날 1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추진키로 의결했다.

조기석 DB하이텍 사장은 "글로벌 파운드리의 전략방향에 맞춰 파운드리와 팹리스 사업을 분리할 것"이라며 "각각의 전문성을 한층 높여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황규철 DB팹리스 대표이사 사장 [사진=DB그룹]
황규철 DB팹리스 대표이사 사장 [사진=DB그룹]

이번 일로 DB팹리스는 파운드리 사업 중심 DB하이텍에서 분사해 첨단 디스플레이 설계 전문회사로 성장할 전환점을 마련했다. 또 이해 충돌 때문에 범용 제품인 LCD 중심 디스플레이구동칩(DDI)에 국한했던 사업영역을 고부가가치 OLED 구동칩 등으로 확장할 수 있게 됐다.

DB하이텍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5월 황규철 사장을 브랜드사업본부장으로 영입한 후부터 가시화 됐다. 황 사장은 같은 해 말 브랜드사업부 CEO로 내정됐고, 회사 측은 파운드리사업부와 브랜드사업부 각자 대표체제를 출범시킨 바 있다. 또 최근에는 설계 R&D 및 마케팅 인재 확보 등을 위해 사무실을 고객사와 협력사들이 밀집해 있는 판교로 이전했다.

이번 분사를 통해 DB하이텍은 사실상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사업부를 법적으로도 완전하게 분리하게 된다. 분할 안건은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에서 특별 결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분사에 반대하는 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황규철 DB 팹리스(가칭) 사장은 "모회사인 DB하이텍과의 시너지를 높여 '제 2의 미디어텍'으로 키워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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