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유림 기자] "루키가 어느새 120번까지 늘었다. 이제는 루키와 일하는 게 너무 자연스럽다."
네이버 제2사옥 '1784'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루키는 친근한 동료이자 도우미다. 신입사원이라는 뜻에서 루키라고 부르는데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다. 커피나 택배 등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주로 한다.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좁은 통로에서는 순서를 기다릴 줄도 안다. 처음에는 40대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의 모습을 1784 빌딩에서 펼쳐 보이고 있는 것이다.
'초록창'으로 대변되는 검색 서비스에서, 검색과 역량을 결합한 커머스(쇼핑) 강자로 자리매김한 네이버가 로봇, 인공지능(AI), 클라우드를 융합한 지능형 솔루션을 미래 먹거리로 삼았다. 루키는 그런 네이버의 비전을 실현하는 현재 진행형의 도전기인 셈이다.
로봇이 외부 개입 없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네이버 기술이 집약된 결과다. 로봇의 '뇌' 역할을 담당하는 소프트웨어가 핵심이다. 클라우드 기반의 로봇 시스템 '아크(ARC)'가 그것이다. 인공지능(AI)과 로봇(Robot), 클라우드(Cloud)의 앞 글자를 딴 이름이다.
예를 들어, 택배를 배달해야 한다면 아크의 명령에 따라 가장 가까운 로봇이 택배를 받아 지정된 층으로 이동해 주인에게 전달해준다. 네이버 관계자는 "택배나 커피를 배달해주는 로봇이 1784 건물에서는 매우 익숙하다"며 "복도에서 로봇을 만나더라도 아주 자연스럽게 지나친다"고 말했다.
루키가 120번까지 늘어나면서 로봇의 동선도 예전보다는 복잡해졌다. 어떤 경우에는 한 공간에서 여러 대가 마주하기도 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한번은 커피 주문을 받은 루키 여러 대가 한 공간에서 마주한 적이 있다"며 "최종 동선이 정해지기 전 잠시 멈춰선 모습이 너무나 질서정연해 새삼 놀랍다"고 털어놨다.
네이버는 클라우드 기반의 중앙 시스템이 로봇을 제어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로봇 친화형 건물로 조성된 '1784'에서 실증을 거치는 것도 스마트빌딩이나 스마트시티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을 하드웨어가 아닌 클라우드 형태로 제어한다는 접근 방식은 실현 가능성이 높다"며 "스마트빌딩이나 스마트시티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총 사업비가 700조원에 이르는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네이버는 눈여겨보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마제드 알 호가일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 장관 일행이, 최근엔 국가정보센터장이 '1784'에 방문해 루키에 많은 관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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