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 10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는 등 국내 반도체 업계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도 국회가 지원책 마련에 적극 나서지 않아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반도체 세제 지원 추가 확대 방안에 힘을 실어줬지만, '재벌 특혜'라고 주장하고 나선 야당이 제대로 협조하지 않고 있어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전략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설비투자 세액공제를 담은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은 지난달 국회에 상정됐지만 논의 첫발도 떼지 못했다. 지난달 19일 정부가 발의한 조특법 개정안이 기재위에 회부됐지만 개정안 논의는 물론 조세소위원회 상정도 못했다.
앞서 정부·여당은 지난해 말 대기업 세액공제율을 6%에서 8%로 상향하는 것에 그쳤지만 윤 대통령의 '특별 지시'로 추가 상향에 나섰다. 조특법 개정안에 따르면 반도체·배터리(이차전지)·백신·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은 대기업·중견기업의 경우 현행 8%에서 15%로, 중소기업의 경우 16%에서 25%로 각각 상향된다. 투자증가분에 대한 10%의 임시 추가 세액공제까지 더하면 대기업은 최대 25%, 중소기업은 최대 35%까지 지원 받게 된다.
그러나 조특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계속 표류하고 있다. 과반 의석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를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어서다. 민주당은 지난해 조특법 개정안 논의 당시에도 대기업 세액공제율 확대를 두고 '재벌 특혜'라며 반대했다. 세액공제율도 대기업 10%, 중견기업 15%로 각각 제시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세제지원 확대를 직접 지시한 후 기재부가 입장을 바로 바꿔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폭 상향하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기재부가 제시한 공제율 상향안이 기존 야당안(10%)을 웃돌기 때문이다.
이에 윤 대통령과 정부, 여당, 반도체 업계에선 조특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민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반도체 주요 소재인 실리콘 웨이퍼를 만드는 SK실트론 투자협약식에 참석해 "멀리 내다보고 과감하게 선제적 투자를 하는 기업의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기업 투자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세액 공제를 대폭 높이고 정책적 노력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뒷받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 날 재정경제금융관 간담회에서 "조특법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 주력산업의 수출경쟁력 제고를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피력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도 이날 공식 자료를 통해 조특법의 조속한 통과를 요청했다. 협회는 "시설투자액의 25%를 세액공제하는 미국, 첨단공정에 대해 10년간 법인세를 완전 면제하는 중국 등 주요 경쟁국의 전폭적인 투자 지원 공세에 비해 국내 시설투자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라며 "국가전략기술 투자 세액공제율 확대는 민간 기업의 투자 여력을 높여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유도, 전후방산업 생산유발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기업 설비투자의 약 20%가 국내 중소·중견 장비 기업 매출로 직결되고, 생산시설 운영에 따른 국내 소재·부품 기업 지출도 연평균 10조원에 달한다"며 "최근 경제여건 악화로 인해 민간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는 가운데 반도체업계 중장기 투자계획 수립을 위해 국회의 2월 내 신속한 입법 추진을 당부한다"고 요청했다.
조특법 개정안은 2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기재위 여야 간사는 오는 14일 전체회의를 열어 조특법 개정안을 조세소위에 안건으로 상정하고 같은 날 조세소위에서 이를 논의하는 데까진 어느 정도 접근했다. 일단 여당인 국민의힘은 정부에 적극 힘을 보태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심각한 경기침체 상황에서 한국 수출의 20%를 책임지고 있는 반도체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있다는 것을 정부와 국회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대만, 미국, 일본 기업이 정부의 탄탄한 지원으로 속도전에 임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만 제대로 된 법안·정책 뒷받침 없이 홀로 경쟁에 나선다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쟁국에서 '제2 반도체지원법'까지 나오려는 판국에 한국 국회는 반도체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법안에 여태까지 뒷짐만 지고 있다"며 "국내 반도체 업계가 맞이한 위기를 역전시키기 위해서는 경쟁국 수준을 넘어서는 지원이 반드시 투입돼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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