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다솜 기자] 반도체 수출이 대폭 감소하고 가스, 전기요금이 오르는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수출 감소 확대와 내수 회복세 약화로 우리나라 경기둔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월 경제동향'을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를 보면 올해 1월 수출은 16.6% 감소해 지난해 12월(9.5%↓)보다 감소폭이 확대됐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12월(29.1%↓)보다 대폭 늘어난 44.5% 감소했고 석유화학 25%, 철강 25.9% 각각 줄어 대부분의 품목에서 부진이 심화됐다.
지역별로는 중국 수출이 31.4% 감소해 12월(27.1%↓)에 이어 감소폭이 늘어난 가운데 양호한 흐름을 보이던 미국 수출도 지난해 12월 6.7% 증가에서 올해 1월 6.1% 감소로 전환되는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부진한 모습이 나타났다.
서비스업 회복세가 약화되는 가운데 제조업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산업 생산(계절조정)은 11월보다 1.6% 줄어들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2.8%에서 70.3%로 떨어졌고 재고율(126%)은 11월(127.4%)에 이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광공업생산은 반도체 15.8%, 전자부품 41.5%, 화학제품 16% 등 각각 감소하면서 자동차(12.1%)의 증가세에도 7.3% 줄어 감소폭이 늘어났다.
제조업의 업황 기업심리지수(BSI)는 올해 1월 71에서 이번달 66으로 하락했고 비제조업의 기업심리지수도 76에서 72로 떨어졌다.
BSI는 기업체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로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경기 악화를 예상하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보다 높으면 경기 호전을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지난해 12월 경기국면과 전환점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01.8(11월)에서 100.9로, 경기흐름을 예측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0에서 98.8로 하락했다.
KDI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큰 폭으로 하락하며 경기가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경제) 회복 시기에 대해선 딱 잘라서 전망하기 어렵다. 세계 경기, 대외 여건에 따라 회복 시기가 결정될 것"이라며 "중국 수출과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면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수 경기 전망도 가스,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고물가가 지속돼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는 내구재 중심으로 2.5% 감소해 11월(-2.1%)보다 감소세가 확대됐다. 특히 가전제품(-17.6%) 중심으로 감소 전환했고 비내구재(-2.3%)도 음식료품(-6.6%), 화장품(-9.4%)을 중심으로 감소폭이 늘어났다.
올해 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2월(90.2)과 비슷한 90.7을 기록해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물가는 공공요금 인상으로 지난해 12월(5%)보다 높은 5.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고용도 제조업과 건설업 경기 둔화가 반영돼 약화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는 50만9천명으로 11월(62만6천명)보다 증가폭이 줄어들었다.
KDI는 "수입물가 상승폭이 줄어들었는데도 지난해 공급 측 물가압력이 시차를 두고 공공요금에 반영되고 정책 지원도 줄어 높은 물가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 교수는 "가계부채 조정 등이 어떻게 원만하게 되는지가 중요하다. 물가 문제는 대외 요인 영향을 받는데 원자재 가격 등이 안정되면 도움이 될 것이다"라며 "정부 지원은 실질 소득이 감소한 계층 중심으로 물가, 난방비 관련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요금을 현실화한 부분이 많다.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는 높지 않아야 하는데 그것도 높았다"며 "기업들이 (공공요금 인상 관련)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등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상황은 전형적 스태그플레이션(경제불황과 물가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인다"며 "언제 (경제가) 회복될 지는 공공요금 현실화가 언제 끝날지와 맞닿아 있다"고 덧붙였다.
/안다솜 기자(cott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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