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비명계(비이재명계) 주축의 모임인 '민주당의 길' 토론회에 참석해 격려 인사를 전했다. 이 대표는 최근 '사법리스크' 강화에 맞서 비명계와의 접촉을 강화하는 '끌어안기'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비명계의 반응은 아직 미온적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의 길' 1차 토론회에 참석했다. '민주당의 길'은 기존 비명계 중심의 모임이었던 '반성과 혁신'을 개편한 것으로, 이재명의 '쓴소리꾼'으로 알려진 이원욱, 김종민 의원 등이 주도하는 토론 모임이다. 이 대표는 토론회에 참석해달라는 이 의원과 김 의원의 제안을 수용해 격려차 방문하게 됐다.
이날 토론회는 가히 비명계의 '사교클럽'을 방불케 했다. 비명계를 대표하는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과 함께, 한때 이 대표의 당권 경쟁자였던 홍영표·박용진·강병원 의원과 이낙연계인 김철민·신동근·홍기원 의원 등이 자리했다. 참석자 중 이 대표와 인연이 있는 의원은 초선 홍정민 의원뿐이었다. 참석한 비명계 인사만 20여명이 넘었다.
이 대표는 참석 후 의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으나 토론회장에는 다소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 대표도 예상외로 굳은 표정으로 임했다. 특히 지난해 자신의 당권 출마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던 홍영표 의원이 옆에 앉아 어색함을 더했다. 이 대표는 축사에서 "다양한 의견과 다양성이 정당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자리도 많을수록 좋다"며 "민주당이 거듭날 방안이 무엇일지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원욱·김종민 의원은 '민주당의 길'이 친명(친이재명)계를 비토하는 목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원욱 의원은 "내부적으로 열려있는 모임이기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며 "(정치적) 결사체가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종민 의원은 "비명모임이 아닌 비전모임"이라며 "여기에서 민주당의 비전을 많이 만들면 가장 큰 수혜자는 이재명 대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참석자 중 최다선(4선)인 홍영표 의원은 축사에서 이 대표의 리더십을 인정하면서도 뼈있는 말을 남겼다. 그는 "제가 4선입니다만 지금처럼 당이 안정돼 있고 단결된 때가 없었던 것 같다. 과거에 지금 같은 상황이었다면 굉장히 당이 갈등과 괴리, 혼란 속에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이게 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토론회장을 빠져나가면서 "당내 의원들이 민주당이 가야될 길을 찾아보겠다고 하니 당연히 참석하는 게 맞다"는 소감을 밝히면서도 향후 추가 참석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김종민 의원에 따르면 민주당의 길은 매주 화요일 정기적으로 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 대표는 비명계와의 소통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신년 초 친문(친문재인계)의 대표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접촉한 것에 이어 최근에는 문재인 정부 인사의 모임인 '사의재' 결성에 지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 등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이어지면서 비명계와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전날(30일) 검찰의 '대장동' 2차 조사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당내 단합'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갈등과 분열 소재가 될 수 있다"며 의원과 지지자들이 검찰 출석에 동행하지 말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또한 일부 강성지지자들의 이른바 '좌표찍기'에 대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가 단합의 손을 내밀고 있지만 비명계의 반응은 아직 냉랭하다. 전날 민주당 지도부는 주말인 4일 검찰 수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예고하며 당 차원의 '동원령'을 내렸으나, 이날 조응천 의원은 "중요한 일정으로 참석이 어려울 것 같다"며 벌써부터 불참 의사를 밝혔다.
한 친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조 의원을 두고 "주말에 지역 일정이 없는 국회의원이 어딨나 그래도 지도부에서 동원했으면 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며 조 의원에게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