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애플이 공들여 개발 중인 혼합현실(MR) 헤드셋을 올해 상반기쯤 양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두 업체가 애플 헤드셋에 부품을 공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0일 '애플 전문 분석가'로 유명한 밍치궈 대만 TF 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봄 또는 6월 연례 개발자 행사(WWDC)에서 첫 혼합현실(MR) 헤드셋 '리얼리티 프로'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개발 기간만 7년으로, 올해 가을쯤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신 아이패드 및 맥북에 사용되는 M1 칩을 장착하고 ▲와이파이 6E 연결 ▲아이 트랙킹 ▲투명 AR 모드 ▲오브젝트 트랙킹 ▲핸드 제스처 컨트롤 ▲리얼리티OS(realityOS) 등을 지원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기술(IT)매체 애플인사이더, 디지타임즈 등에 따르면 애플 MR 헤드셋은 올해 1분기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으로, 초기 공급량은 70만 대다. 당초 시장 전망치였던 250만 대 보다는 많이 줄었다. MR 헤드셋 제품 조립은 대만 협력사인 페가트론이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MR 헤드셋을 공개하는 시기는 당초 알려졌던 것보다 다소 늦춰졌다. 이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기계 부품 문제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궈밍치는 지난해 6월 애플이 MR 헤드셋을 올해 1월 공개하고 2분기에 출시할 것으로 관측했다. 또 가격은 2천 달러 이상, 내년도 출하량은 150만 대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이 출시하는 MR 헤드셋의 이름은 '리얼리티 프로(Reality Pro)'로, 'xrOS'라는 새로운 운영체제(OS)로 구동될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는 애플이 고급 제품군에 붙이는 용어다.
OS앞에 붙은 'xr'은 확장 현실을 뜻한다. 확장 현실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애플은 새 운영체제 'xrOS'에 '보레알리스'라는 별칭을 붙이고 사내 일부 소프트웨어 개발자 그룹에 접근 권한을 부여했다.
지금까지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의 운영체제 iOS와 아이패드 OS를 통해 혼합·가상·증강현실 구현을 시도해 왔다. 여기에 출시되는 리얼리티 프로와 xrOS 개발은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조합한 '혼합현실'까지 한발 더 나아갔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애플이 새로 출시할 헤드셋은 애플을 메타와 직접 경쟁하게 할 새로운 제품이 될 것"이라며 "애플의 혼합현실 기기는 메타의 가상현실 기기인 퀘스트 제품군과 다를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애플의 MR 헤드셋 출시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국내 부품사인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한껏 커지고 있다. LG이노텍은 애플 헤드셋에 3D 센싱 카메라·ToF 모듈을, LG디스플레이는 외부 화면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애플이 MR 헤드셋을 출시하면 LG이노텍이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봤다. LG이노텍은 이미 '메타'의 가상현실(VR) 헤드셋에도 관련 부품을 납품 중일 만큼 품질력을 인정 받고 있다. 시장의 기대감이 높은 탓에 LG이노텍의 이날 주가는 전일 대비 1.29% 오른 27만5천500원에 마감됐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현실세계를 3D 입체영상으로 구현하기 위해 3D 센싱모듈 탑재가 필수인데 LG이노텍은 글로벌 3D 센싱모듈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글로벌 독점적 공급구조를 확보하고 있다"며 "LG이노텍의 3D 센싱모듈 매출은 올해 5조2천억원, 2025년 7조6천억원으로 추정돼 향후 메타버스 XR 시장 개화와 더불어 4년 만에 약 3배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형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은 북미 제조사 MR 출시의 최대 수혜주"라며 "MR은 ToF 개발부터 5년을 기다려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LG이노텍은 이미 2개 이상의 선두권 업체들에 카메라를 공급 중"이라며 "올해는 본격화되는 모멘텀이고 2024~2027년의 성장동력"이라고 분석했다.
LCD 패널 가격 하락, 중국 주요 도시 봉쇄 등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LG디스플레이도 애플 신제품 수주를 통해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첫 번째 헤드셋 내부에는 마이크로 OLED 2개가 탑재될 예정으로, 소니가 마이크로 OLED를 공급하고, LG디스플레이가 헤드셋 외부 인디케이터에 적용되는 일반 OLED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보면 애플이 소니보다 LG디스플레이를 마이크로 OLED 협력사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소니가 현재로선 기술력이 다소 앞서지만, 자체 게임 콘솔인 플레이스테이션 등을 보유하고 있어 서비스 매출을 늘려야 하는 애플 입장에선 잠재 경쟁사여서 향후 부품사인 LG디스플레이를 더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3분기께 선익시스템에 마이크로 OLED 증착기를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 OLED는 반도체 웨이퍼에 OLED가 직접 증착되기 때문에 컬러 필터가 필요하지 않으며 더 작고, 더 얇고, 더 효율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유리 기판 위에 증착하는 일반 OLED와는 다르다.
'올레도스(OLEDoS, OLED on Silicon)'라고도 불리는 마이크로 OLED는 초고해상도 화면 구현이 가능해 메타버스용 AR·VR 제품에 가장 최적인 디스플레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5월 미국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전문 학회·전시회 'SID(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 디스플레이 위크 2022'에서 0.42인치 '올레도스'를 선보여 눈길을 끈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애플에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를 납품하려면 증착기 발주 후 1년 반 이상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 이후 콘솔 게임 등 홈엔터테인먼트 시장이 급증하면서 확장현실(XR) 기기가 주목 받고 있는 만큼, LG디스플레이도 향후 상당한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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