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부실 대응 의혹으로 직위 해제된 이임재 전(前) 용산경찰서장과 류미진 총경(당시 서울청 112 상황관리관)이 국회에 출석했다. 국민의힘은 이 전 서장 등의 업무 태만을 지적하며 개인의 책임을 부각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따른 경찰의 업무 과중이 참사의 원인임을 지적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현안질의에서 이 전 서장이 참사 위험에도 차 안에서 1시간가량을 허비한 점, 참사 발생 후 상황 파악을 위한 대통령실의 전화에 응답하지 않았던 점 등을 질책했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류 전 서장은 사고 당일 밤 9시 47분께부터 차량에 탑승해 사고 발생 시각(밤 10시 15분)이 한참 지난 밤 11시께 현장에 도착했다.
조 의원이 "참사 발생 이후 40분 만에 차에서 내렸는데 그사이 어떤 보고를 받았느냐"고 질문하자 이 전 서장은 "참사 상황을 알게 된 시점이 밤 11시 쯤이었고, 사고 전에는 (용산서) 112상황실장에게 특별한 상황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그때(현장 도착)까지만 해도 (참사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전화 응답과 관련해서는 "밤 11시 20분께 전화가 왔는데 상황을 지휘하느라 6분 후에 다시 콜백(답신)을 드렸다"며 "CPR(심폐소생술) 실시 상황 등을 보고 드리고 계속 대처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해명했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이 전 서장이 현장 도착 30분 후인 밤 11시 36분 쯤 김광호 서울청장에게 보고한 문제를 지적했다. 류 전 서장은 "밤 11시 10분쯤부터 이태원 파출소 옥상에서 상황 파악과 현장 지휘를 하느라 그랬다"며 "이 정도 상황이면 (따로) 보고가 갔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야당은 류 전 서장에게 대통령실 용산 이전 후 용산경찰서의 업무 과중 여부를 캐물었다. 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많은 언론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 후에 서초·용산경찰서에 업무가 폭증했다고 보도했다"며 일선 현장의 고충이 사실이냐고 물었다. 류 전 서장은 "전반적인 건 아니지만 경호·경비 업무가 늘어났다고 생각한다"며 "인원 보충 등의 노력이 있었으나 현장에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민주당 행안위 간사인 김교흥 의원은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가면서 여러분들(경찰)은 집회·시위만 초점을 맞추고 인파 관리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며 "이 전 서장 등을 비롯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몰랐다’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모두 모르고 보고 못 받았다고 하면 이 문제가 해결되느냐"며 "(이상민) 장관,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이 다 그만둬야 진실이 제대로 규명되고 사후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야는 행안위에서 경찰국 예산 삭감 문제로 충돌을 빚기도 했다. 민주당이 지난 9일 행안위 예산소위에서 경찰국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해 처리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 소속인 이채익 행안위원장이 여야 합의를 요구하며 이날 예산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야 간 설전이 거세지자 행안위 회의가 개회 40분 만에 파행돼 2시간 넘게 공전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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