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국회가 지난 4일부터 새해 예산안 심사에 들어간 가운데 여야가 예산안 증·감액을 두고 샅바 싸움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핵심 예산 삭감을 시도하고 여당이 방어에 나서면서 일각에서는 예산안 통과 난항을 예상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예결소위에서 단독으로 경찰국 관련 예산 6억원 가량을 삭감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8월 신설한 경찰국의 기본 경비 2억 900만원과 인건비 3억 9천400만원을 되돌리는 대신 민주당이 추진을 약속한 지역화폐 예산 7천50억원을 편성했다. 민주당 행안위원인 이성만 의원은 '불법적 시행령으로 만들어진 경찰국을 바로잡기 위해 삭감한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독주 편성에 국민의힘은 즉각 대응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10일 기자들과 만나 경찰국 예산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에서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소속 행안위원들도 같은날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찰국 예산을 원상회복 시키겠다"는 입장을 냈다. 여당 소속인 이채익 행안위원장도 11일 "경찰국 예산을 행안위 예산소위에서 재검토해 원만하게 처리되도록 노력해달라"며 야당을 압박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등에서도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하고 있다.
농해수위는 10일 정부양곡매입비(1천297억원), 쌀값 안정·식량 자급 예산(981억원) 등 총 1조 955억원의 농림부 관련 예산을 증액해 의결했다. 앞서 민주당이 정부의 쌀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농해수위에서 단독으로 통과시킨 전례가 있는 만큼 농해수위 의결에 민주당 측의 의견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농해수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고금리, 쌀값 폭락 등으로 인한 농가 소득 보전을 위해 예산 증액은 필수불가결한 수순이었다"며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196억원),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사업(222억원) 등 민생, 복지를 위한 예산도 증액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11일 문체위에서 대통령실의 'MBC 전용기 탑승 배제' 논란을 빌미로 '순방 프레스센터 예산'의 전액 삭감을 주장했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과 정부의 언론을 대하는 태도가 간장 종지만 하다"며 "프레스센터 예산은 국민의 이름으로 단 한 푼도 편성해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외에도 현 정부에서 신설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대통령실 관련 예산 등의 대폭 삭감을 예고했다.
새해 예산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에 예산안의 정상 통과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국회는 오는 17일부터 예결위 예산소위를 통해 예산안의 실질적인 증감(增減)을 논의한 뒤, 오는 30일 예결위 전체회의로 확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양당의 대치가 길어지면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인 내달 2일을 넘길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정부가 야권에 맞서 준예산을 편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준예산이란 내년 예산안을 12월 31일까지 처리하지 못할 경우 전년도 예산에 준해 편성하는 잠정 예산으로, 사회간접자본(SOC), 연구개발(R&D) 예산이 집행되지 못하는 상태가 돼 내년도 경제 운용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예산안이 법정 시한을 넘기는 경우야 많지만 준예산 편성까지 가게 되면 사정이 복잡해진다"며 "민주당이 계속 강경한 태도로 간다면 정부로서는 준예산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여야의 협상 여지가 남아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예산심사 대응과 관련해 "예산 증감의 경우 정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통과될 수 없는 부분도 있다"며 "최종적으로 민주당이 원하는 사업들의 증액과 감액이 연계돼 정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박정 의원도 지난 4일 "(원하는 만큼) 다 증액할 순 없고, 정부·여당과 협의해 최대한 반영하겠다"며 타협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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