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4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국조)를 위한 공동전선을 구축하며 여권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민주당이 단독 추진 의사까지 밝혔지만 국민의힘은 '경찰 수사 우선'을 주장하며 거리를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정조사의 운명은 여론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와 만나 국정조사 협력을 약속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말로는 무한 책임을 지겠다고 하면서도 사과도, 책임도 지지 않았다.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할 국회는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며 "국민의힘이 설득되지 않으면 민주당은 정의당, 무소속 의원들과 힘을 모아 늦어도 다음주에는 국조 요구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은주 원내대표는 "저와 정의당의 제안에 민주당이 화답함으로써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대통령실에서 용산구청에 이르기까지 성역 없는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민주당과 함께할 뜻을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앞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나 국정조사 동참을 요청했다. 주 원내대표는 "저희도 배제하거나 안 하겠다는 건 아니다. 필요하면 한다"고 밝히면서도 경찰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야권의 국정조사 주장은 사고 당일 112 신고 등 경찰과 행정안전부의 부실 대응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며 힘을 받고 있다. 경찰이 지난 1일 공개한 112 녹취록을 통해 사고 당일 11건이 넘는 압사 위험 신고가 있었음에도 예방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점이 드러났다. 아울러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윤희근 경찰청장은 각각 사고발생 1시간 21분, 2시간 후에야 최초 보고를 전달받은 사실도 밝혀졌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4일 이와 관련해 "이태원 참사가 윤석열 정권의 총체적 부실 대응이 빚은 '관재(官災)'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여당은 경찰 112 녹취록을 자진해 공개한 점과 책임자였던 용산경찰서장 등을 즉시 징계한 점을 들어 경찰 수사를 옹호하고 있다. 여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4일 통화에서 "국정조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거나 책임자를 찾아내 처벌하는 건 쉽지 않고, 국회에서 자료요구로 오라가라 하다 보면 모든 게 블랙홀로 빨려 간다"며 "지금은 신속한 강제수사를 할 수 있는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역량이 모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수사 책임이 있는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사람이다. 정권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수사에 임할 것"이라며 경찰에 힘을 실어줬다.
현행 국정감사·조사에 관한 법률(국감국조법)에 따르면 민주당은 단독으로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것이 가능하다. 169석을 가진 민주당은 국정조사 요구(재적 4분의 1), 조사계획서 채택(재적 과반 출석), 조사위원회 구성 요건을 모두 충족할 수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여당이) 시간 끌고 정치적 계산기를 두드린다면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며 단독 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여론의 추이가 국정조사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참사와 관련해 경찰의 부실 대응 정황이 드러난 상황에서 여론도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며 "여당 입장에서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지만 만약 '참사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여론이 생겨버리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상민 행안부장관이나 윤희근 경찰청장 등의 사퇴로 분위기는 반전될 수 있다.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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