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중기적합업종 지정해도…'콜 공유' 놓고 티맵·中企 갈등 [IT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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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총연합회, 대규모 집회 예고…9월 전체회의 때까지 합의점 마련할까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가 대리운전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한지 약 2개월이 지났지만 대기업과 중소 대리운전 업체 간 갈등은 여전하다.

티맵모빌리티가 지난 6월 대리운전 중개 프로그램 로지소프트를 인수하고 티맵과 로지소프트 간 대리운전 콜 공유를 추진하자 중소 업체들이 대리운전 시장의 대기업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반발하면서다. 총연합회는 동반위와 티맵모빌리티 등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이달 중 개최하겠다며 각을 세웠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와 한국플랫폼운전자노동조합,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등은 지난달 28일 동반위·SK·티맵모빌리티 본사 앞에서 각각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티맵모빌리티가 로지소프트를 인수하면서 사실상 동반위의 권고를 무시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대리운전 시장을 대기업이 장악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티맵모빌리티가 자사 티맵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모빌리티 밸류체인(value chain)’ 구축에 나선다. 이를 위해 대리운전 시장에서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온 중개프로그램사 로지소프트를 인수했다. 사진은 티맵 모빌리티 밸류체인 관련 이미지. [사진=티맵]
티맵모빌리티가 자사 티맵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모빌리티 밸류체인(value chain)’ 구축에 나선다. 이를 위해 대리운전 시장에서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온 중개프로그램사 로지소프트를 인수했다. 사진은 티맵 모빌리티 밸류체인 관련 이미지. [사진=티맵]

동반위는 지난 5월 24일 대리운전업에 대한 중기적합업종 지정을 의결했다. 대기업의 신규 진입 자제, 시장에 진입한 기존 대기업의 확장 자제, 대기업의 현금성 프로모션(플랫폼 영역 포함)을 통한 홍보 자제 등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적용 범위가 기존 전화 유선콜 시장에 한정된다는 점이 변수였다. 게다가 유선 콜 중개 프로그램, 현금성 프로모션 등 부속사항에 대한 세부 사항이 결정되지 않아 다음 동반위 회의인 오는 9월로 미루기로 한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티맵모빌리티와 총연합회 간 동반위 권고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발생했다. 티맵은 로지소프트 인수가 동반위 권고 사항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로지소프트는 전화 콜 업체가 아닌 소프트웨어 업체이기 때문에 업종 코드 자체가 다르다는 이유였다. 반면 총연합회는 티맵모빌리티의 로지소프트 인수가 기존 전화 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동반위 권고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동반위 권고 사항을 어겼다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 쟁점은 티맵과 로지소프트 간 '콜 공유' 여부다. 티맵모빌리티는 로지소프트 인수를 통해 티맵과 로지소프트 간 콜 공유를 예고했다. 전화 대리업체들의 콜을 티맵 대리기사가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로지소프트를 이용하는 기사 역시 티맵에 공유되는 콜을 볼 수 있다. 티맵모빌리티는 이 경우 양쪽 모두 콜 처리율이 크게 올라가, 처리되지 못하는 콜의 숫자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총연합회는 콜 공유가 현실화될 경우 기존 전화콜 시장의 상당 부분을 티맵모빌리티가 차지하게 될 것으로 우려한다. 플랫폼 콜과 전화콜을 한데 모으면 플랫폼 쪽으로 수요가 쏠려 결국 전화콜 업체들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이에 대해 티맵모빌리티 측은 처리하지 않으면 어차피 소멸되는 콜의 처리율을 높이는 부분에 중점을 둔 것인데, 이로 인해 중소 업체가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본다.

티맵모빌리티의 로지소프트 인수를 통한 콜 공유는 중기적합업종 지정 당시에도 양측 간 가장 큰 쟁점이었다. 당시 티맵모빌리티가 로지소프트 운영사인 '바나플'을 인수할 것이라는 설이 파다했다. 실제 티맵은 관제 프로그램 업체의 지분 투자·인수 등을 통한 콜 공유를 허용해 달라고 동반위에 요청했다. 반면 총연합회는 콜 공유 허용에 줄곧 결사 반대했다. 양측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자 결국 동반위는 대리운전업을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도 관련 사안에 대해 결정을 유보했다. 이러한 대립 구도가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대리운전총연합회 관계자가 지난달 28일 티맵모빌리티 본사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대리운전총연합회]
대리운전총연합회 관계자가 지난달 28일 티맵모빌리티 본사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대리운전총연합회]

동반위와 티맵, 총연합회 등은 지난달 28일 관련 사안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회의를 실시했다. 이 자리에서 동반위는 티맵의 로지소프트 인수에 대해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고, 콜 공유 허용 여부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총연합회는 동반위가 티맵모빌리티의 행위를 방조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8월 하순경 대규모 집회를 열어 티맵과 로지소프트 간 콜 공유에 결사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동반위 권고에 대한 재심의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총연합회는 또 올해 초 중소벤처기업부에 티맵모빌리티의 대리운전업 진출에 대해 사업조정 신청도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조속한 결정도 중기부에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총연합회 관계자는 "동반위 쪽에서 로지소프트가 전화콜 업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업체라는 점을 들며 시장 확장이 아니라고 말했다"라며 "하지만 대리운전 업체 입장에서는 콜 공유라는 것은 곧 한 울타리에 호랑이와 토끼를 넣어 놓고 싸우라고 하는 격이며 명백한 시장 확장의 발판"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콜 공유에 대해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만큼, 양측이 합의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결국 대리운전 업계를 위한 추가적인 상생안이 관건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초에 티맵모빌리티에서 콜 공유를 전제로 로지소프트를 인수한 것이기에 티맵 입장에서는 이를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며 "유선 전화콜 업체에 대한 추가적인 상생안 등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반위 관계자는 "신청단체(총연합회)는 중소기업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콜 공유를 하면 안 된다는 입장인 반면 대기업(티맵모빌리티)은 콜 공유를 하면 상호간에 윈윈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가급적이면 신청단체와 대기업이 한발씩 양보해서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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