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류한준 기자] 표정은 밝았지만 미소 안에는 아쉬운 기색이 담겼다. 사인을 받는 팬이나 해주는 선수 모두가 그랬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내야수)에 대한 KBO리그 각 구단별 은퇴 투어가 시작됐다. 첫 주자는 두산 베어스다.
롯데와 두산은 28일 잠실구장에서 주중 3연전 마지막 날 경기를 치렀다. 롯데에겐 올 시즌 두산과 마지막 원정 경기다. 이에 따라 두산 구단도 이대호의 은퇴 투어를 롯데와 함께 마련했다.
이대호는 경기 개시 시각 한 시간 반에 앞서 잠실구장을 직접 찾은 야구팬들을 위한 사인회에 참석했다. 이어 두산 구단이 준비한 은퇴 투어 행사에 참여했다.
이대호는 팬과 은퇴 투어를 마련한 구단을 위한 선물용 모자를 사비로 마련해 전달했다. 이대호는 두산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첫 은퇴 투어 행사를 준비하느라 정말 수고가 많았을 것 같다"며 "나를 위해 시간내 찾아온 롯데팬과 두산팬 모두에게 정말 감사하다. 이렇게 축하 받으며 떠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대호는 KBO리그 데뷔 후 두산과 추억도 되돌아봤다. 그는 "(두산과 경기에서)많은 기억이 있지만 그 중에서 2010 준플레이오프가 여전히 생각난다"며 "발목을 다쳤는데 부상 부위에 테이핑을 한 뒤 진통제를 8알 정도 먹고 경기에 나섰다. 마지막 타석에선 너무 아팠지만 통증을 참고 죽기살기로 쳤는데 홈런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기쁘게 부산으로 내려갈 수 있었다. 수훈 선수 인터뷰 때도 어지러워서 머리가 빙빙 돌았던 기억이 난다"고 얘기했다. 이대호의 기억에 생생한 그 경기는 2010년 9월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다.
1-1로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이대호는 연장 10회초 결승타가 된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롯데는 두산에 4-1로 이겼다. 그러나 롯데와 이대호에게 당시 준플레이오프는 아픈 기억으로 남았다.
시리즈 전적 2승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눈앞에 둔 롯데는 내리 3경기를 덜미를 잡혔고 결국 탈락했다. 그해 포스트시즌이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 함께 한 마지막 가을야구가 됐다.
이대호는 두산 팬들에게 한 가지 얘기를 더했다. 그는 "몇 년 전 두선과 경기 도중 오재원(내야수)과 사건이 있었다"며 "이제서야 말하지만 워낙 친한 사이다. 우리 팀(롯데)이 지고있던 상황이라 우스운 모습을 보일 수 없었던 것이지 절대 상대팀(두산)을 기분 나쁘게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재원은)착하고 좋은 동생"이라며 "혹시라도 기분 상했을 두산 팬들이 있다면 죄송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떠나는 길이니 예쁘게 봐 주셨으면 한다. 아울러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대호가 언급한 경기는 2017년 8월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원정 경기다. 당시 외야 좌석에 있던 롯데 팬이 두산 김재환(외야수)에 대해 욕설을 했고 이 과정에서 오재원도 감정을 드러낸 바 있다.
이대호는 선물용 모자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는 "팬들에게 줄 선물"이라며 "3천여개 정도를 준비했다. 두산을 포함해 각 구단 은퇴투어에 팬과 상대 선수단에 선물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잠실=류한준 기자(hantae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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