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지난 2일 '7·2 전국노동자대회'를 서울 중구 일대에서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약 5만여 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과시성' 대규모 집회에도 기업 내에서 민노총의 설 자리는 점차 좁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민노총 소속 노조를 가진 기업들에서는 잇단 파업과 점거 농성 등이 벌어지고 있다.
◆ 유통업계, 기업 내 소수 조직 민노총 시위에 '골머리'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에서는 지난 3월부터 민노총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주들이 파업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하이트진로 자회사인 수양물류와 계약을 한 상태지만 하이트진로 측이 직접 교섭에 나서라고 요구하고 있다.
화물차주들은 휘발유 가격 급등에 따른 운임비, 공병 운임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측은 15년 전 운임으로 현재까지 운송을 강요 당해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하이트진로 측은 자회사인 수양물류 소속과의 문제일 뿐더러, 사실관계도 맞지 않다고 반박한다. 2008년부터 2022년 유류대를 제외한 이송단가 인상율이 26.4%에 이른다는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수양물류와 계약한 이들 조합원과 계약을 해지하고, 대체 물류사 2곳과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다. 한 때 평소 대비 절반 아래로 떨어졌던 출하량은 90% 이상 올라왔다. 하이트진로는 협상 대신 불법행위에 대해 고소·고발과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등 강경대응하고 있다.
쿠팡도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내 민노총 소속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의 본사 노숙 농성에 애를 태운다. 이들 조합원은 계약직 등으로 구성됐으며 조합원 규모도 전체 직원 중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들은 지난달 23일부터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에서 '혹서기 근로 대책 마련'과 계약 연장이 불발 된 일부 직원의 복귀를 요구 중이다. 쿠팡은 5월 말 3명의 노조 간부들에게 계약 연장 불가를 통보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 측은 정당한 평가에 따른 계약 연장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노조는 부당 노동행위라며 맞서고 있는 상태다. 쿠팡은 본사 로비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 노조원들에게 퇴거요청 공문 발송과 경찰 고소를 함께 진행했다.
◆ 기업들 속내는…'민노총과 대화 못한다'
하이트진로와 쿠팡 뿐만 아니라 SPC 자회사인 피비파트너즈 소속 제빵사들도 단식농성을 최근 시작했다.
SPC는 자회사를 통해 2018년 1월, 협력사 소속 제빵사 등 5천300여 명을 직고용 했다. 이들의 고용안정을 위해서다. 하지만 직고용 이후 극소수인 수 백명 가량이 민노총에 가입해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는 올해 제빵기사 임금을 5.6% 가량 인상하기로 했음에도 조합원들은 처우를 문제 삼는다.
쿠팡과 SPC 자회사 내 민노총 소속 조합원들은 전체 근로자 중 극소수다. 각 기업 내에서도 이들의 시위 방식은 공감을 얻지 못했고, 이 때문에 노조에 가입하지 않거나 한국노총에 가입하는 근로자가 다수로 알려졌다. 갈수록 민노총의 기업 내 입지가 약해지고 있는 셈이다.
민노총의 강성 시위 방식은 최근 어려운 경제 상황과 맞물려 더욱 힘을 받지 못한다. 지난해 스타벅스 직원들이 업무 부담이 과중하다며 시위를 하겠다고 하자, 민노총은 이들에게 노조 설립 후 도움을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스타벅스 직원들은 노조 대신 '무(無)노조 트럭 시위'를 진행하면서 "민노총의 이익 추구를 위해 (우리를) 이용하지 말라"며 선을 그었다. 스타벅스는 무노조 시위에도 직원을 충원하고 근무여건을 개선했다.
젊은 MZ세대에서는 민노총의 강경한 시위 방식에 공감보다 오히려 반감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대부분 젊은층으로 이뤄진 스타벅스 시위 사례를 보더라도 민노총의 현재 입지를 짐작할 수 있다.
주류회사 한 노조위원장은 "우리는 한국노총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며 "조직원들은 물론 나 역시 민노총의 시위 방식에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을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또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에서는 민노총 소속 노조와는 협상 할 생각이 없다"며 "지금까지 민노총과 협상을 벌인 회사들의 결과가 좋지 않았고, 내부 직원들 사이에도 민노총은 합리적 제안이 아닌 무리한 제안을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한노총은 2018년 민노총에게 가입 조합원 수를 역전 당했었지만, 2020년 다시 국내 '제1노총' 지위를 되찾았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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