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vs SKB' 학계도 팔 걷었다…新 인터넷 시대 '공평함' 난제 [OTT온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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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공익산업법센터 제84회 학술세미나 '망 이용대가의 본질과 그 쟁점' 세미나

[아이뉴스24 송혜리 기자] "네트워크 투자에 대한 비용 분담의 원칙, 공평한 비용 분담, 이에 따른 수익을 일정 부분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대한 어떤 우리 합의 같은 것들이 필요한 시기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서울대학교 공익산업법센터 제84회 학술세미나 '망 이용대가의 본질과 그 쟁점' 세미나가 열렸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망 이용 대가를 놓고 3년째 소송 중이다. SK브로드밴드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넷플릭스 트래픽처리를 위해 전용망을 제공했으니 응당한 대가를 받겠다고 나섰으나, 넷플릭스는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인 오픈커넥트(OCA) 제공했으므로 '무정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장기화한 '망 이용대가'분쟁에 학계도 혜안을 찾아 나선 것이다. 이날 총 9명의 학계, 업계 전문가들은 4시간 동안 뜨거운 토론을 이어갔다.

이성엽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인터넷 생태계에서 대형 플랫폼들의 위치, 매출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제 일정한 비용 분담을 할 때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네트워크 투자에 대한 비용 분담의 원칙, 공평한 비용 분담, 이에 따른 수익을 일정 부분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대한 어떤 우리 합의 같은 것들이 필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를 놓고 소송 중이다.  [사진=조은수 기자]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를 놓고 소송 중이다. [사진=조은수 기자]

◆망 이용대가, 망 중립성과 관계없어

이날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조대근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은 '인터넷 망은 무료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SK브로드밴드가 망 이용대가를 받겠다고 하는 것은 망 중립성 위반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망 중립성 원칙'은 트래픽 처리 시 차별, 대가를 받고 우선 처리해주는 것 등을 금지하는 것이지 SK브로드밴드처럼 추가로 전용망 서비스를 제공한 것에 대한 대가를 받아선 안 된다는 것이 아니란 설명이다.

조대근 전문위원은 "망 중립성은 콘텐츠나 단말, 이용자에 차별 없이 선입선출로 트래픽을 처리하란 말로 쉽게 설명할 수 있다"면서 "아울러 이의 원칙에선 ISP에 세 가지를 금지하고 있는데 차단하지 말라, 조절하지 말라, 웃돈을 받고 우선 처리해주지 말라 등을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전문위원은 "망중립성에서 금지하는 것은 패킷의 순서를 바꾸는 대가로 돈을 더 받는 것으로, 트래픽이 늘어나서 돈을 더 받는 것은 쉽게 비유해 '도로를 넓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엽 고려대학교 교수도 '망 이용대가와 망 중립성은 관계가 없다'고 못 박았다.

이 교수는 "원칙적으로 망 중립성과 망 이용대가는 관계가 없다는 것에 대해서, 가이드라인 작업하면서 오랜 기간 논란을 거쳐, 작년 말에 망 중립성 정책을 이해하는 해설서 형식으로 과기정통부가 정식으로 발간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용을 보면 원칙적으로 가이드라인은 차단 및 불합리한 차별 등을 금지하는 ISP의 인터넷 트래픽 관리 행위에 관한 규범"이라며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에 따라 금지되는 트래픽 관리 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트래픽 관리와 관련이 없는 ISP와 CP간의 인터넷 접속 서비스 제공 및 이용에 관련되는 비용에 관한 계약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선언이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당시 전문가들 입장으론 망 중립성 문제를 더 이상 대가 문제와 연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론적으로 '망 중립성이 망 이용대가에 영향을 주게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망 중립성이 철저하게 지켜지지 않으면 ISP가 인터넷 속도를 조절하는 등 조치로 협상력 우위에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넷플릭스와 같은 대형CP에는 망 중립성 원칙이 적용되기 어렵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김성환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20년 전으로 돌아가 인터넷을 설계하는 사람들, 망중립성 원칙을 주장하는 사람들한테 가서 넷플릭스와 같은 서비스를 염두에 뒀냐고 하면 그건 아닐 것"이라며 "인터넷으로 서비스될 것으로 생각되지 않았던 형태의 것이 이제 서비스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보면 망 중립성의 원칙이라는 게 사실 넷플릭스 같은 서비스에 대해서는 적용키가 좀 어렵다, 이런 건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 "정부가 인터넷 시장 원칙 파기 조장" vs "시장에 통용되는 원칙 맞나"

이날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정인석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인터넷 망 '제로프라이스룰(ZPR)' 원칙을 내세워 망 이용대가 존재를 부인했다.

정 교수는 '망 이용대가를 받는 것은 ZPR을 위배하는 것이며 현재 우리 국회와 정부는 ZPR 파기를 돕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ZPR이 파기된다면 CP소매 가격이 인상돼 소비자 후생이 저하 될 것이며, CP 투자 위축으로 '창의와 상상력 죽이기'를 자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SK브로드밴드는 ZPR 파기를 요구하는 것으로, 법원이 이들의 주장을 인정한다면 ZPR 파기를 공언, 선언하는 것이며 정부의 개입은 ZPR을 파기하거나 허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결국 다른 CP와 ISP로 확산 할 것으로, ZPR 파기는 인터넷 시장 전반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무상급식 같은 것"이라며 "인터넷을 전화나 우편처럼 여겨 데이터 전송료를 받으려고 하기 시작하면 즉, ZPR을 무너뜨리면 그 전송료를 서로 주고받는 비용 때문에 결국은 인터넷이라는 게 유지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ZPR이란 원칙 존재 자체에 의문을 표했다. 업계와 학계에 통용되는 원칙이 맞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성엽 교수는 "ZPR이란 룰이 있었다는 것을 처음 들었다"면서 "ZPR 파기를 전제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 설명을 하나, 좀 생소한 표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조영훈 SK브로드밴드 실장도 "ZPR이 어떤 개념이며 정의인지 실질적으로 규명될 필요가 있다"면서 "실질적인 법규성을 가지는 국제적인 규범인지, 관련시장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질서인지 아니면 학계에서 이론적으로 논의되고 주장되는 이론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권남훈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만약에 ZPR이란 것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이를 끝까지 지킬 방법이 있는가"라며 "트래픽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사업자가 나타나 네트워크를 마비시켜도 이 사업자에게 ZPR을 적용할 수 있는지, 또는 반대로 네트워크 품질이 중요한 사업자가 있는데 ZPR에 의거 돈도 안받고 품질 유지도 못해준다고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어 "네트워크 진화과정에서 ZPR을 지킬 수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서울대학교 공익산업법센터 제84회 학술세미나 '망 이용대가의 본질과 그 쟁점'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SKB]
지난 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서울대학교 공익산업법센터 제84회 학술세미나 '망 이용대가의 본질과 그 쟁점'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SKB]

◆국회와 정부가 나서는 것 신중할 필요 있어

전문가들은 '망 이용대가'를 법으로 강제하거나, 관련해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계약은 어디까지나 이해당사자 간 자율의 영역이란 설명이다.

이성엽 교수는 "국회에서 망 이용대가 법률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발의된 법안 내용 중 아주 극단적인 것은 정당한 망 이용 대가를 내지 않는 걸 금지로 하는 내용까지 포함이 돼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 부분은 좀 너무 성급하게 진행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법률로 자율적인 어떤 협상의 가능성을 강제하는 것이 적절한 건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면서 "최근에 인앱 결제와 관련해서도 보면 규제하기 어려운 것을 규제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실제로 규제의 실효성이 좀 떨어지는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법제화를 통한 어떤 이런 자율적인 협상의 가능성을 좀 제약하는 것보다는 법원의 판결을 지켜보면서 자율적인 해결을 하는 것이 낫겠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남훈 교수도 정부가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이같은 문제 발생 기저엔 정부의 '통신사 규제 정책'이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정부에게도 분명히 책임이 있는데, 정부가 통신 사업자에게 요금 정책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분명히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줬고, 그러다 보니 통신 사업자도 수익 창출을 위해 소비자 요금을 마음대로 조절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면서 "결국 CP에게 이를 전가하려는 그런 상황이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측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피력했다. 다만, 방송통신위원회는 이같은 분쟁을 통해 발생할 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준모 과기정통부 과장은 "양 산업 간 지속적인 발전 가능한 그런 어떤 모델이 국회에서 논의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그런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고낙준 방송통신위원회 과장은 "사업자 간 문제이기 때문에 이용자 보호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다"면서 "전기통신사업법 불공정 행위는 기간통신사업자간 행위로 간주해, 이같이 기간통신사업자와 CP간 문제는 입법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송혜리 기자(chew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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