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CJ그룹의 3세 경영 승계가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부장이 지난 2019년 9월 마약 밀수 혐의로 업무에서 물러나면서 승계 작업에 급제동이 걸렸지만 최근 다시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1년 전인 지난해 1월 CJ제일제당의 부장급 자리인 글로벌비즈니스 담당으로 일선 업무에 복귀하면서 승계작업의 분위기를 잡아갔다. 이어 같은 해 12월 말 정기인사에서 이 부장을 임원 반열(경영리더)에 올려 놓고 승계 지렛대인 CJ올리브영의 IPO(기업공개)에 나서면서 승계작업의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고 있다. CJ올리브영의 몸값 띄우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다.
IPO 전에 기업가치를 높여야 상장 시 보다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점도 있지만, CJ그룹 3세 승계의 핵심 '키'로 부상한 CJ올리브영의 가치가 올라갈수록 승계 작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점이 맞물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CJ올리브영, 올해 코스피 상장 추진…증권가, "기업가치 4조원" 놓고 논란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상장을 추진하는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4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11월 IPO 대표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과 모건스탠리를, 공동 주관사에 KB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CS)를 선정하며 상장 절차를 본격화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증권사들이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를 4조원대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공모가도 그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증권사들의 제시한 4조원이라는 수준이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CJ올리브영은 지난 2020년 말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4천141억원을 투자받으며 기업가치를 1조8천4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이를 근거로 업계에서는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를 최소 2조원에서 3조원대 수준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1년 만에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를 2배 높은 4조원으로 제시한 것은 기업가치를 과도하게 부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시가총액 4조원은 유통업계 대표 기업인 신세계(2조2천939억원) 롯데쇼핑(2조4천555억원) GS리테일(3조735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지주사인 CJ의 시총도 2천3779억원대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이나 사모펀드들은 두 배 이상의 고수익을 기대하고 들어오기 때문에 상장 시 기업가치를 최대한 높이려 한다"며 "특히 CJ올리브영은 CJ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맞물려 있어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IPO 유치에 나서는 과정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그룹 3세 이선호·이경후, IPO 후 올리브영 지분 매각·교환 통한 CJ 지분 확대 유력
CJ올리브영이 IPO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을수록 오너 3세의 CJ그룹의 경영권 승계도 유리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CJ올리브영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임원)와 이경후 CJ ENM 부사장의 그룹 승계를 위한 재원 마련 창구로 거론되며 승계 과정에서 핵심으로 부상했다. CJ올리브영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이 경영리더(지분율 11.09%)와 이 부사장(4.26%)이 상장 후 지분을 매각해 이 회장의 지분(42.07%) 중 일부를 증여받기 위한 상속세를 마련하거나 지주사인 CJ와의 지분 교환을 하는 방식으로 CJ 지분율을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실제로 이 경영리더와 이 부사장은 앞서 CJ올리브영의 프리IPO 과정에서 글랜우드PE 측에 주식을 일부 매각하며 각각 1천18억원, 391억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CJ올리브영이 시장에서 추정하는 4조원대의 가치로 상장에 성공하면 이 경영리더와 이 부사장의 지분 가치는 약 4천500억원, 1천700억원 대로 불어나게 된다.
현재 이 경영리더와 이 부사장은 CJ 지분(보통주 기준)을 2.75%, 1.19%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꾸준히 신형우선주인 4우선주를 꾸준히 사들이며 지분을 늘려가고 있다. 이 경영리더는 4우선주를 106만3천268주, 이 부사장은 102만2천290주 보유하고 있다. 신형우선주는 2029년 보통주로 전환된다. 보통주보다 가격이 저렴한 우선주를 확보해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승계의 기반을 닦는 것으로 풀이된다.
CJ올리브영이 상장하게 되면 이 경영리더와 이 부사장 등 오너일가는 구주 매출 방식이나 상장 후 지분 처분을 통해 CJ 지분을 확보하지 않겠냐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CJ올리브영이 IPO를 앞두고 기업가치를 올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그 배경으로 풀이된다. CJ의 기업가치가 높아질수록 손에 쥐는 현금이 많아지고, CJ와 지분교환을 하더라도 유리한 비율로 지분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온라인 중심 체질 개선 통한 성장성 증명이 관건
구창근 CJ올리브영 대표가 2019년 대표에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올해 사업계획을 직접 밝히는 등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도 올해 IPO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일례다.
구 대표는 지난달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올리브영 미디어 커넥트'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올리브영의 H&B(Health&Beauty) 스토어 시장점유율이 약 85%지만 시장을 한정하지 않고 카테고리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외연을 확장해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한 '옴니채널' 서비스로 고객 접점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현재 전국 1천200여개의 오프라인 올리브영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등 온라인 거래 비중을 높여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대대적인 점포 리뉴얼 등을 통한 오프라인 매장도 강화하는 등 올해 상장을 앞둔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7월에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IT 인력을 채용하는 등 디지털 전략 강화에도 나섰다.
그러나 CJ올리브영이 실제로 4조원대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CJ올리브영이 H&B스토어 시장점유율 약 85%를 차지하며 업계에서 독보적인 지위에 있지만, 시장 자체가 포화상태에 달한 상태에서 추가적인 성장동력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된 2020년 H&B스토어 시장 규모는 1조7천800억원으로 전년대비 12.9% 감소했다. 경쟁사인 GS리테일의 랄라블라와 롯데쇼핑의 롭스 모두 매출과 매장 수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CJ올리브영이 디지털과 온라인을 강화하고 있지만, 뷰티 카테고리의 공격적인 확장에 나선 '무신사', 'W컨셉' 등 온라인 패션 플랫폼과의 경쟁이 치열하다. 무신사의 경우, 지난해 10월까지 화장품 거래액이 전년동기대비 2배(131%) 이상 증가했고, 올해는 뷰티 카테고리를 현재의 1천600개까지 확대한다는 공격적인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받기 위해서는 결국 기업의 체질 개선을 통해 온라인 부문의 성장을 얼마나 이끌어내는 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지난해 대어급 IPO에서 연이어 고평가 논란이 나오며 상장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던 만큼, CJ올리브영 스스로 몸값을 증명하지 못하면 시장의 평가도 냉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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