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일동제약이 'R&D 명가'로 거듭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외부 차입을 통해 연구개발(R&D)에 올인하면서다.
최근에는 약 20거래일 만에 110% 이상 주가가 상승하는 등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시가총액도 높아지는 추세다. 이는 일본 시오노기사와 공동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주요 33개 제약바이오사 중 일동제약이 전년 대비 R&D 투자 비용 증감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3분기 누적 R&D 투자비율에서도 선두권에 올라섰다.
매출액 대비 R&D 비율은 지난해 3분기(누계) 11.5%에서 7.6%p 늘어난 19.1%를 기록했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 순위에서도 19%를 기록한 일동제약은 셀트리온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파이프라인은 10개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주요 파이프라인은 암과 당뇨병,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노인성 황반변성, 녹내장, 파킨슨병 등을 타깃으로 한다. 비임상 단계를 포함하면 종양 부문 9개, 간 질환 5개, 안구질환 3개, 중추신경계질환 3개, 대사성질환 2개 등 총 24개의 파이프라인을 가진다. 과거보다 파이프라인이 많이 늘어난 데다 이 중 상당수 후보물질은 본격적인 임상시험에 돌입 직전인 상황이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일동제약, 전문성 강화한 자회사 체계 구축…신약 개발 '본격화'
일동제약이 R&D에 힘을 주는 이유는 전문의약품, 건강기능식품 사업과 함께 신약 개발을 통한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함이다. 올해 핵심 전략도 '시장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 신약 개발'로 삼고 있다.
일동제약은 어렵고 복잡한 분야가 아닌 가능성이 크고 시장성이 충분한 질병 영역의 신약을 개발한다. 특히, 일동제약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신약후보 물질 발굴에 특화된 디스커버리 조직을 활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지속해서 얻고 있다.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은 크게 4곳에서 이뤄진다. 일동제약의 자체 연구개발본부와 일동제약의 사내 랩 벤처 형태에서 스핀오프한 아이리드비엠에스, 그리고 일동홀딩스에서 스핀오프한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업체인 아이디언스, 임상약리 컨설팅 전문 스타트업인 애임스바이오사이언스다. 애임스바이오사이언스는 일동홀딩스가 인수한 회사다.
이들은 상호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애임스바이오사이언스가 나머지 3곳에게 자문을 제공하며, 아이리드비엠에스는 이를 토대로 발굴한 파이프라인을 아이디언스에게 제공한다. 일동제약의 연구개발본부는 아이리드비엠에스와 아이디언스와 모두 협력하는 구조다. 특히 아이리드비엠에스와는 협력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최근 130억원을 투자해 지분 40%도 확보했다.
일동제약은 최근 혁신 신약에 투자를 집중하는 추세다.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 IDG16177은 최근 독일에서 임상 1상 승인을 받았다. 고형암 치료제 (ID13009, ID11902), 간 질환 치료제(ID11903, ID11905)도 유망하다.
◆ 경구형 코로나19 치료제 올 4월 출시 목표…"당뇨병 치료제도 기대"
특히 최근 주가 상승에 큰 역할을 한 것은 코로나19 치료제다. 일동제약이 일본 시오노기사와 공동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S-217622'는 미국에서 승인된 화이자 코로나19 치료제와 같은 먹는(경구형) 치료제 계열로 공동 2-3상 임상이 수개월 내에 끝날 예정이다. 일동제약은 올해 4월 제품 출시를 예고한 바 있다. 국내에서 긴급승인될 경우 일동제약이 국내 판권을 독점한다.
해당 신약은 코로나19를 일으키는 감염원인 '사스-코브-2'(SARS-CoV-2)에 대항하는 신약 물질로, 1일 1회 5일간 복용하는 경구용 약물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앞서 진행된 연구들에 따르면, S-217622는 SARS-CoV-2에만 존재하는 단백질 분해 효소(3CL-프로테아제)를 억제해 바이러스의 증식을 차단하였으며, 안전성과 내약성 평가에서도 좋은 결과를 보였다. 또한, 알파, 베타, 감마, 델타 등의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 모두 유사한 수준의 억제 능력을 나타내는 것이 관찰됐다.
또한 당뇨병 치료제 후보물질 'IDG-16177'도 유망하다. 이 약물은 췌장 베타세포 표면의 GPR40 수용체를 활성화해 최종적으로 포도당 농도에 의존적으로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하는 기전의 저분자화합물로써,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 약물이다.
글로벌 제약사에서 진행하던 동일기전의 선행 약물이 간독성 문제로 개발이 중단된 바 있는데, IDG-16177은 기존 물질에 비해 10배 낮은 농도에서도 혈당 강하 효과를 보이면서, 간독성 위험성을 낮춘 것으로 비임상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IDG-16177은 현재 유럽에서 임상 1상 진행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비 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신약 연구과제 'ID119031166'도 글로벌 임상을 추진 중이다. NASH 치료제 신약 연구과제인 ID119031166은 연내 임상 1상 진입이 예상된다. ID119031166은 파네소이드 X 수용체(farnesoid X receptor, FXR)와 결합해 해당 수용체를 활성화시키는 FXR 작용제(agonist) 기전을 가진다. FXR은 세포 내의 핵에 존재하는 수용체들 중 하나로, 간에서의 지질 및 당 대사, 담즙산의 생성 및 배출, 염증 반응 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ID119031166은 간에서의 지방 축적, 염증 및 섬유화 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알려진 담즙산의 대사를 조절해 NASH를 개선한다. 'ID11903'과 관련한 생체외(in vitro) 연구 및 질환동물모델 연구 결과, FXR 작용제로서의 약물 효력 및 표적 선택성, 간 섬유화 억제 및 NASH 개선에 대한 효과 등이 유의미하게 확인됐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유망한 후보물질을 지속적으로 탐색·발굴하는 동시에,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다발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신약 과제의 진행 속도를 높이고, 후보물질 등과 관련한 권리 확보를 선점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승권 기자(peac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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