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올 한해도 전 산업군에 영향을 미친 가운데,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팬데믹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 강화에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으로 완화됐지만,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감염자가 폭증하고 있다. 특히, 올해 상권 공실률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공실률이 치솟았으며, 반면 오피스 매매시장은 지난해 거래액을 뛰어넘어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상업 부동산 플랫폼 알스퀘어는 7일 팬데믹이 점령하면서 희비가 엇갈린 '2021년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 8대 이슈'를 선정해 발표했다.
◆ 위드 코로나에도 회복 불능, 리테일 상권
알스퀘어가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명동 소규모 상가(2층∙330㎡ 이하) 공실률은 올해 3분기 기준 43.3%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장기화 이전인 지난해 2분기만 해도 공실률은 0%였다. 불과 1년여 만에 한 집 건너 한 집이 비었다.
서울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 광화문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19.3%를 기록해 전분기보다 15.0%포인트 치솟았다. 압구정(17.1%), 홍대∙합정(24.7%), 이태원(18.0%) 등은 모두 20% 안팎의 공실률을 기록했다.
중대형 상가(3층 이상, 330㎡ 초과)도 다르지 않다. 명동(47.2%), 광화문(23.0%), 홍대∙합정(17.7%), 혜화동(19.0%) 등 주요 상권이 모두 무너졌다. 다만, 도산대로, 압구정 등 패션과 식음료 유행을 주도하는 강남 '트렌드 리딩(trend leading)' 상권 공실률은 되레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분기 압구정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7.4%로, 지난해 1분기보다 7.3%포인트 내렸고, 같은 기간 도산대로도 10.9%로 0.8%포인트 떨어졌다.
◆ "위기일수록 공간과 시설에 투자"…오피스 거래액 사상 최대
재택근무 확산으로 오피스 시장 분위기도 가라앉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올해 오피스 매매 거래액은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팬데믹 수혜를 본 정보통신(IT) 기업과 스타트업 등이 시장 분위기를 이끌었다. 개발자 채용에 유리하고, 업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강남권과 판교∙분당 등으로 이 회사들이 몰리며 매매 수요도 덩달아 불었다.
알스퀘어 빅데이터실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11월 말까지 서울과 분당권역(BBD)에서 매매된 100억원 이상 오피스의 총 거래액은 17조3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미 지난해 거래액(13조6천억원)을 뛰어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된다.
◆ "기회의 땅 동남아로"…K프롭테크, 속속 해외 진출
IT를 바탕으로 부동산 시장 비효율을 풀어가는 프롭테크 기업에 한국 시장은 좁았다. 이들은 풍부한 인구와 인프라 덕분에 향후 경제 성장 가능성이 큰 동남아로 시장을 확대하며, 기회를 모색 중이다.
전수조사로 확보한 유니크(unique)∙딥(deep) 데이터를 통해 상업 부동산 시장을 개척하는 알스퀘어는 호찌민, 하노이 등 주요 대도시에서 수집한 1만 건의 오피스, 물류센터 등의 부동산 데이터를 바탕으로 올해 베트남에 깃발을 꽂았다.
7천만 달러(약 850억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스틱인베스트먼트로부터 확보한 알스퀘어는 지난 11월 싱가포르 법인을 설립하며 '팬 아시아(Pan Asia)'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오늘의집(버킷플레이스)은 싱가포르 온라인 가구 플랫폼인 '힙밴'을 인수하며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다. 오늘의집은 힙밴과 아시아 시장 진출 방안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디지털 부동산 수익 증권 거래 플랫폼 카사도 오는 2022년 싱가포르에 거래소를 열 계획이다.
◆ 모바일∙당일배송 이용 급증, 물류센터 전성시대
이커머스 수요 급증으로 물류센터는 호황기를 맞았다. 모바일 쇼핑이 늘어난 데다 유통업계의 당일배송 경쟁이 치열해진 덕이다. 최근에는 고기와 수산물 등의 식자재를 판매하는 스타트업과 온라인에서 명품을 파는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며 물류센터 매매∙임대차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알스퀘어 물류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수도권 물류센터 매매가는 5년 전과 비교해 40%가량 올랐다. 저온 물류센터와 서울 인접, 물류센터 매입을 원하는 개발회사와 운용사, 물류∙유통회사는 많지만, 공급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물류센터 개발사들은 서울과의 거리와 저온 설비 등의 조건을 원하는 임차사 요구를 개발 단계에서부터 적용하고 있다"며 "당분간 물류센터 매매가도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공실률 0%, 강남보다 뜨거운 판교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IT 기업들이 자리 잡은 판교∙분당이 강남 업무지구의 위상을 넘보고 있다. 지난 3분기 기준으로 판교와 성남 핵심 업무지구를 일컫는 BBD의 공실률은 0%. IT 기업 간 집적이익을 누릴 수 있는 판교를 선호하는 기업이 넘쳐나고 있다.
판교 지역에서 사무실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임차 수요는 분당으로 향했다. 알스퀘어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판교를 1순위 임차 후보지로 희망했던 임차사 실제 계약 권역은 분당이 57.9%, 판교가 36.8%였다. 판교 오피스를 임차할 수 없다면 거리라도 가까운 분당 지역 사무실을 구한 회사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진원창 알스퀘어 빅데이터실장은 "제2판교와 제3판교테크노밸리 조성이 마무리되면 BBD가 서울 주요 권역을 넘어서는 국내 최고의 핵심 업무 권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위기의 공유 오피스, 극적인 '반전'
공유 경제의 종말이 다가온 듯했지만, 정작 공유 오피스는 위기를 돌파하며 진화 중이다. 위워크코리아와 패스트파이브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각각 20.8%, 42.8% 증가했다. 스파크플러스 역시 지난해 매출액으로 260억원을 거둬 전년보다 2배 증가했다. 최근 임차 수요 급증으로 강남권에서 오피스 공실을 찾기 어렵다 보니 부득이하게 기업들이 공유 오피스로 들어가며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공유 오피스 운영사들도 거점 오피스 등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무실은 아니지만 집보다 업무 효율이 높아 출근과 재택근무 장점을 모두 누릴 수 있다고 보는 기업들이 이 서비스를 선호한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지난 2017년 600억원이었던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이 내년 7천7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 관광객 기다리다 지친 호텔, 매각 잇따라
지난해 대형 리테일 매각 열풍이 불었다면 올해는 호텔이 이 흐름을 이어받았다. 코로나19로 관광객 수요가 급감하면서, 알짜 입지에 들어선 호텔 운영을 이어갈 만한 매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고 운영사들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연초 역삼동 르메르디앙 호텔이 현대건설에 매각되면서, 서울 주요 호텔들의 매각이 줄을 이었다. 디큐브시티 쉐라톤, 쉐라톤 서울 팔레스 강남 호텔 등을 포함해 지난 1983년 영업을 시작한 밀레니엄 힐튼도 팔렸다. 최근 급등한 주택가격에 따라 이들은 주상복합 또는 업무시설로 재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 위드 코로나로 상업 인테리어 수혜
상업 인테리어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재택근무 확대로 홈 오피스 시장이 커지고 있고 카페나 식당, 리테일(소매), 기업들도 고객이나 구성원의 취향을 반영해 기존 공간을 재구성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1.5배 성장한 41조5천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6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인테리어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사모펀드 IMM PE는 지난달 국내 가구업계 1위 한샘 인수를 마무리했다. 이 인수에는 롯데쇼핑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는데, 향후 현대백화점(현대리바트), 신세계(신세계까사) 등과 인테리어 시장에서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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