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새벽배송도 느리다'…분 단위로 다투는 배송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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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퀵커머스 시장 규모 20조원 추정…오프라인 유통업체 참전으로 판 커져

[아이뉴스24 신지훈 기자] 주문하면 바로 배송해주는 '퀵커머스' 시장이 유통업계 최대 격전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을 시작으로 이커머스 업체는 물론 백화점, 마트, 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까지 모두가 뛰어들었다. 전날 주문하면 다음날 배송해주는 새벽배송과 주문한 날 배송해주는 당일 배송을 넘어 분 단위로 배송 경쟁이 심화하며 유통가 속도전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현대백화점은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춘 전기트럭을 활용해 프리미엄 신선식품을 주문 후 30분 내로 배송해주는 형태로 퀵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사진=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은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춘 전기트럭을 활용해 프리미엄 신선식품을 주문 후 30분 내로 배송해주는 형태로 퀵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사진=현대백화점]

◆ 시장 규모 20조원…판 커지는 '퀵커머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퀵커머스는 빠른 배송을 뜻하는 '퀵(Quick)'가 상거래인 '커머스(Commerce)'를 결합한 단어다. 신선·가공식품이나 생활용품 등을 주문이 들어오면 짧게는 15분 안팎, 길어도 1시간 이내 배송을 완료해주는 유통 형태를 말한다.

퀵커머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가 만들어낸 새로운 소비혁명으로 꼽힌다. 실제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소비문화가 자리매김하며 급성장했다. 2019년 9조원이던 시장 규모가 지난해 코로나19가 발발하며 17조원으로 커졌다. 올해는 20조원 이상으로 추정될 만큼 거대 산업으로 발전 중이다.

퀵커머스전(戰)에 불을 지핀 것은 배달 플랫폼이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2019년 11월 B마트를 론칭하며 포문을 열었다. 현재 서울과 인천, 경기 일부 지역에서 30분 이내에 생필품 등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우아한형제들은 B마트의 구체적인 매출 실적을 공개하고 있지 않고 있으나,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살펴보면 지난해에만 퀵커머스로 2천억원이 넘는 매출을 거뒀다. 이는 전년보다 4배가 넘는 기록적인 매출액이다.

이후 요기요가 지난해 9월 서울 강남지역에서 요마트로 합류 이후 식재료부터 생활용품 등을 배달하고 있다.

퀵커머스 본격 경쟁의 신호탄은 쿠팡이 쏘아올렸다. 지난 6일 '쿠팡이츠마트'를 선보이고 쿠팡 본사가 있는 서울 송파구 일부 지역에서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과일·채소·샐러드, 정육·수산·계란, 빵·시리얼·잼, 우유·유제품, 화장지, 조미료·소스·장류 등을 10~15분 내에 배달한다.

쿠팡이츠는 직매입 방식으로 마트 상품을 구성해 판매하고 있다. B마트와 요마트와 마찬가지로 소규모 물류센터를 마련해 자체 배송기사를 통해 배달한다.

유통물류 브랜드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도 신선식품 새벽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마켓과 함께 퀵커머스 서비스 플랫폼의 론칭과 운영을 위한 합작법인 '주식회사 브이'를 출범했다. 새 법인은 퀵커머스와 새벽배송 서비스를 결합한 새로운 B2C 플랫폼으로 오는 하반기 내 즉시 배송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GS리테일이 6월 22일 론칭한 우딜-주문하기앱과 우친배달자. [사진=GS리테일]
GS리테일이 6월 22일 론칭한 우딜-주문하기앱과 우친배달자. [사진=GS리테일]

◆ 백화점도, 마트도, 편의점도 나섰다

전통의 오프라인 유통 강자들도 퀵커머스 시장에 뛰어들며 시장 헤게모니 쟁탈전은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춘 전기차를 활용해 이달 말부터 식품 전문 온라인몰 현대식품관 투홈 신선식품을 즉시 배송하는 서비스를 선보인다. 과일·채소·정육 등 60여 프리미엄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10~30분 안에 배송해준다.

현대백화점은 우선 10월까지 압구정본점 반경 3km 내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한 뒤 다른 점포에도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이번 서비스를 위해 현대백화점은 현대차그룹과 함게 전기 트럭 기반 '이동형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를 활용하기로 했다. 차량에 상품을 미리 적재해둬 상품을 준비하고 출고하는 과정을 생략해 신속하게 배송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은 지난 18일부터 성수점 PP(Picking & Packing) 센터의 쓱배송 주문 마감시간을 오후 1시에서 오후 7시로 늦췄다. 이에 따라 성수점에 한해 오후 7시까지 주문 시 자정 전으로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SSG닷컴은 7월 중 자양점, 왕십리점 PP센터를 시작으로 10월까지 수도권 및 지방 광역시 20개 매장에도 주문 마감시간을 늦출 예정이다.

이마트에브리데이도 최근 온라인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퀵커머스 전용 이커머스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 SSG닷컴과 별개로 자체 앱을 통해 식료품과 생필품을 즉시 배송한다는 계획이다. 배송은 배달대행 업체인 바로고가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다른 업체와도 배달 제휴를 타진 중이다.

GS리테일은 편의점 GS25나 슈퍼마켓 GS더프레시에서 배달해주는 우딜 서비스를 지난달 론칭했다. 또 메쉬코리아의 지분을 인수하며 퀵커머스 강화에 나섰다. 최근에는 요기요 인수전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BGF리테일은 배달 대행업체들과 카카오, 네이버, 페이코오더 등에 입점을 통해 퀵커머스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오아시스마켓과 메쉬코리아가 퀵커머스 플랫폼 합작법인 '주식회사 브이'를 출범한다. [사진=오아시스마켓]
오아시스마켓과 메쉬코리아가 퀵커머스 플랫폼 합작법인 '주식회사 브이'를 출범한다. [사진=오아시스마켓]

◆ '다양한 물건을 더욱 빠르게'…"골목상권 침해" 우려도

퀵커머스 시장의 성패와 주도권은 결국 '누가 더 빨리, 얼마나 다양한 물건을 배송해줄 것인가'가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배달 및 이커머스 기업들은 강남구와 송파구 등을 중심으로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를 세우고 배달 기사 확보전을 통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배달 플랫폼과 이커머스 기업들은 도심에 새롭게 물류센터를 만들어야 하지만,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전국 각지에 있는 점포를 활용해 퀵커머스전에 참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퀵커머스 시장 성장이 동네상권 침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B마트나 쿠팡이츠마트와 같이 동네 물류센터에서 제품이 배달되는 경우 골목상권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 등 자본력을 갖춘 대형 플랫폼이 물량공세로 나온다면 동네 상권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며 "제도적 접근도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슈퍼마켓과 편의점, 중소형 마트 등에서 공급하는 물품을 퀵커머스 시장이 집중 공급하고 있어 골목상권 붕괴가 필연적"이라며 "중간 도매상이 더는 설 자리가 없어져 유통망의 붕괴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신지훈 기자(ga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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