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환매가 중단된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의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에 대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투자원금 전액 반환을 결정했다. 투자자 계약체결 당시 해당 펀드의 공공기관 매출채권 투자가 불가능했음에도 펀드 대부분이 여기에 투자된다며 판매한 NH투자증권에게 책임을 물은 것이다.
6일 금감원은 지난 5일 개최한 분조위에서 NH투자증권이 판매한 옵티머스 펀드 관련 분쟁조정 신청 2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민법 제109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투자원금은 100% 반환이다.
◆ '빠른 구제' 위해 민법 끌어온 금감원
분조위는 이번 옵티머스 사태에서 NH투자증권이 투자자 착오를 유발했다고 판단했다. 계약체결 시점에 옵티머스 펀드가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만기 6~9개월)에 투자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는데도 판매사 NH투자증권이 자산운용사가 작성한 투자제안서와 자체 제작한 상품숙지자료 등으로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에 95% 이상 투자한다고 설명했다는 점에서다.
또 다른 분쟁조정 신청인인 옵티머스 펀드 일반투자자에 대해 분조위는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 투자의 가능 여부까지 주의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단 점에서 투자자에게 중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분조위는 옵티머스 펀드 판매계약을 아예 취소하고, 이 계약의 상대방인 NH투자증권이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권고했다. NH투자증권의 수락으로 이번 조정이 성립될 경우 분조위는 일반투자자 기준 약 3천억원의 투자원금이 반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눈에 띄는 점은 이번 결정이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배상'이 아니라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라는 점이다. 분조위는 이 배경에 대해 펀드 환매연기로 손해금액이 확정되지 않았고, 관련된 기관들의 책임소재도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현재 판매사인 NH투자증권과 수탁사인 하나은행, 사무관리사인 한국예탁결제원 간 책임소재 논란이 있는 데다 사후정산방식 손해배상에 대한 동의여부가 불확실하고, 이들의 위법행위 여부에 대해 검찰 수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분조위는 NH투자증권 및 옵티머스 운용에 대한 검사결과 등으로 사실관계가 확인돼 보다 빠르게 투자자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로 조정을 추진했다.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손해금액 확정 전이라도 민법(제109조) 적용이 가능했다.
◆ NH투자증권, 허위·부실 기재 투자제안서 그대로 판매…'착오 유발'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펀드의 전체 환매중단 금액 5천146억원 가운데 84%에 달하는 4천327억원을 판매한 최대 판매사다. 이 증권사가 판매한 옵티머스 사모펀드 35개는 모두 환매가 연기돼 개인 884좌, 법인 168좌 등 다수의 투자 피해자가 발생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옵티머스 운용이 작성한 투자제안서와 NH투자증권이 직원 교육용으로 제작한 상품숙지자료상 펀드 투자대상은 허위로 기재됐다. 실제 투자제안서엔 펀드 포트폴리오의 95% 이상을 정부 산하기관이나 공공기관 발주 공사 등의 확정매출채권(만기 6~9개월)에 투자할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
그러나 옵티머스 펀드는 처음부터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에 투자한 적이 없었다. 편입 자산의 98%가 비상장기업이 발행한 사모사채에 투자됐다. 옵티머스 운용 임직원이 매출채권 양수도계약서 등 관련 서류를 위조한 셈이다.
이들은 펀드 자금으로 비상장기업(옵티머스 운용 임원 등이 관리하는 기업)의 사모사채를 편입하고, 해당 기업은 부동산 개발사업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거나 기발행 사모사채를 차환 매입해 기존 펀드 만기상환에 사용했다. 일명 펀드 돌려막기다.
여기에 NH투자증권은 늦어도 9개월 안에 완료된 공사의 대가 일부가 투자자들에게 지급된다고 설명했지만,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을 만기 6개월 또는 9개월 이상으로 운용하는 펀드의 주요 자산으로 편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금감원 사실조사 결과 공공기관의 경우 기성공사대금은 관련 법규에 따라 5일 이내에 지급하므로, 건설사 등이 발주기관의 승인(보증기관 동의)을 받아야 하는 기성공사대금채권(확정매출채권)을 양도하는데 실익이 없고 실제로 양도된 사례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건설사 역시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상 명기된 건설사(2곳)에 확인한 결과 양도한 사례가 없고, 양도할 필요성도 없다는 답변이었다. 양수도 계약서상 기재된 관련 공사계약 자체도 대다수 허위였다. 금감원은 자산운용사 전체 330곳 중 326곳(폐업 4개사 제외)에 대해서도 공공기관 발주 확정매출채권을 양수받는 구조의 펀드에 대해 조사했지만, 이 같은 구조의 펀드는 그간 전무했다.
그러나 NH투자증권은 투자제안서 등으로 투자자들에게 이 같은 확정매출채권에 95% 이상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분조위가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서 착오를 유발한 것으로 인정한 배경이다.
◆ NH투자증권 수용 여부에 달린 전액배상 운명
이제 관건은 NH투자증권의 수용 여부다. 분조위 결정이 법적효력이 없는 권고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통상 분조위 조정은 신청인인 투자자와 또 다른 당사자인 금융회사에 통보된 지 20일 이내에 양측의 수락 여부에 따라 성립이 결정된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39조에 따른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NH투자증권이 분조위 결정을 거부하면 민사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NH투자증권은 그간 다자 과실을 주장하며 판매사 홀로 책임을 떠안는 '계약취소' 조정안은 수용할 수 없다고 여러 차례 주장해왔던 만큼 분조위 결정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민사소송까지 갈 경우 투자자와 NH투자증권 모두 시간이나 비용 측면에서 손해가 발생할 수 있어 보다 신중한 선택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투자자들만 해도 투자 손실과 관련한 민사 재판에서 100% 배상 판결이 나오기 쉽지 않다는 점이 부담 요인인 데다 소송이 장기화되는 만큼 피해 회복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NH투자증권도 분조위 조정 거부 이후 소송에서 질 경우 펀드 판매금액 4천327억원에 대한 원금 반환은 물론 지연이자까지 물게 돼 손실이 막대할 수 있다.
한편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들은 NH투자증권에 대해 투자원금 전액배상 뿐만 아니라 강력한 징계 조치 또한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전일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들은 분조위가 열리는 금감원 서울 여의도 본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처음부터 사기로 운용된 옵티머스 펀드에 대해 '원금 전액배상' 결정을 내리고 판매 책임자인 NH투자증권을 강력히 징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수연 기자(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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