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이 내달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를 앞두고 이 펀드의 손실과 관련된 회사들이 배상금액을 나눠 내야 한다는 '다자배상안'을 금융감독원에 제안했다.
금감원 분조위가 내달 NH투자증권에 '계약취소'에 따른 원금 전액반환을 권고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독박'을 쓸 위기에 처한 NH투자증권이 펀드 수탁사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회사인 한국예탁결제원의 공동책임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NH투자증권은 홀로 옵티머스 펀드 원금전액을 반환하는 '계약취소' 조정안은 수용할 수 없지만, '다자배상' 결론 시 배상금액 전체를 선제적으로 배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과 예탁결제원은 분조위의 결정을 지켜본 후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반면 옵티머스 펀드 피해자들은 NH투자증권의 다자배상안에 대한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29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다음 달 5일 열리는 옵티머스 펀드 관련 분조위에 앞서 옵티머스 펀드 수탁사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회사인 예탁결제원이 함께 피해금액을 나눠야 한다는 다자배상 의사를 전달했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펀드의 전체 환매중단 금액 5천146억원 중 약 84%(4천327억원) 가량을 판매한 최대 판매사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내달 분조위가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로 NH투자증권에 전액반환을 권고할 가능성이 큰 상태다. 옵티머스가 투자 대상으로 제시한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원천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입증 자료를 근거로 '계약취소' 법리 적용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펀드 판매계약 자체가 취소되기 때문에 옵티머스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은 투자자들에게 원금 전액을 돌려줘야 한다.
그러나 그간 NH투자증권은 다자 과실을 주장하며 판매사 홀로 책임을 떠안는 '계약취소' 조정안은 수용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하나은행과 예탁결제원도 감시·관리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만큼 일부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하나은행은 지난 25일 금감원 제재심에서 NH투자증권과 같은 수위의 중징계인 '업무 일부정지' 조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NH투자증권의 이 같은 다자배상안 주장에 대해 하나은행과 예탁원은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아직 금감원 분조위의 결정이 나오지 않은 상황인 만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아직 분조위 결과가 공식적으로 나온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따로 밝힐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예탁원 역시 "(다자배상안은) 일단 분조위의 판단 영역"이라며 "결론이 나와봐야 그 내용을 우리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옵티머스 펀드 피해자들은 NH투자증권의 다자배상안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해 펀드 투자금 전액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금감원 앞에서 피켓시위에 나선 피해자들은 "NH투자증권의 다자배상 꼼수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다자배상을 절대 거부한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매주 금감원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며 이날은 NH투자증권의 다자배상 주장을 막기 위해 급하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에서 옵티머스 펀드를 가입했다는 유모씨는 "우리는 공공기관 채권에 투자한다고, 나라가 망하지 않는 이상 괜찮다고 해서 (옵티머스 펀드에) 가입했다"며 "우리의 노후자금을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또 "NH투자증권이 피해자들에 제시한 선지급금 역시 사실상 대출"이라며 "1년이 지나면 이자를 내야하는 돈을 왜 받아야 하냐"고 말했다.
반면 NH투자증권 측은 다자배상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피해자자들에 대한 배상도 더 빨라질 수 있다고 해명했다. 계약취소의 경우 금감원의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법적 효력이 없고, 이로 인한 지루한 소송전이 펼쳐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금감원) 분조위에서 계약취소로 인한 100% 원금반환 결정이 나오면, 그건 권고사항일 뿐"이라며 "(NH투자증권) 이사회에서 승인이 안 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만약 그렇게 될 경우, 옵티머스 피해 고객들이 직접 NH투자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해야만 한다.
이 관계자는 "고객분들 각자가 소송을 통해 (회사를) 이겨야만 (돈을) 받아갈 수 있다"며 "그러면 소송기간이 2~3년은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다자배상안이 받아들여지면 그 안으로 이사회를 설득하고, 분조위에서 결정된 배상비율대로 피해자들에게 배상이 이뤄질 것"이라며 "(소송보다는) 기간이 훨씬 단축이 돼 (피해자들에게도)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한수연 기자(papyrus@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