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현대차그룹의 연말인사에서 MK(정몽구) 시대가 저물고 정의선 회장 시대가 본격화됐음을 알렸다.
'MK가신'으로 불렸던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과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이 동반 퇴진했고, 장재훈·조성환·정재욱·신재원 등 정의선 회장의 참모로 불리는 젊은 경영진들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미래 산업 생태계를 주도할 리더십 확보를 위한 2020년 하반기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임원인사에서 정몽구 명예회장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성장을 주도했던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 김경배 현대위아 사장,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 서보신 현대차 사장이 고문으로 물러났다.
지난 10월 정의선 회장이 총수로 올라서면서 정몽구 명예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이에 따라 정 명예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던 이들 부회장들도 연말 인사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했었다.
'MK 시대'를 함께 했던 부회장들이 물러나면서 현대차그룹 부회장단에는 윤여철 현대차 노무총괄 부회장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만 남게 됐다. 윤 부회장은 현대차의 2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끌어내는 등 노무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아 자리를 지킨 것으로 풀이된다. 정 부회장은 오너가 일원으로 정 회장의 매형이다.
두명의 부회장이 물러났지만 새로운 부회장 승진자는 없었다. 대신 정의선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젊은 경영진이 대거 사장으로 승진해 정 회장을 보좌하게 됐다. 특히 정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미래 사업 분야에서 대거 승진자를 배출해 주목을 받는다.
먼저 장재훈 현대차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장재훈 신임 사장은 국내사업본부와 제네시스사업본부를 담당해 괄목할 성과를 거뒀으며, 경영지원본부를 맡아 조직 문화 혁신 등을 주도했다는 평가다. 향후 전사 차원의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추진할 적임자로 꼽힌다.
기존 이원희 사장은 미래 자동차 비즈니스의 경쟁력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글로벌 사업 최적화, 전동화·스마트팩토리 등 밸류체인 혁신, 기술개발 시너지 강화 등의 역할에 집중하면서 장재훈 사장과 손발을 맞출 전망이다.
현대모비스 R&D 및 전장BU를 담당하는 조성환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해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현대자동차 구매본부장 정재욱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현대위아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을 총괄하는 신재원 부사장의 사장 승진도 주목을 받고 있다. 신 사장은 미 항공우주국(NASA)출신의 항공 전문가로 정의선 회장이 UAM 사업 확대를 위해 영입에 공을 들인 인물로 알려졌다.
이번 승진과 함께 UAM 개발과 사업 가속화 및 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 구체화에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정의선 회장이 추진하는 미래사업의 핵심인 전기차 부문에서도 전용 플랫폼인 E-GMP 개발을 담당했던 이규오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수소 사업 부문에서도 연료전지사업부장 김세훈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밖에 현대자동차 로봇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로보틱스랩의 현동진 실장을 신규 임원에 선임하는 등 미래 신사업·신기술·R&D 부문의 신규 임원 승진자가 전체 신임 임원 승진자의 약 30%를 차지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미래 사업 비전을 가속화하는 역량 확보에 초점을 둔 인사"라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강길홍 기자 slize@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