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애플 부품업체인 LG이노텍은 애플 성적에 따라 울고 웃는다. LG이노텍의 최대고객사인 애플 아이폰의 흥행여부에 따라 매출 유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취임 일성으로 '수익 중심 사업'을 강조한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은 과감한 시설 투자로 미래 성장 기반의 확충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LG이노텍은 카메라모듈 등에 2천821억원에 이르는 시설 투자를 결정하고 광학 솔루션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이런 광학 솔루션사업 경쟁력 강화와 시장 수요 대응을 위해서다.
신규 시설투자는 트리플 카메라 분야에 집중됐다. 글로벌 전략거래선인 애플사가 지난해 하반기 아이폰 신모델에 트리플 카메라를 채택함에 따라 선제적인 시설 투자로 안정적 공급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었다.
정 사장의 선택은 실적으로 고스란히 옮겨졌다. LG이노텍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4천31억원으로 전년보다 53% 증가했다. 매출은 8조3천21억원으로 전년 대비 4% 증가했다. 고성능 카메라 모듈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하이엔드 부품 판매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1분기에도 LG이노텍의 성적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LG이노텍은 1분기에 영업이익 1천362억원으로 컨센서스(585억원) 대폭 상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민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자신감이 보여줄 놀라운 결과로 강달러와 아이패드 프로 대당 매출 증가, 아이폰 SE2 초도 생산 영향 등으로 보인다"며 "특히 아이패드 프로의 대당 매출이 기존 24달러에서 52달러로 대폭 상향된 점이 컨센서스와의 괴리를 만든 큰 이유"라고 판단했다.
아이폰SE2와 아이패드프로 판매 호조로 상반기 비수기에서도 선방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에게 상반기는 전통적인 비수기이나, 올해 만큼은 중저가 모델인 아이폰SE2와신규 아이패드 제품을 통해 비수기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고 주 연구원은 강조했다.
그는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졌으나, 중국과 한국의 개선세가 뚜렷하며, 최근 유럽까지 확진자수 감소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아이폰SE2는 이달 22일부터 출시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중국과 유럽 중심의 판매전략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관심을 끄는 건 이 같은 실적 호조에도 정 사장의 사업 재편에 거침없다는 데 있다.
정 사장은 스마트폰용 무선충전 사업, 전자가격표시기(ESL) 사업을 정리했고 스마트폰용 메인기판(HDI)도 철수를 결정한 바 있다. 아울러 LG이노텍에 가장 부담이 됐던 발광다이오드(LED)도 TV용 백라이트와 자동차 전장용만 남기고 일반 조명 등은 손을 뗐다. 과감한 변화는 정 사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는 전장사업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내면서 LG이노텍의 성장세에 날개를 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해 전장부품 사업에서만 매출 1조1천320억원을 기록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2014년과 비교해 5년 만에 두배 이상 증가했다.
전장사업의 전자부품 적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전자업계의 사업 참여 속도가 빨라지자 LG이노텍도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구동 모터 기술과 통신 모듈 기술, 카메라 모듈 기술을 자동차 전장 부문으로 확대하면서 시장 개척에 나섰다. 특히 자율주행차에 탑재되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기능에 들어가는 센서와 통신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달 20일 주주총회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한 결과 양호한 경영실적을 달성하게 됐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올해도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래 지속성장 기반 구축과 함께 글로벌 1등 소재부품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