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채나 기자] 제21대 국회의원을 선출하기 위한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보수대통합에 속도가 붙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공론화하고 유승민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가 화답하는 등 보수 진영의 논의가 한 데 모아지면서 통합의 범위와 방식에 정치권 전체의 관심이 쏠린다.
보수대통합론의 불씨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겼다. 황 대표는 지난 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 우파의 모든 뜻 있는 분들과 함께 구체적인 논의를 하기 위한 통합 협의 기구 구성을 제안한다"고 밝혔고, 다음 날인 7일에는 당내 통합협의기구를 꾸렸다.
보수 진영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며 한국당 외 바른미래당, 우리공화당 등으로 갈라졌다. 분열 상태에서 총선을 치르면 표가 갈라져 여권에 유리한 선거 구도가 만들어질 게 뻔한 상황. 반대로 통합할 경우 더불어민주당과 일 대 일 구도를 형성하면서 문재인 정부 심판론에도 더욱 힘을 실을 수 있다.
황 대표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는 "우리가 분열을 방치해 좌파정권의 질주를 막지 못한다면 역사에 또 한 번 큰 죄를 짓는 일이 될 것"이라며 "총선에서 승리를 이루고 미래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강력한 정치세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침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이던 유 대표도 보수대통합론에 화답하고 나섰다. 황 대표와 유 대표는 전화통화 등을 통해 접촉하며 통합 과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양측은 조만간 실무 협상을 시작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朴탄핵·공화당·안철수…곳곳 암초
그러나 향후 논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 정리다. 유 대표를 비롯한 변혁 내 바른정당계는 탄핵에 찬성하며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을 탈당했었다. 탄핵에 반대했던 친박계는 이들과 손을 잡는 데 부정적이다. 특히 유 대표가 통합 논의의 전제조건으로 탄핵에 대한 입장 정리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친박계에서는 공개적으로 불만이 흘러나오는 상태다.
유 대표와 우리공화당이 각을 세우는 이유도 탄핵 문제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주장하는 우리공화당에 대해 유 의원은 "3년 전 탄핵에 매달려 있는 분들과는 같이 보수 재건 못 한다"고 했다.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도 변혁에 "위장 보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황 대표는 변혁과 우리공화당까지 끌어안는 통합을 원하지만, 변혁과 우리공화당 간 감정의 골이 깊어 실현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현재로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한국당과 변혁의 당 대 당 통합이다. 변혁이 신당기획단을 꾸린 만큼 연내 신당을 창당한 뒤 양측의 논의가 무르익으면 공식 통합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유 대표의 '새 집 짓기' 주장대로 제3지대 신당 창당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에도 안철수 전 대표를 비롯한 변혁 내 안철수계 의원들의 합류 여부는 변수가 된다. 한국당과 변혁의 통합만으로는 '도로 새누리당'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지만, 안 전 대표 측까지 합류하면 중도 확장이 가능하다. 다만 안 전 대표는 여전히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상태여서 향후 행보가 불투명하다.
윤채나 기자 come2m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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