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입고 있는 일본 맥주업체들이 '납품가 인하'를 일부 유통업체에 제안하며 자구책 모색에 나섰다. 일단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선도적으로 납품가 인하 제안에 응했지만, 각 유통업체별로 업체에서 제안 받은 상황이 달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또 이번 일이 일본 맥주 판매 활성화에 도움이 될 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아사히' 맥주를 수입하는 롯데아사히주류가 지난 1일부터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납품하는 맥주 제품 가격을 인하했다. 한 때 수입맥주 브랜드 순위 1위까지 오르며 높은 인기를 얻었지만,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여파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최근 발주량이 거의 '0'에 이르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일본 맥주는 불매운동 여파로 판매가 급감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사이트에 따르면 올 9월 일본산 맥주는 맥주 수입액 순위에서 27위로 추락했다. 올해 6월까지 1위를 유지했으나 일본이 수출 규제를 시작한 7월부터 급락한 결과다.
또 일본 재무부가 최근 발표한 무역 통계에서도 한국의 일본 맥주 수입량 감소 수치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9월 일본 맥주의 대한(對韓) 수출액은 58만 엔(약 620만 원)으로, 전월 5천9만 엔(약 5억3천800만 원) 대비 98.8% 감소했다.
이 같은 상황이 되면서 롯데아사히주류는 세븐일레븐 외에도 편의점 1~2곳에 "납품가를 인하해줄테니 판매가도 낮춰주면 안되겠냐"며 똑같은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 업체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담을 느껴 제안을 거절한 상태다.
롯데아사히주류 외에 '삿포로', '에비스' 등을 수입·판매하는 엠즈베버리지도 일부 편의점을 대상으로 납품가 가격 인하를 제안,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세븐일레븐은 '삿포로', '에비스'와 하이트진로가 수입하는 '기린'의 납품가도 낮췄다.
세븐일레븐은 점주들이 일본 맥주 재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 같이 나섰다는 주장이다. 월말 정산으로 진행되는 만큼 기존 재고분도 이달 말 납품가 인하를 반영한 금액으로 수익 보전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납품가 인하가 된 만큼 점주들이 자체 판단으로 할인 행사를 진행할 가능성도 높아진 만큼, 재고 소진에 도움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납품가 인하는 되지만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가격은 인하되지 않는다"며 "본사 차원에서 일본맥주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판매가와 납품가의 차액이 커지는 만큼 편의점주들의 재량으로 재고 소진을 위한 할인 행사를 벌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의 이 같은 움직임에 경쟁사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납품가 인하를 제안 받은 곳도 제각각이었다. 한 편의점 업체 관계자는 "우린 아직까지 어떤 제안이나 공문을 받은 적도 없다"며 "어떤 곳은 전화를 받았다고 하지만 공문을 받지 않고 전화만으로 그런 제안을 한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세븐일레븐이 일본 맥주 납품가 인하를 가장 먼저 받아 들인 것은 계열사인 롯데아사히주류를 돕기 위한 차원일 수도 있다"며 "7월부터 불매운동이 시작돼 편의점주들이 이미 재고를 많이 소진하고 발주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재고 소진'을 명분으로 납품가 인하를 진행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이해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편의점 업계와 달리 대형마트들은 이번 납품가 인하가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일본 맥주 재고 소진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당장 납품가 인하가 이뤄진다고 해도 발주 물량이 없어 반영이 안된다는 설명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일본 맥주 발주는 재고가 일정 수치만큼 소진되면 자동으로 이뤄지는데, 현재로선 재고 소진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일본 맥주 업체들이 납품가 인하를 제안하지도 않았지만, 이를 반영하려고 해도 발주가 안되기 때문에 마트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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