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자사주 소각' 조기등판…지배구조 개편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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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기 주주환원책 발표 2달만에 일괄소각하며 지배구조 개편 포석 가능성

[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현대모비스가 중장기 관점으로 추진하기로 했던 주주환원 정책 중 자사주 소각 카드를 조기 등판시켰다. 이를 두고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현대차그룹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30일 보유 중인 보통주 자사주 중 203만7천169주(발행주식총수 대비 2.1%)를 소각했다. 이번에 소각한 주식은 보유 중인 자사주(264만3천195주)의 77.1%에 해당된다. 소각 자사주의 규모는 30일 종가(23만2천500원) 기준 4천736억원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현대차그룹]

이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올해 정기주총 전 주주가치 제고에 대해 공세 수위를 높여가자 내놓은 ▲배당 1조1천억원 ▲자사주매입 1조원 ▲자사주소각 4천600억원 등 약 2조6천억원에 달하는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실행된 것이다.

자사주 소각은 대체로 실적 악화 등 악재로 인한 주가 하락 우려가 커질 때 사용하는 카드 중 하나다. 그런데 현대모비스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현 시점에서 자사주 소각 카드를 꺼내 들 이유가 전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1분기 전년 대비 10% 가까이 높은 4천93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호실적을 기록했다. 덕분에 최근 1년 새 최고 수준의 주가를 기록하고 있다. 소각 시점인 지난달 30일 주가는 23만2천500원으로 지난해 8월 20일(23만5천원) 이후 8개월 내 가장 높다. 자사주 소각 후인 2일 주가(23만7천원)는 지난해 5월 24일(23만9천원) 이후 11개월 내 최고로 높다.

현대모비스는 앞서 내놓은 주주환원 정책을 향후 3년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발표 두 달이라는 다소 이른 시기에 자사주 소각을 단행했다. 게다가 현재로써 자사주를 소각할 이유 또한 마땅치 않다보니 이 같은 선택에는 다른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게 재계 안팎의 판단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실적이 좋아 주가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굳이 지금 자사주 소각을 할 이유가 있었을까 의문"이라며 "다소 급하게 자사주 소각에 나선 느낌이 있어 특별한 목적을 가진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별한 목적'으로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꼽힌다. 향후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대모비스가 본격적인 개편에 앞서 주주들을 포섭하기 위한 명분 쌓기 차원에서 자사주 소각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지만 주주가치 훼손 논란에 휩싸이며 뜻을 이루지 못했던 전례가 이런 예상을 가능케 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 말 현대모비스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분할, 현대글로비스와 사업부문을 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았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합병사 신주를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투자부문 지분과 교환함으로써 지배구조를 확립하겠다는 게 당시 구상이었다.

그러나 현대글로비스의 최대주주이자 경영 승계를 앞둔 정의선 수석부회장에 상당히 유리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빗발쳤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시장의 반발을 의식해 발표 2개월 만인 5월 말 지배구조 개편안을 철회한 바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당시 지배구조 개편 철회에 대해 "사업경쟁력과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보완해 개선토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연내 다시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추진 방향은 지난해 내놓은 개편안의 큰 틀은 유지하되, 앞서 시도했던 지배구조 개편에서 발목을 잡았던 부분을 일부 수정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앞선 개편안 중 가장 문제가 됐던 부분은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간 분할합병에서의 합병비율이다. 현대모비스에 상당히 불리한 합병비율을 산정함으로써 기존 주주들의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던 것이다.

이런 논란을 의식해 지배구조 개편 재추진 시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이라는 큰 틀은 그대로 가져가되 현대모비스 사업부문의 가치를 시장에서 평가받는 차원에서 먼저 상장한 뒤 향후 양사의 합병을 추진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합병은 참석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주총 특별결의 사항이다. 따라서 주주들의 지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때문에 주주가치 제고는 필수적이다. 조기 자사주 소각이 향후 지배구조 개편 재추진이라는 맥락에서 읽힐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이번 자사주 소각에 대해 주주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조기에 실시했다는 입장을 보이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자사주 소각을 실시했다"며 "주주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는 주주친화 정책의 일환으로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상연 기자 hhch111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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