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는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정기주주총회 이후 현대차그룹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저격수로 나선 엘리엇과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후 기세를 몰아 곧바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에 재시동을 걸 가능성이 있어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22일 열리는 현대차와 모비스의 정기주총에서 현대차그룹이 승리를 거둘 경우 1년 전 반대에 막혀 철회했던 지배구조 개편을 이르면 이달 마지막 주(25~29일)에 발표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두 회사의 주총은 재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저지하겠다며 나섰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재등장, 사측에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어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배당안으로 현대차 주당 3천원, 현대모비스 주당 4천원을 제시했다. 반면 엘리엇은 몇 배나 많은 현대차 주당 2만1천967원, 현대모비스 주당 2만6천399원을 제안했다. 사외이사‧감사 선임에 대해서도 서로의 안건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양측이 한치도 물러나지 않는 만큼 표 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단 승기는 현대차그룹이 잡은 상태다.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서는 일부 의견이 엇갈리지만, 가장 핵심으로 꼽히는 안건인 배당안에 대해서는 ISS, 글래스루이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대부분 의결권자문사들이 현대차그룹의 안건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사의 주총 결과는 경영 전면에 나선 정의선 수석부회장에 대한 주주들의 시험대로 평가된다. 현대차와 모비스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중추가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주총에서의 승리는 곧 그의 경영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의 중요한 명분이 될 수 있다.
이번 주총에서 승리를 쟁취할 경우 3월 내 지배구조 개편 재추진 가능성도 있다. 최근 현대차그룹의 주가 회복과 엘리엇 등 장애물이 사라진 상황에서 시간을 끌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 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 분할합병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편을 발표했다. 하지만 국내외 의결권자문사들이 정의선 부회장에 유리한 방식이라며 반대를 권고하는 등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았다. 결국 5월 전면 재검토를 하겠다며 개편안을 철회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당시 "사업경쟁력과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보완해 개선토록 할 것"이라며 "주주들과 시장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폭넓게 소통하겠다"고 주주친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다짐했다.
실제 그해 11월 말 현대차는 실적 악화 속에서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약 2천500억원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3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약 3개월간 자사주 매입을 통해 시가총액을 4조원 이상 끌어올렸다.
현대차는 올해 1월에는 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주주권익담당 사외이사를 일반주주들이 추천한 인사로 선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적극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후보로 추천된 윤치원 UBS 웰스 매니지먼트 부회장은 이번 주총을 통해 선임 여부가 가려진다.
이처럼 지난해 지배구조 철회 후 공언했던 주주친화 정책을 착실하게 수행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회복했고 이것이 엘리엇을 이기는 원동력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주주들의 지지를 확인한 만큼 시간을 끌 필요 없다는 게 재계 일부의 의견이다.
여기에 현대오토에버 상장도 이런 전망에 한층 힘을 싣는다. 정의선 부회장은 19.46%의 지분을 보유해 오토에버의 2대 주주다. 그는 구주매출을 통해 약 800억원(201만주) 상당의 자금을 확보할 전망이다.
오토에버 상장은 정의선 부회장이 일부 자금을 손에 쥔다는 측면에서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게다가 유가증권 상장일이 이달 28일로 예정돼 있다 보니 3월 안으로 지배구조 개편안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는 지배구조 개편을 재추진할 것이란 게 대부분의 예상"이라며 "주주친화에 적극 나선 데다 엘리엇과의 싸움에서 이긴다면 주주들의 지지를 확인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굳이 미룰 필요 없이 바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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