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양창균 기자] LG그룹이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구광모 LG전자 상무로 4세 경영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시기는 내달 29일 열리는 (주)LG 임시주주총회에서 사내 등기이사로 선임된 이후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맞춰 고 구본무 회장을 대신해 그룹 지휘봉을 잡았던 동생 구본준 부회장은 빠르게 계열 분리에 나설 것이란 시각이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이 구광모 상무로 경영승계를 사실상 공식화하면서 숙부인 구본준 부회장의 거취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조카인 구광모 상무로 경영승계가 명확해진 만큼 구 부회장이 서둘러 계열 분리에 나설 것으로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LG그룹이 4세인 구광모 상무로 경영승계를 선언한 상황에서 숙부인 구본준 부회장이 조카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로 예상보다 빨리 계열 분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은 '장자승계·형제독립'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장자가 경영권을 승계하면 다른 형제들은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고 퇴진하는 LG가(家)의 전통이다.
LS그룹이나 LIG그룹 등은 장자승계와 형제독립의 대표적인 사례다. 구인회 LG 창업주의 바로 아래 동생인 구철회 명예회장의 자손들은 1999년 LG화재를 만들어 그룹에서 독립시킨 뒤 LIG그룹을 만들었다.
여섯 형제 중 넷째인 구태회, 다섯째 구평회, 막내인 구두회 형제는 2003년 LG전선, LG산전 LG니꼬동제련 등을 들고 나가 LS그룹을 설립했다.
구본무 회장이 부친인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던 1995년에도 LG반도체를 이끌던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유통사업을 담당하던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이 계열사 경영에서 손을 뗐다.
구본무 회장의 4형제 중 둘째(구본능 회장)와 넷째(구본식 부회장)도 일찌감치 LCD(액정표시장치) 모듈 등 전자 부품을 생산하는 희성그룹을 설립해 독립했다.
이 때문에 구본준 부회장 역시 장자인 구광모 상무로 경영 승계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이른 시일 내에 계열 분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구본준 부회장은 현재 LG그룹 지주사인 ㈜LG의 지분 7.72%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이 지분을 밑천 삼아 일부 계열사나 사업부문을 분리해 독립할 가능성이 크다.
재계에서는 구본준 부회장이 LG상사와 판토스 등 상사 부문이나 각별한 애정을 쏟은 LG디스플레이 중에 한 곳을 계열분리해 독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그동안 계열분리의 경우 가족회의와 이사회를 거쳐 진행된 만큼 이번에도 같은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구본준 부회장이 어떤 계열사를 갖고 독립을 선언할지는 현시점에서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LG 측의 입장이다.
양창균기자 yangc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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