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나 먹자
몇이나 되겠어?
어릴 때부터 뭔가 되겠다고 뚜렷한 꿈을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안 그래? 오늘은 축구선수가 되고 싶고 내일은 소방관이 되고 싶고 어떤 날은 개그맨이 되고 또 어떤 날은 과학자가 되고 싶고. 호떡 뒤집히듯 변덕스러운 게 바로 꿈이야.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졸업하고 어른이 된다고 해서 그 변덕스러운 꿈들이 한 가지로 압축될 줄 아니? 그렇지 않아. 여전히 꿈은 잡히지 않는 안개와 같지.
꿈이 뭐니?
뭐가 되고 싶니? 이 질문에 다들 씩씩하게 뭐 하나씩 대답은 하지만 정말로 그 대답에 확신이 있기나 하니? 너 말이야. 꿈이 없다고 하기엔 너무 초라하고 왠지 꿈 없는 청춘은 청춘도 아닌 듯해서 그냥 그럴싸한 것 하나 둘러댄 거 아냐?
꿈이 없으며 어때.
괜찮아. 꿈이 있다고 해서 뭔가를 이루고 또 꿈이 없다고 해서 뭔가를 이루지 못하는 건 아니잖아. 어쩌면 꿈이라는 건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들이 한 고생에 대해 보상을 받고자 혹은 과시하고자 만들어낸 단어일지도 몰라.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거야. 작은 일이라도 그것에 만족하고, 멈추지 않고 열심히 하면 돼. 이루고 싶은 것과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다르다고 투덜대지 마. 괜히 흔들리지 마. 주어진 일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해. 하다보면 길이 보이고 또 하다보면 또 길이 보여. 그 길을 계속 가다보면 이 길이 내 길이구나 생각하면 돼.
꿈에 집착하지 마.
어차피 넌 매일 밤 꿈을 꾸잖아. 얼마나 격렬하면 허공에 주먹을 지르고 몸도 뒤척이겠어. 그렇게 매일 밤 열렬히 꾸는데 꿈이 뭘 또 필요하겠어. 없는 꿈을 일부러 만들려고 애쓰지 말고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 꿈이 없다고 죽지 않아. 꿈 없는 청춘은 살 자격이 없다고? 봤어? 꿈 없어서 죽은 사람 봤어? 꿈이 아니라 밥이겠지.
밥이나 먹자. 밥 없으면 죽으니까.
오늘 내가 밥 한 번 쏠게.
술은 네가 사라.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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